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408_월요일_05:00pm
제33회 채림展
참여작가 강애란_고산금_권오신_김경미_김미옥_김수자 김수진_김영지_김정효_김채원_주연(김현숙)_김홍식 김효선_김효정_김희수_나인하_남여주_문경원 박상숙_박성연_박향림_백인혜_손인선_송은주 오경아_오민정_윤경미_윤정선_이경애_이고운 이관호_이귀영_이승아_이승희_이주은_임선희 장수임_장은의_장희정_전보경_전영경_전영희 정경미_정선주_정승희_정영경_제유성_조강신 조기주_조덕현_차명임_최우진_추유선_허윤희_허정원
주관 / 채림회 협조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 전공 기획 / 정소라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이화아트센터 Ewha Art Center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번지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A동 2층 Tel. +82.2.3277.2494
작가, 작품 그리고 관람자 간의 interplay ●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생들 중 현업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가는 전시,『채림전』이 올해로 서른 세 번째를 맞았다. 국내 미술관이나 다른 전시기관들의 정기 기획전도 십 년을 넘기는 일이 드물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국내 미술계에서 이제 같은 학교, 같은 학과의 졸업생들의 열정과 소속감으로 유지되는 동문전의 형태는 거의 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대신 현대 미술계는 비엔날레, 창작공간, 대안공간의 등장으로 작가들의 전시 기회가 증가했고,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동문전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역사성을 지닌 채림전은 넓은 스펙트럼의 주제와 매체의 선택을 보여주는 전시를 거의 독보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획전의 형태로 열리면서 좀 더 공통된 하나의 주제 하에 조화된 울림을 보여주고자 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교수님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전시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동문전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전시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상호작용 ● 이번 전시는 전시의 3 요소라 할 수 있는 작가, 작품 그리고 관람자 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전시 제목,『거울 사이: 무한 가역성』에서 거울은 작가, 작품 그리고 관람자 모두를 상징한다. 반사성을 지닌 거울과 같이 이 세 요소가 '봄(vision)'이라는 지각행위를 통해 주체와 대상, 지각과 반성을 교차시키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즉 작가와 작품, 작품과 관람자, 그리고 작품과 작품 간의 상호관계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가역적 상황을 하나의 전시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이제 현대미술에서 작품은 관람자의 개입을 통해 완성되는 경향으로 나아간다. 관람자는 더 이상 작가에 의해 이미 구성되고 만들어진 작품의 의미를 읽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작품이 놓인 공간에서 매 순간 작품을 지각하고 상호소통 함으로써 작품의 의미들을 함께 창조해나가는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변화된 관점은 미술작품에 대한 개념 및 형태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1960년대 부상한 미니멀리즘은 작품의 내적 구성을 최소화하면서 작품과 작품이 놓이는 공간,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러한 미술 형태는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이는 관람자의 지각 경험을 유도하게 되며, 이와 같은 미술 형태의 변화는 현재 다양한 미술형식에서 발전, 확장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이제 작가들은 점점 더 작품이 놓일 공간과 어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품과 대면하게 될 관람자를 의식하게 된다.
거울놀이 ● "거울이란 사물을 스펙터클로, 스펙터클을 사물로 바꾸고 나 자신을 다른 이로, 다른 이를 나 자신으로 바꾸는 보편적 마법의 도구이다." (1 Maurice Merleau-Ponty, "Eye and Mind" in 『The Primacy of Perception』ed. by James M. Edie. Illinois.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p. 168.) 두 개의 거울을 마주 놓아 보자. 두 개의 거울 사이에 놓인 사람 또는 사물이 거울 표면에 반사되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무한 소급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어 보이는 이미지들은 자세히 보면 그것이 조금씩 차이를 만들어감을 알 수 있다. 차이를 지닌 동일성이다. 두 개의 거울은 끊임 없이 반사되는 이미지를 주고 받는다. 이 한없이 형성되는 이미지들은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이미지들이다. 이러한 거울이 지닌 반사성을 우리의 몸, 그리고 세계 내 사물로 확장시켜볼 수 있을까? 우리가 사물을 볼 뿐만 아니라 사물에 의해 보이는 대상이며, 사물은 그것을 보는 우리 자신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을 펼친 이는 프랑스의 현상학자 M.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이다. 우리는 사물과 세계를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며 지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보는 주체인 동시에 보이는 대상이게 된다. '사물에 의해 우리가 보이는 것'은 사물의 관점으로 우리 자신을 보게 됨을 말한다. 우리는 사물 그리고 세계와 수시로 주객이 바뀌는 가역적인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보이는 대상은 보이지 않는 것을 안감으로 갖는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것은 숨겨진 의미이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의도를 뜻한다. 즉 보이는 것이 존재의 현상이라면,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의 의미이다.
