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Shortends: Seoul_01

손영모展 / SONYOUNGMO / 孫永謨 / video   2013_0410 ▶ 2013_0414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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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41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고이 갤러리 KOEE GALLERY 서울 종로구 궁정동 29-2번지 B1 Tel. +82.2.723.7922 www.koeegallery.com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는 동명의 가상 라디오프로그램의 존재를 가정하고, 프로그램의 오프닝 파트를 시각화하기 위해 서울 북촌 일대를 일요일 오후 8시 이후에 기록한 촬영분을 후반작업 과정을 거쳐 멀티채널 프로젝션 형식으로 설치한 작업이다. 일요일 오후 8시 이후의 북촌은 고요하다. 주말이 주는 짧은 여유에서 벗어나 월요일이면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시민들이 각자의 사적인 공간으로 숨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겠지만, 나에게는 마치 일주일 동안 지칠 데로 지친 서울이라는 한 인격체가 유일하게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일요일 오후 8시 이후의 북촌은 아름답다. 그 시간 인근을 배회하다보면 관광객들로 포화상태이던 보통 때와 달리, 묘하게도 인간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한 드라마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밤의 어둠과, 그 어둠을 어둠으로 존재하게 하는 도시의 불빛,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평상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그룹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모호하지만 명확한, 반대로 명확하지만 모호하기도 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짐작하고, 상상하다가 급기야 재창조하고자 하는 욕구에 시달리기에 이른다. 보통의 생활인들이 월요일 출근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어떠한 연유로 사적인 공간이 아닌 도시의 핵심에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따라서 나는 일정기간 동안 일요일 밤 8시 이후의 북촌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촬영을 시작한다. 여기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카메라가 비추어야 할 부분이 역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망원렌즈로 사람들 자체를 멀리서 촬영한다거나, 혹은 프라임렌즈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직접 무엇인가를 취재하는 개념이라기보다, 그들이 지나가버린 자리-지금은 비어있는-에서 느껴지는 감정 혹은 감상을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카메라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주인공인 장면들을 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촬영을 통해 포착한 여러 시민들의 드라마는 나의 사적인 노트에 틈틈이 기록되어 작품 제작을 위한 정보의 초기단계로 역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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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내 각 로케이션에서 촬영된 분량들은 일련의 후반작업과정을 거쳐 갤러리 내에 설치된 다중 플랫폼 (3-channel)에 재생된다. 문제는 영상에 덧입혀지는 사운드인데, 이 작업이 일면 서울시민들에게 헌정하는 러브레터와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생각하기에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라는 가상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고, 감미로운 목소리의 프로그램 진행자가 시그널 음악과 함께 읊는 여러 버전의 오프닝 멘트를 제작하여 사운드 트랙으로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감상자들은 매주 일요일 밤 8시에 시작되는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라는 가상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이 시각화된 영상을 다중 채널로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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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로케이션 촬영 과정에서 눈에 띈 인물들의 드라마를 재구성할 때, 주된 방법론으로 삼을 부분은 나루세 미키오 (1905-1969)라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의 영화감독이 마지막 목표로 삼았다가 이루지 못한 흰 배경막과 흰 옷을 입은 인물들을 통한 드라마의 구현이다. 내러티브 필름을 만드는 이들은 스토리텔링을 위해 보통 배우와 대사 등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들을 제외한 미술적 요소에 많은 부분을 기대게 되는데, 이는 가끔 너무 지나친 나머지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구현하고자 하는 스타일에 따라 미술은 분명 필수요소로서 기능하기도 하지만, 작품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나는 최대한 인위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극예술의 원재료만으로 드라마를 구축해보고자 한다. 특히, 전시되는 공간이 소위 단채널 비디오에만 집중하게 하는 영화관이 아닌 이상, 감상자들이 작품에 개입하고 빠져나오는 시간이나 의도가 다분히 능동적일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작품의 한 단면 혹은 일부분만으로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불필요한 미술적 요소의 배제를 통해 소위 감상자를 작품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배우들은 디자인이 과하지 않은 무채색 의상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한 후,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를 통해 쓰인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오직 인물들 간의 관계와 그것들로부터 파생된 감정만을 재료로 연기하게 될 것이다. 배경에 존재하는 것은 단지 흰색의 벽면일 뿐이다. 밝기와 대비만 존재하는 화면, 주위의 지형·지물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연기와 장면이 탄생하게 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차례의 연기실험일 수는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 관객들은 매주 일요일 밤 8시에 시작되는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라는 가상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이 시각화된 멀티채널 비디오와, 극영화 스타일로 재현된 세 가지 이야기가 자아내는 흑백화면의 대비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지점을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 손영모

Vol.20130409c | 손영모展 / SONYOUNGMO / 孫永謨 / 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