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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41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더 케이 갤러리 THE K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6번지 Tel. +82.2.764.1389 www.the-k-gallery.com blog.naver.com/thekgallery
유경화-세상을 향한 화려한 몸짓 ● 유경화는 다년간 일관되게 소나무를 그려왔다. 석사논문도 소나무 그림의 표현방법 연구였다. 논문을 쓰면서 소나무의 본질을 연구하고 동양회화사에 등장하는 역사속의 소나무 그림도 깊이 있게 탐구하였다. 이후 점차 본인만의 시각으로 소나무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 소나무는 동양회화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소재중 하나일 것이다. 소나무는 道家에서는 긴 생명을, 儒家에서는 변치 않는 문인의 절개를 상징하는 대응물로 애호 되어왔다. 孔子는 " 한겨울 추운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고 말했는데 이것은 어려운 상황이 되어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學人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나무의 형상은 이인상의 설송도처럼 눈보라 속에서도 꿋꿋이 서있는 모습이거나 육체와 정신이 모두 추웠던 귀양살이 시절, 김정희가 그려낸 세한도처럼 강인한 도상으로 각인되어 왔다. ● 그러나 유경화의 소나무는 매우 다른 감성을 드러낸다. 녹색의 짙푸른 색상으로 그려지는 유경화의 소나무는 지극히 아름답다. 그 선명한 유록색 잎을 단 소나무는 붉은 바탕색 위에서 더욱 화려함을 발한다. 꼿꼿한 문인의 절개보다는 기품 있으면서도 화려한 여인의 품격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세 종류의 각기 다른 情景으로 소나무를 표현하고 있다. 우선 꽃동산 위에 피어난 소나무 정경이다. 화면하단 부분에 노랗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동산 위에서 두 구루나 세 그루의 소나무가 서있는 모습이다. 꽃동산의 노란 꽃들은 각자의 형태는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다. 동산을 이루며 무리지어 있으며 은은한 향기가 퍼지듯 중앙에서 바깥으로 점차 퍼지며 꽃무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매우 몽롱하고 환상적인 畵境을 구현하고 있다. 노란 꽃무리가 소나무를 둥글게 감싸고 화면 상단부로 올라가는 작품도 있는데 소나무와 노란 꽃들이 어우러져 진한 향기의 축제를 여는 듯하다. ● 유경화는 화면의 붉은 바탕색을 드넓은 세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 세상은 예쁜 빨강처럼 아름다운 것이라고 작가노트에 기술한바 있다. 세상에 대한 매우 독특한 시선으로 삶에 대한 뜨거운 긍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세상에 대한 부정보다는 호기심, 갈등보다는 찬미, 어둠보다는 밝음을 극대화하여 보려는 작가의 회화관을 읽게 하는 부분이다.
두 번째 형식은 소나무와 양귀비꽃이 등장하는 그림들이다. 당당히 서있는 소나무 뒤에서 마치 실루엣처럼 서있는 양귀비의 형상은 그 이름만큼 매우 신비롭고 몽상적이다. 붉은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 위안, 몽상이다. 세상을 향해서 양팔을 벌리듯 짙푸른 녹색가지를 펼친 소나무 뒤에서 신비하고 독특한 향기를 품어내며 조용히 침묵하듯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검은 색조의 붉은 양귀비는 바탕색의 투명한 빨강보다 강렬한 빛깔이다. 유경화는 소나무를 자신을 상징하는 표상이라고 말하는데 양귀비는 세상을 향해 떠나는 작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연인의 도상으로 읽혀진다. ● 세 번째 형식은 소나무와 넝쿨장미가 같이 등장하는 그림들이다. 유월의 진한 향기를 담고 탐스럽게 피어나는 넝쿨장미는 초여름을 달콤하게 만드는 표상이다. 넝쿨장미는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붉은 꽃잎을 강조하기 위해 옅은 묵색으로 아우트라인을 보일 듯 말듯 그은 작품도 있고, 때로는 먹 선으로 진하게 윤곽선을 소묘하듯 그린 작품도 있다.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감성의 향기 묘사이면서도, 동양화의 필선을 염두에 둔 주도 면밀한 표현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렇듯 유경화의 소나무 그림은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소나무를 화려하고 예쁘게 그리는 것이나, 붉은 바탕색을 세상으로 상징하는 것이나, 몽상적이고 신비하며 향기가 진한 양귀비나 넝쿨장미를 친구나 연인처럼 등장시키는 조형방식 등이 그것이다. 또한 메인 주제보다 바탕화면의 공백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강렬한 붉은 바탕이지만 무한한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므로 드넓은 세상을 효과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 화사하고 붉은 바탕색은 작가가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세상을 향해서 온 힘을 다하여 뜨거운 열정을 드러낸다. 간혹 진한 향기를 가진 친구나 연인을 그리워도 한다. 그리고 본인은 언제나 아름다운 소나무가 되고자 한다. ● 이런 점에서 볼 때 유경화의 회화관은 모든 사람에게 뜨거운 긍정의 향기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의 그림이 모두를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하며 세상은 매우 화려한 현재 라는 것을 인식하길 원한다. 짙은 녹색의 소나무는 또한 세상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의미한다. 드넓은 세상의 용광로를 향해 거침없이, 그러나 아름다운 자태로 팔을 벌리고 있다. 세상을 향한 작가의 뜨거운 실존적 몸짓이다. 그것을 화려한 색채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단순히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무조건의 찬미는 아니다. 화면 바탕색의 눈부시지만 함초롬한 붉은 색상에서 간혹 그윽한 슬픔의 여운들이 보인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도발적인 빨강이 아니라 차분한 맑은 빨강은 작가가 건너온 세상의 어려운 강물들을 잔잔히 바라보는 성숙한 시각으로 환원되어 나타나고 있다. ● 즉 유경화의 화려한 색채는 채도가 아주 높아 맑고 경쾌하다. 그러므로 화려함이 주는 지나친 정열의 피로감은 없다. 마치 화사한 봄날의 공기처럼 매우 부드럽고 은은한 달콤함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감각의 소나무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 이 시대 작가에게 전통적인 소재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우리의 삶에 대한 갈증이거나 본질적 의문에 대한 질문일수도 있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다양한 문화의 시대에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소나무 그림을 일관되게 그려온 유경화의 작품에서 작가의 삶에 대한 치열한 탐구의식을 읽을 수도 있겠다. ● 유경화는 관객들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현재라고 말하려고 한다. 간혹 양귀비의 몽상이나 달콤한 넝쿨장미의 향기가 필요하지만 사철 변치 않는 소나무처럼 강건하게, 그러나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고 세상을 향해 화려한 몸짓을 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유경화의 그림은 우리에게 새삼 삶에 대한 열정을 자극한다. ■ 장정란
Vol.20130417a | 유경화展 / YUKYUNGHWA / 柳冏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