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413_토요일_06:00pm
스페이스 함은 LexusPRIME社가 지원하는 미술전시공간입니다.
참여작가 김태중_박소연_윤성일_윤순미_차하린
기획 / 이보성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 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스튜디오와 화이트큐브 사이에서 무슨 마법이 발생하였는가?" (다니엘 뷔렝,「작업실의 기능」) 개념미술가 다니엘 뷔렝은 1971년『Art Forum』지에「작업실의 기능」이란 글을 실은 적 있다. 그는 이 글에서 그가 어렸을 때 프로방스 회화와 작가들을 연구하며 얻은 흥미로운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는데, 이는 작가의 작품이 작업실을 떠남과 동시에 그것이 원래 가지고 있던 맥락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것으로 변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뷔렝의 글을 먼저 읽고 프로젝트가 기획된 것은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는 뷔렝이 말하는 것과 같이 작품이 스튜디오에서 떠나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하얀벽에 걸릴 때, 그 작품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의도나 의미는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작가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시작하였다. 물론 '기획이나 거대 담론에 의해 작가들도 몰랐던 큰 의미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기획과 담론들에 의해 희생되고 거대 담론에 의해 제거되는 작가들의 개별적인 관심과 관점들을 어떻게 보존하며 전시를 할 수 있는가' 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스튜디오 자체를 갤러리에 옮겨오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를 다들 받아들여 곧 실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스튜디오를 갤러리 안에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면 수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튜디오의 지정학적 위치를 갤러리로 옮겨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또한 스튜디오의 냄새 및 공기, 햇살 등 갤러리 안에서 재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당연한 문제에 봉착한 프로젝트팀은 다시'왜 스튜디오를 재현하려고 하는가?', '스튜디오와 갤러리 사이에 어떤 마법 같은 일이 발생하고, 또 그로 인해 작품이 어떻게 탈맥락화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이를 두고 스터디를 진행하게 되었다. 필자와 참여작가들은 밤새 회의를 하고, 뷔렝에게 메일을 보내 의견을 묻기도 했으며, 다른 작가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다. 또 때에 따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튜디오'라는 개념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 작가각자의 인식속의 공간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업이 시작되는 스튜디오는 작가각자의 공간으로 전시장에 자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Works Without Works』展에 전시되는 작가들의 공간이 꼭 물리적인 공간개념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젤앞에 앉아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과거의 작가들과는 달리 현재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에게 스튜디오란 매체의 다양성과 함께 그 장르를 넘어서고, 필요에 따라 협업이 가능한 열려져 있는, 물리적, 관념적, 혹은 가상의 공간으로써 그 의미가 이미 확장되어있기 때문이다.
사진작업을 하는 김태중에게 스튜디오는 '야외', 그것도 그가 근원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해질녘 숲 속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 스튜디오를 화이트큐브안에 재현하는데, 작품「30sec Foresta」는 숲을 찍은 사진 위에 작가가 위치를 바꾸며 양손에 들은 작업후레쉬를 터뜨리는 영상을 투사한다. 화가에게 붓이 있다면 사진작가에게는 빛이 그 역할을 한다. 김태중의「30sec Foresta」에는 작업의 과정으로써 작가의 동선이 재현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영상전문가들과 영화사운드 전문가들과 같이 협업하기도 하였다. ● 박소연 역시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이지만 작가에게 스튜디오는 꼭 화면에 붓질만을 하는 장소는 아니다. 작가의 말처럼 그녀는, 항상 공사 중인 우리의 삶속에서 '위안을 찾는 과정' 으로써, 해체와 재조립, 비움과 채움, 보호와 통제, 불확실성에서 오는 공포와 위안 등에 대한 작업을 해왔다. Works Without Works전에서 박소연은 작업의 시작점과 그 완성을 공사장에 가설치 된 '비계(scaffold)'처럼 설치한다. 마치 언젠가는 철거될 공사장의 구조물 같은 박소연의 작업의 디테일들을 확인한다면 그녀가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가는지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성일은 이 프로젝트 전시를 통해서 그가 이제까지 만들어오고 수집해온 많은 것들을 한 공간 안에 쏟아 부었다. 마치 벼룩시장이나 혹은 창고를 연상시키는 그가 연출한 이 공간을 보면 그가 이미지나 작은 오브제들을 수집하고 변형시키는 작업을 하던 미국 유학 시절과 사물과 대상을 직접 대면하여 작품을 진행하는 현재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 윤순미는 스튜디오를 자신이 작업을 할 때 참고로 하는 레퍼런스로 이해하고 설치에 들어갔다.「당신을 위한 세레나데」란 제목의 이 설치작품은 작가자신이 발견한 지도 같은 노트의 한 조각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이 노트에 적힌 요소들을 분석하고 나열하므로써, 현재 윤순미라는 작가의 미술사적 경험과 그녀의 시니컬한 회의를 엿 볼 수 있다. 더불어 우리각자의 미술사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한다. ● 마지막으로 차하린은 갤러리 안에 그녀의 스튜디오를 재현한다. 작업실에서 떼어온 벽지를 늘어놓은 공간에는 흐릿한 백열전구빛과 시계초침소리, 윙윙거리는 냉장고모터 소리뿐이다. 그녀는 작업실에 있는 모든 사물들을 제외한 채 본인의 심상의 스튜디오를 재현하는 것이다.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차하린의 작품「이화동6-10,101호」를 전시제목처럼 무심하게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그 빈 공간이 작가의 수많은 흔적으로써 자리하기 때문일것이다. ■ 이보성
Vol.20130413g | Works Without Works from artist-studio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