이러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주체와 대상, 지각과 반성의 가역성을 존재 원리로 제시하는 그는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예술이며, 특히 그 중에서도 회화라고 하였다. 회화는 봄의 의미를 드러낸다. 그리고 화가들은 자신의 몸을 빌어 세계를, 그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의미들을 가시적인 것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화가들은 세계와 가역적인 관계에 놓인 우리가 대상을 보는 것이 결국 대상을 보는 우리 자신을 본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아왔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세계는 반사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그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들 자신의 모습을 자주 그려왔고, 거울 이미지를 화면에 그려 넣기도 했다. 거울 이미지는 화가들이 '보는 주체'를 보이게 해주는 일종의 '기계적 트릭'이었다. 거울은 보는 몸과 보이는 몸의 역학관계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 보는 대상이 결국 보는 자기 자신이라는 반성적 깨달음을 주게 된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화가들이 이용했던 거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주체와 세계, 지각과 반성과의 가역성을 암시하는 매체이다. ●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55점의 작품은 각각 하나의 거울을 상징하게 된다. 두 개의 거울이 마주 놓인 것처럼, 바라보는 관람 주체와 끝없는 가역적 관계에 놓이는 작품들은 매 순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게 된다. 무한하게 반사되는 의미들은 반복이 아닌 차이와 변화의 결과물이다. 메를로-퐁티가 보았듯 그의 생애 이전의 회화뿐만이 아닌 현대 미술에서 보이는 다양한 매체의 작업들은 우리와 세계의 가역적 관계를 드러내고 봄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해주는 거울 아닌 거울이고, 사물 아닌 사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와 작품, 작품과 관람자,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오고 가는 끝없는 의미들의 교환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시선, 일상, 예술 그리고 공간 ● 이번에 참여한 55점의 작품들을 보면, 동시대 미술의 다른 기획전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들의 다양한 매체와 장르로의 넘나듦을 알 수 있다. 회화, 사진, 영상, 판화 등 이러한 다양한 매체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을 보면, 매체 자체에 천착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할 수 있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를 카테고리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들이 존재한다. 첫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현상, 기억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시선과 해석을 볼 수 있다. 둘째, 현대의 일상성에 대한 주목을 통해 인간, 문화 그리고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시도한다. 셋째,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간에 대한 관심인데, 여기서 공간이란 실제적, 개념적, 가상적 공간 모두를 가리킨다. ● 먼저, 첫 번째 특징인, 사물과 현상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시선이 두드러지는 작품들로는 김경미, 남여주, 백인혜, 송은주의 작품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자연에 자기 자신을 투영시키거나 인간의 모습을 자연으로 은유화한다. 인류 문명의 위대한 발명품인 종이를 빛의 파편으로 형상화한 장은의의 영상 작업과 캔버스를 수틀처럼 사용하여 바느질 작업을 선보이는 김수자의 작업은 작품의 소재와 주제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기억에 대한 작가들의 해석은 박향림, 손인선, 윤정선, 이고운, 정영경의 작업에서 볼 수 있다. 색점의 반복이라는 노동의 과정을 통해 개인적 기억과 사고의 표출을 보여주는 윤경미의 작업, 기억 속의 시간과 장소를 전시장소에 재구성한 정승희, 알 수 없는 형상들의 조합을 통해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 대한 나르시시즘을 보여주는 제유성, 정경미, 그리고 삶의 끊임없는 순환과 반복을 표현한 조기주, 기억의 순간성을 목탄의 물질성과 교묘히 중첩시키며 표현해낸 허윤희의 작업도 기억에 대한 작가들의 개인적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인물, 사물, 풍경 등의 극사실적 표현을 통한 작가의 독특한 개인적 시선을 드러내는 이광호, 김수진의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며, 동물을 작가 자신으로 의인화한 권오신, 조강신의 작품도 흥미롭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를 상기시키듯, 반복된 패턴을 그려내고, 플라모델을 스마트폰 형태로 재현한 김영지, 주연(김현숙)의 작업은 두 번째 특징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또 다른 작가들은 익숙한 것에 대한 낯선 시선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러내며 인식에 대한 문제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박성연, 김채원, 오민정이 이에 속하며, 일상적 사물이 갖고 있는 함축된 의미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이승희, 일상적 사물에 남아있는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이주은의 작업도 포함된다. 