초대일시 / 2013_041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인사동길 52-1)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실존의 체험과 서투른 감성들 ● "인간은 영원의 순례자이다." (G. de. Purucke, Golden Precept of Esoterism 중에서) 한 개인의 정체성은 푸루커에 의하면 타인에 의해 또는 집단의 이념에 의해 정립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개인은 그에 의하면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한 의식의 체험을 통해 타인을 비롯하여 생명의 모든 것들과 교감하는 길을 열어가며, 언젠가 다시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되는 영원의 순례의 길을 걷는 존재인 것이다. 그 인식의 체험은 누군가 대신할 수 있는 길이 아니며, 타인의 인식의 잣대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수연의 이번 조각 전시는 「Hiders」나 「Little Sniper」에서 보듯이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과도 같은 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그의 조각 작업은 「Lose Control」이나 「나는 나, 너는 너」의 조각 작품에서 보듯이 어린아이들의 심리적인 상태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개인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섬세한 심리적인 갈등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심리적인 갈등은 「Lose Control」나 「Hiders」나 「Little Sniper」의 조형의 형태에서 보듯이 이중적인 대비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 「Lose Control」에서 드러내는 조형의 형태는 「Hiders」나 「Little Sniper」의 조형의 형태와는 달리 인물의 형태나 신체의 모습에 있어서 서로 대조를 이루며 그의 조각 작품에서 실존적인 상황을 통해 드러나는 심리적인 상태를 이해하는 하나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Lose Control」의 인물의 형태가 성인의 모습을 띠고 있다면, 「Hiders」나 「Little Sniper」의 인물의 형태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띠고 있다. 또한 「Lose Control」의 조형의 형태는 짓눌린 내면의 심리를 밖으로 표출하는 내성적인 심리적인 성향을 묘사하고 있다면, 「Hiders」나 「Little Snipper」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숨기거나 또는 무작위적인 공격성을 표출하는 외향적인 심리적인 성향을 묘사하고 있다. 즉 「Hiders」나 「Little Snipper」의 조형의 형태는 그에게 있어서 「Lose Control」에 나타난 심리적인 상황을 정반대로 드러내는 거울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Lose Control」의 얼굴의 형태에서 보듯이 어른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미숙한 아이」나 「Little Snipper」에 나타난 조형의 형태에서 보듯이 신체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자신이 마주하는 심리적인 성향들에 어린아이와 같이 서투른 실존적인 상황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그것은 신체적으로는 성인으로 성장하였지만 자신이 마주하는 실존적인 상황들과 심리적인 상태들은 어린아이와 같이 미숙한 작가의 내면의 자화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깨지기 쉬운 폴리라는 매체와 어린아이와 같은 유형의 동작을 통해 보여주는 그의 조형의 형태들은 실존의 체험과 마주하는 미숙한 심리적인 상황들을 드러내는 그의 내면의 자화상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의 등장인물에서 나오는 미도리의 인물과 같이 각 개인이 체험하는 실존적인 상황들과 그러한 심리적인 상황들을 미숙하게 대처하는 우리 자신의 심리적인 자화상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그의 'Hard Feeling'의 조각전은 흑백의 캔버스의 화면과 흑백의 정반대의 색채의 글자와 무지개의 색채를 띤 I와 You의 조형의 형태를 띤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작품에서 보듯이 각 개인이 마주하는 실존적인 상황과 그로 인해 처하게 되는 심리적인 상황은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타인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흑백의 논리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수연의 'Hard Feeling'의 조각전은 자신의 실존을 통해 마주하는 심리적인 상황들을 신체적으로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어린아이와 같이 서투르다는 그의 내면의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화상과도 같은 전시이다. 하지만 그러한 서투름은 푸루커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누구나 실존적인 체험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심리적인 상태일지도 모른다. ■ 조관용
Vol.20130417h | 전수연展 / JEONSUYEON / 全秀娟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