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물고기들이 읊조리는 사랑의 시 ● 비록 철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식은 지각에서 비롯되고, 그 인식된 정보의 분석은 기존 정보와의 비교, 대조에 의해 가능하다고.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가는 이 과정이, 황정희 작가의 회화에서 찰나에 이뤄진다.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점은 '나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수중 생물인 '물고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인데, 바로 여기에서 작가의 회화에 대한 이해가 시작된다. 물 밖을 나온 이 용감무쌍한 물고기들은 탐스러운 꽃송이들과, 수초와 달리 방향성을 가지고 뻗어나가는 넓은 잎사귀들 사이를 입을 쩍 벌린 채 오고 간다. 이곳은 대낮에도 파란 달이 걸려있고, 한 가지에서 같은 색과 모양의 꽃이 피는 법이 없는 다채로운 세계다. 이러한 의미에서 황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익숙한 자연물의 이미지가 상징적으로 응축된 관념적 세계다. 동양에서 산수화가 오랜 동안 사생(寫生)의 대상이 아니라 사의(寫意)의 대상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작가는 영리하게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동양화와 살면서 익숙해진 현대적인 매체를 결합해 가장 자신 있는 방법으로 삶이 그녀에게 속삭이는 메시지를 피력할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띠는 또 하나하의 특징은 작가의 균형 있는 색채감각과 디자인적 요소다. 작가의 화면에서 색채는 형태만큼, 때로는 형태보다 더 중요한 조형요소가 된다. 이는 동양화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이라는 붓의 흔적보다 색면과 패턴, 율동감이 두드러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색들은 동양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강렬한 오방색 (청/백/적/흑/황)과 달리 서로 다른 색들이 섞여 세련되고 차분한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유쾌 발랄하다.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들은 많은 수의 작품에서 화면에 고루 산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면회화(all-over painting)적인 특징은 작가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수단인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작가의 작업방향을 암시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는 배경은 때로는 발랄할 점 무늬로 때로는 율동감이 느껴지는 선들로 확장되는데, 이러한 추상적인 배경처리와 여기에 '스티커'처럼 붙여진 자족적으로 부유하는 물고기들은 크지 않은 캔버스에 균형 있고 조화로운 세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런데 이 물고기들은 무리 지어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있기에 내가 있는' 한 쌍으로 드러난다. 서로의 꼬리나 입이 묶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헤엄치는 물고기자리(Pisces)의 상징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두 마리의 물고기들을 생각해보자. 어디 같이 있다고 다 사이 좋은 한 쌍인가? 반면에 뾰족한 지느러미와 각진 몸체에도 불구하고 멀어질까 무섭게 함께 헤엄치는, 혹은 마주보는 황작가의 물고기들은 이 조화로운 세계에서 누리는 개인적인 행복보다도 함께 하는 데서 느끼는 행복감, 즉 '사랑'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서로를 보완하고 균형을 이루는 물고기들의 모습은 이들의 유사한 패턴과 색상으로 더욱 더 강조된다. 조화로운 세계에서 사랑하는 너와 내가 함께 부르는 노래. 이것이야 말로 이번 전시에서 황작가의 물고기들이 읊조리는 시가 아닐까? ■ 이지희
A Song of Love Chanted by Sky-flying Fishes ● Recognition starts with one's perception, and the analysis of the recognised data can be achieved by comparing or contrasting to what he already has experienced. Although I have not studied philosophy properly ever in my life, I can say this much, I guess. This 'abstruse' process simultaneously happens in a second on Jeonghee Hwang's canvas. The first thing noticed is fishes in the place of butterflies, and here lies the clue to understand her paintings. These 'fishes out of water' swim in the sea of attractive flowers, and stroll along the freely growing wide leaves unlike expressionlessly just tall water plants. This is the world where you can see the blue Moon during the daylight, and every different flower from a single branch of a tree. ● The world Hwang captures here is, indeed, purely ideological, where images from nature are condensed in a mysterious way. Considering major themes in oriental landscape paintings, however, come from the concept of nature we have not from the observation in the real world, the artist seems to find the smart way to deliver her message; an amalgam of the motifs of oriental paintings which she has studied and modern material which she naturally became familiar with. ● The other explicit trait on her works, which rather serves as her signature, is cheerfully arranged colours and elements of design. Colours are as, often more, important as forms in Hwang's painting; 'lines', traces of brush, happily gave its way to colours, patterns and rhythms although the artist originally found her passion in oriental paintings. The refine arrangement of colours presents cheerfulness as well as serenity. This recipe to happiness often spread on every part of her works reminds of all-over-paintings, which successfully delivers the jolliness of life and alludes where the artist might move to in the future. Tiny dots and rhythmical flows of lines on the background help viewers to imagine the world they see is expanding beyond the canvas. Fishes attached to a rather abstract background as 'stickers' are enjoying the exuberance which our life secretly reveals. The dots on their bodies or background could imply the sea water which the fishes belong to, or variety and richness of life waiting for the right moment to pop out. ● These fishes are usually captured as a 'pair' as if they are a couple in which one loses its reason to be without the other. Imagine the Pisces symbol where two fishes swim in the opposite way tied to each other's tail or mouth. Is not pathetic to say that they are a couple just because they are physically together? Fishes swimming with or toward in Hwang's paintings, on the other hand, seem to illustrate love, that is, happiness out of being together no matter how sharp fins or bodies they have. This feeling is amplified by pleasantly designed patterns and colours of their bodies. A song of love out of harmony; this is what Hwang's fishes passionately chanting in this show, I guess. ■ Vivien Jihee Lee
Vol.20130416c | 황정희展 / HWANGJEONGHEE / 黃程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