이 밖에도 장수임, 일상의 음식재료를 통해 힐링을 이야기 하는 전영경, 일상의 사물의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의미에 흥미를 갖고 있는 최우진의 회화 작업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보는 것과 이미지의 문제를 다루는 김정효, 조선시대 미술의 재현을 통해 회화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는 김효선, 연출된 공간이 그려내는 상상의 풍경 속에서 현실과 예술의 관계를 고찰하는 문경원의 작품 등은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거대한 사실적 회화에 표현된 사물의 실재는 물감 덩어리일 뿐임을 드러냄으로써 어떤 보이는 것의 실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장희정, 회화의 물질성과 회화를 통한 존재에 대한 고찰을 시도하는 전영희, 창작, 관람자와의 관계를 설치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와 방법론으로 보여주는 정선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는 조덕현의 사진 작업도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다. ● 마지막으로 공간에 대한 주목은, 책을 하나의 디지털 개념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소통의 문제를 다루는 강애란, 우리가 사는 도시 또는 낯선 도시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실재의 공간과 거기에 유추되는 추상적 개념의 공간을 이야기 하는 김홍식, 김효정, 사적 공간인 집을 표현함으로써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경애, 그리고 TV라는 매체를 소재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와 그 영역 파괴를 흥미롭게 표현한 임선희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 뒤섞인 사물들, 새로운 공간인 제3의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던 허정원, 이귀영 등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 이 밖에도 진주 구슬이라는 수동적 대상에 자신을 투영시키는 고산금의 작업과, 텍스트가 지닌 반성적 차원에 대한 김희수의 철학적 작업, 동물의 뼈, 거미줄과 같은 자연소재를 통해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해온 오경아, 디지털 시대에 존재하는 익명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승아,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요구에 대한 갈등을 비단 천이 담긴 영상작업으로 보여주는 전보경, 파괴되는 자연과 생명체, 즉 환경문제를 비판하는 차명임, 역사와 개인의 관계, 문명과 개인의 관계를 시각화한 추유선, 김미옥의 작품 등 다양한 주제와 그에 대한 여러 관점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나가면서 ● 서문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국내에서 동문전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에 채림전은 더 나은 전시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필요하였다. 기획전으로 변모하면서 작가들은 하나의 컨셉 아래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각자의 작업에서 그 컨셉을 발전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각자의 작품 세계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채림회 멤버들의 단단한 결속력과 작품에 대한 열정은 채림전의 더 나은 작품과 전시를 기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번 출발을 바탕으로 채림전의 무궁무진한 발전 그리고 더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 정소라
□ 부대행사 4월 8일 5:00pm / 오프닝 리셉션 Art Talk - 한국 현대미술의 현상과 이면 섹션 1 / 현대미술을 말하다 4월 8일 5:30pm / 이건수 (월간미술 편집장) - 현대미술의 현장과 동행 4월 9일 11pm / 박정자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 대학원 강사) - 마네의 현대성 섹션 2 / 창작, 작가, 공간 4월 10일 3pm / 김장언 (독립 큐레이터, 미술평론가) - 3개의 이미지 4월 11일 3pm / 김영애 (프랑스 파리8대학 박사과정) - 매체, 미디어, 재매개 사이의 현대미술 (ContemporaryArt:Museum,Media.Remediation) 섹션 3 / 작가와 관객, 작품의 길항 4월 12일 1pm / 서진석(대안공간 루프 대표) - 작가와의 대화 4pm 류한승(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신진작가와 미술계의 만남
Vol.20130408f | 거울 사이: 무한 가역성 Between Mirrors: Infinite Reversibilit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