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413_토요일_04:00pm
갤러리 도스 미디어/조형설치 공모선정 작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경계와 단절이 아닌 연합의 상징 '벽' ● 최근 미술에서 핫이슈는 숫자이다. 여기에도 몇몇 숫자를 제시하고자 한다. 1,712,462, 14,000, 8,601, 4,219 어떠한 의미인지는 모르더라도, 대략 '많은 수'임에는 공감할 것이다. 이제 그 의미를 밝히자면, 네 개의 숫자 중 첫 번째 숫자는 최정화가「모으자, 모이자!」프로젝트에 사용한 폐플라스틱 용품의 개수이며, 두 번째는 영국 작가 레이첼 화이트리드의「둑」에 사용된 종이박스의 개수이다. 다음은 역시 yBa 대표주자인 데미안 허스트가「신의 사랑을 위하여」에 사용한 다이아몬드 수이며, 가장 마지막 숫자는 박미예의「벽을 짓다」에 사용된 나무 피스들의 개수를 뜻한다. 수많은 유닛(unit)이 모여 큰 조형물을 만든다는 시각적인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 작품들과 박미예의 작품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규모에서, 가격에서, 또는 무엇보다 시각적인 '스펙타클(spectacle)'로 우리를 압도하는 이러한 작품들과 박미예의「벽을 짓다」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 비밀은 바로 '연합'에 있다. 박미예도 역시 4,219개의 나무 조각들을 이용하여 동시대의 스펙타클한 작품들과 똑같은 엄청난 규모와 물량의 코드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스펙타클 이면의 비인간적인 공허함을 대신하여, 하나하나 다듬어진 무수한 작은 개체들이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작은 피스들로 인하여 박미예의 작품은 장엄과 숭고(sublime)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손 한 뼘 정도 크기에 지나지 않은 이 나무 조각들은 모두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고, 이 번호에 의해 치밀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가 정해진다. 번호 앞에 새겨진 '生'이라는 글자는 마치 이 개체가 생명을 가진 존재 즉 우리 자신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 작은 조각들은 어떠한 특정 형태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춰진, 혹은 강제로 동원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이 거대한 벽은 한 개의 작은 조각이 아니고서는 생성될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위의 작품들과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그러기에 박미예의 벽은 경계를 가르거나, 배타적인 단절이 아닌 연합을 통해 이뤄진 새로운 상징이다. 뿐만 아니라,「벽을 짓다」에서는 4,219개의 조각 중 어느 것 하나도 임의로 대체되거나, 빠질 수 없다. 작가가 그의 작업노트에 기록했듯이, 生01.02의 조각이 그 자리에 있으려면, 生01.01과 生01.03이 반드시, 꼭,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른 색으로 칠해진 피스들이 이러한 개체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든 조각들은 이처럼 서로 유사해 보여도 재단된 형태가 하나하나 다 다르며, 단지 1/10cm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차이로부터 시작해 그것이 천 개, 삼천 개, 오천 개가 모이면 큰 굴곡을 형성하고, 무게 있는 볼륨을 형성하도록 설계되었다. 무의미한 반복이나 무작위적이고 기계적인 위치설정이 아니라, 장엄하고 숭고한 계획 아래 각자의 역할에 따라 서로 성실하게 연합하여 이루어낸 창조물인 것이다. ● 박미예의 열정이 우리에게 값진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연합의 과정을 시각화 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모든 것이 해체되고 상대화되는 오늘날, 박미예의 관점은 시류를 거스르는 도전임에 틀림이 없다. 작가는 주체할 수 없는 열정에 이끌려, 4,219개의 조각을 다듬고, 일일이 색을 칠하는 혹독한 인내 가운데에서 새로운 벽을 세웠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부재한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 바로 연합의 비밀을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 이상윤
가로 60열 세로 23열로 구성된 하나의 벽은 1380개의 정면개체, 1357개의 가로접합개체, 1426개의 세로접합개체, 총 4163개의 개체들로 이루어진다. 작업의 과정은 하나의 벽이라는 전체적인 속성과 이를 이루는 개체들의 부분적인 속성의 주고받음 속에 이루어진다. ● 나는 먼저 굴곡을 가진 한 벽의 모습을 구상했다. 그것은 사람들을 감싸는 제스처를 취하는 형태이다. 그 뒤에 파라매트릭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벽의 요소들의 크기와 모양을 결정하고 개체들을 추출해낸다. 비정형의 벽을 가로 60열, 세로 23열로 나눌 때 개체들은 모두 다른 크기를 갖게 된다.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것은 단 한 조각도 없다. CNC 기계를 통해 잘라낸 개체들은 젯소와 페인트 칠이라는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컴퓨터 상에서 한 벽을 이루며 단일함을 이루었던 개체들은, 흩어져 바닥에 놓였을 때, 이 조각이 어디에 끼어져야 하는지 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스러움을 준다. 약 세 달 가량 4219개의 개체들을 하나씩 만져나가는 과정은 나에게 작업의 완성을 기다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전체의 완성된 벽 속에 가리워진 이 하나하나의 개체들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쳤을 것이다. 生21.16, 生21.17.. 하나하나의 개체들이 이룰 전체의 벽의 모양을 상상하며 이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마도 일반적인 벽을 짓는 시공자들이 벽돌을 대하는 느낌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이들은 공장에서 모두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조금씩 모두 다른 고유 번호를 가진 조각들이다. 벽을 짓는 과정은 중력과 이에 의한 힘의 작용을 수용하는 과정이다. 生01.01이 있어야 生01.02가 구조적으로 그 위에 설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조각도 무시할 수 없다. 벽의 아랫부분에 놓이는 조각은 더 많은 힘을 견뎌낸다. 한 벽을 짓기 위해 각각의 조각은 모두 연결되어 힘의 분산을 경험한다. ■ 박미예
