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휴식·사랑·그리고 나무

안말환展 / ANMARAN / 安末煥 / painting   2013_0409 ▶ 2013_0429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80×140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스칼라티움 아트 스페이스 SCALATIUM ART SPACE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8-10번지 Tel. +82.2.501.6016 www.scalatium.com

나무를 통해 꿈꾸고 소통하고 사랑하다 ● 롤랑바르트는 "인간의 역사를 통해서 가장 많이 그려진 대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의심 할 바 없이 나무이다. 회화의 진행은 예술가들이 나무에 부과했었던 계속적인 변형 속에 새겨진다"라고 답했다. 과연 나무를 통하지 않고 세계를 말 할 수 있는 화가란 몇이나 될까. 안말환은 나무를 그리는 작가다. 오랜 기간을 나무에 천착하고 있다. 작가가 나무를 그리는 건 그녀 속에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을 볼 수 있는 건 우리마음 속에 태양과 비슷한 성질이 있어서이듯, 나무를 통해 꿈꾸고 소통하고 사랑하는 작가. ● 작가는 왜 나무를 그리게 되었을까? "내 유년시절 시골에서 올려다 보았던 미루나무, 얼마나 높아 보였던지 그 나무에 올라 가면 별도 달도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라고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듯이, 순수하고 생명력이 넘쳤던 유년기의 자연세계와 추억들이 기억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작가의 무의식을 뚫고 화면 위에 아름다운 나무의 형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사람에게는 신화를 완성시키려는 무의식이 작용 한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 본 미루나무의 형상은 주로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수직의 신화적인 모습으로 작가의 화면 가득 등장한다. 이 나무그림들을 작가는 혼합재료에 자연물인 돌가루를 섞어 바탕을 두텁게 올리고 나이프, 못, 조각도 등을 이용하여 드로잉한다. 부조같은 효과를 보이는 바탕위에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을 수차례 칼라링하면서 나타나는 무수한 색의 혼합과 겹침,  다른 물감층이 중첩해서 겹쳐질 때 나타나는 색료자체의 물성(物性)과 두터운 마티엘, 다양한 재료의 개방성 등으로 작품은 독창성과 깊이감을 갖게 된다.  나무를 표현한 두터운 질감 속에는 나이프로 긁어 짧게 음각된 형형색색의 수많은 색띠들이 떠다니는데, 이 색띠들은 수액이 나무의 물관과 체관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생략된 나뭇가지와 꽃과 씨앗과 푸른 이파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하며, 때로는 꿈틀거리듯 폭발하는 색의 향연을 보여주기도 하며, 또한 이글거리는 초록의 생명력이 불타는 듯 매우 감동적이다. 나무의 확장하는 에너지가 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듯 하다. 이는 끊임없이 작업에 임하는 작가의 분출하는 에너지와 닮아 있다. 또한 이 색띠들은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표현 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 안말환의 미적 감각은 복잡한 잔가지와 잎사귀들을 쳐낸 단순함 속에 본질만 남은 나무의 간결한 모습을 평면으로 보여주는 뛰어난 조형성에서도 나타난다. 작가는 단순함이 주는 고도의 정신성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안말환_Dreaming Trees3_혼합재료_45.5×45.5cm_2013
안말환_Dreaming Trees_혼합재료_80×260cm_2013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80.3×100cm_2013