A Wall of Coalition, not Separation ● Numbers have recently been a hot issue in the art world. Consider the following numbers: 1,712,462, 14,000, 8,601, 4,219. Although the meanings of these numbers are vague, we all know that they are big numbers. The first one indicates the number of recycled plastic bottles used in Happy Together by Jeong-Hwa Choi. Rachale Whiteread, a famous leader of the Young British Artists, used 14,000 paper boxes for Embankment. Damien Hirst used 8,601 diamonds for his For the Love of God. The last number, 4,219, indicates the number of pieces of wood and joints that Mi Ye Park used in Building a Wall. Even though these works are all similar in that they produce spectacles through their size and the number of their constitutive units, the works of Mi Ye Park are in a clearly different category. ● The uniqueness of Building a Wall lies in is in the way its 4,219 pieces join together to build one wall. Even though Mi Ye Park's works are similar to contemporary artworks that produce spectacles through their sizes and number of units, we can see that her 4,219 individual pieces are tuned by her hands one by one. In this way, they differ from the impersonal emptiness of mass production that lies behind the splendor of other 'spectacles.' Due to her attitude toward her pieces, her work has the quality of the sublime. The wood pieces have their own numbers that deliberately indicate where each piece should be located. The character 生, meaning "life," preceding each number suggests that the individual pieces are living beings or, perhaps, symbols of ourselves. ● Her 4,219 pieces each play individual roles in building the wall, and each piece is actively joined in its construction. If only one piece is missing, the wall cannot stand: this is the difference between this work and others that use similar strategies of accumulation. Her wall does not mark an exclusive boundary but stands for a new unity. Out of the 4,219 pieces no one piece can substitute another since all pieces are different. If 生01.02 is to maintain its structure and form, 生01.01 and 生01.03 are also needed. Even though the pieces look similar, they are all in fact designed to be different. 生01.01 and 生02.01 differ by 1/10cm, and as the numbers increase to 1,000, 3,000, and 4,219 these small distinctions produce the sculpture's sinuous shape. The coloring of the pieces also emphasizes each piece's individuality. Their aggregation is not a product of meaningless and random repetition or mechanical positioning; the wall is created through a sincere coalition based on the roles of each piece. ● Mi Ye Park's passion is impressive because she visualizes the process of the wall's coalition. She in particular challenges cotemporary deconstructivist and relativist tendencies. Her arduous spirit builds a wall while handling its 4,219 pieces with endurance and expectation. Eventually, she reveals something that we do not have but we really need: the secret of coalition. ■ LEESANGYOON
Vol.20130413c | 박미예展 / PARKMIYE / 朴美藝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