안말환의 작업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루나무연작은 생략된 배경 앞에 직립한 나무들이 두 그루 또는 세 그루씩 모여선 채 적당한 공간을 두고 떨어져 있기도 하고 모여 있기도 하다, 또한 수직의 큰 나무들 사이에 작은 나무들 역시 두 세 그루씩 떨어져 서 있다. 이는 여럿이 모여 있지만 결국은 혼자인 현대인의 고독을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외롭지만 모여서 체온을 나누는 따스함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 미루나무시리즈에 최근에는 흰 새들이 등장 한다. 새의 원초적 아름다움은 비상(飛翔)이다. 그러나 안말환의 새는 날지 않는다. 새는 까마득한 허공에서의 고독한 방황과 비상을 끝내고 이제 지상에 내려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눈이 감길 듯 웃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인다. 그녀의 작품속의 새들은 보편적 자연으로서의 새로, 신의 말씀을 지상에 전하는 신성한 전령사로 역시 신성한 나무에 둘러 싸여 인간에게 평화와 휴식의 말을 전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미루나무작업이 서정성과 미적인 감성으로 어린시절 추억의 문을 두드리는 상징의 메타포였다면, 최근의 소나무 연작은 다소 사실적인 색채와 묘사를 구사하고 있다.  큰 화면 가득 가지와 밑둥은 생략 한 채 거대한 나무기둥과 솔잎만을 힘 있게 토속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많은 일조량으로 구불구불 가지가 휜 전형적인 한국의 소나무를 멋스럽게 빚어내고 있다. 가장 한국적 상징인 소나무가 주는 민족적 전통적 정서 외에도 제목(Happy tree)에서 알 수 있듯이 라이트레드계통의 투박한 나무기둥과 솔잎에서는 민화에서 풍기는 서민의 해학과 여유와 행복감이 느껴진다. 마치 옆에 까치나 호랑이가 앉아서 얘기라도 나누듯이... 또 다른 연작 바오밥나무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에 사는 신성한 나무로 속이 빈 몸통에 우기(雨期)에는 물을 저장해 두고, 건기(乾期)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생명의 나무"로 불리는 사랑의 나무이다. 안말환의 바오밥나무연작은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며  곡선으로 불쑥 나온 몸통 안에  생명수를 가득 담고 있는  모습으로, 그 안에 형형색색의 집과 창문과 물고기와 태극문양등 도형들을 그려 넣고 있다. 아니 이제 작가는 꿈과 소통과 해학을 지나 거대하고 신성한 나무속에 집을 짓고 창문을 달고 길을 내고 우주를 옮겨놓으며 생명과 사랑을, 소통과 헌신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65.5×100cm_2013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53×37cm_2013

"혼돈 속에서 불안하고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나의 나무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쉴 수 있는 신선한 숲,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크고 깨끗한 당신의 호흡이 되고자 한다." 라고 썼듯이 작가는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나오는, 나무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는 소년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나무처럼, 자신의 작품을 보며 사람들이 위로받고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그림이 아니라 아픈 영혼을 치유하는 생명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 지금까지 작가는 어떤 사조나 장르를 뛰어 넘어 자기만의 조형어법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가란 이미 존재하는 법칙을 지키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법칙을 부여 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이제 작가가 또 어떤 놀라운 조형어법과 정신성으로 새로운 나무를 보여줄지 자못 거는 기대가 크다. ■ 이명

안말환_Happy Tree_혼합재료_130×60cm_2013

햇빛에 투사돼 반짝거리는 나뭇잎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문득 나의 화두를 가지고 좀 더 깊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내재된 안식을 찾고자 하는 발길인가... 공원엔 나무와 나무가 둥글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로 감싸 안은 우거진 나무는 커다란 그늘을 제공하고 그 날 그 곳을 스쳐 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내내 속삭인다. 사랑, 행복, 슬픔....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빠르게 스케치를 해 본다. 현대인들의 애닯고 헛된 삶의 간판들 생존법에 따르는 보이지 않는 억압들 해소하지 못한 작은 분노들 수용되지 않는 갈등으로 적당히 삶에 지친 나의 지인들을 나무들의 대화로 형상화한 따뜻한 나의 숲으로 초대하고 싶다.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마음과 마음이 어우러지는 곳 목마른 꿈들이 갈증을 해소하고 사랑의 본질을 환원할 수 있는 낙원 같은 숲에서 편안하길 바라면서 오늘도 나무가 있는 숲을 차분히 그려본다. ■ 안말환

Vol.20130409f | 안말환展 / ANMARAN / 安末煥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