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411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스테파니 오뱅+아르노 바우만 Stéphanie Aubin+Arnaud Baumann(프랑스) 마갈리 샤리에 Magali Charrier(프랑스/영국)_지나 자르네스키 Gina Czarnecki(영국) 빌리 도르너 Willi Dorner(오스트리아)_니콜라 플로크 Nicolas Floc'h(프랑스) 윌리엄 포사이스+티에리 드 메이 William Forsythe+Thierry De Mey(미국/프랑스) 알랭 그스포너 Alain Gsponer(스위스)_데이비드 힌튼 David Hinton(영국) 쉘리 러브 Shelly Love(영국)_질리안 웨어링 Gillian Wearing(영국) 라마티크 Rammatik(Rannvá Káradóttir and Marianna Mørkøre페로 아일랜드/영국)
후원 / 코리아나 화장품
관람료 / 일반_3,000원 / 학생_2,000원 / 단체(10인이상)_1,000원 할인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Coreana Museum of Art, space*c 서울 강남구 신사동 627-8번지 Tel. +82.2.547.9177 www.spacec.co.kr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코리아나미술관은 2013년 첫 기획전으로 『퍼포밍 필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 연극, 무용 등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신체 움직임을 무빙 이미지로 제시하는 미디어 영상 전시이다. 질리안 웨어링과 니콜라 플로크 등 예술가의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비디오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윌리엄 포사이스와 빌리 도르너와 같은 전위 안무가와 영상 아티스트의 공동작업, 데이비드 힌튼과 알랭 그스포터 등 영화감독 및 영상작가들이 제작한 필름 등 14점의 영상작품들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와 무빙 이미지의 미학적 연관성과 현대 사회문화와 상호작용하는 수행적인 몸(performative body)의 의미에 주목하고자 한다.
『퍼포밍 필름』전에서 퍼포먼스와 무용, 연극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들을 '몸짓의 시각언어'라는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우선 퍼포먼스와 무용이 서로 접합하면서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요한 순간을 차지해갔던 역사적, 그리고 현재적 사실에 근거한다. 카바레 볼테르에서의 열정적인 다다 퍼포먼스가 수잔 페로테(Suzanne Perrottet) 등의 당대 전위 무용과 적극 연합하였고, 1960년대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가 저드슨 무용단(Judson Dance Theater)의 중심인물로서 이본느 라이너(Yvone Rainer),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시몬 포티(Simon Forti)와 교류하며 현상학적 신체에 주목하였던 미술사의 장면들을 추억한다면, 그리고 자비에 르 루와(Xavier Le Roy)와 얀 파브르(Jan Fabre),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 등의 안무가 미술관 곳곳에서 출몰하는 작금의 현상들을 떠올린다면, 더 나아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대규모 미술관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무용과 현대미술' 전시를 바라본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현대미술과 무용이 어떠한 대화와 에너지를 공유했느냐가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의 지향점은 퍼포먼스와 무용, 연극 등을 통합하는 비물질성으로서의 몸짓 언어가 무빙 이미지와 연동되면서 어떻게 우리의 지각을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유와 해방의 언어로서 어떻게 우리 몸과 삶에 침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데에 있다.
Fluid Body ● 무대라는 실제 공간이 아닌 영상이라는 압축된 시공간에서 대안적 방식으로 제시되는 퍼포밍 바디들은 배역이나 인물로서가 아니라 시각적 디자인으로 재구축된다. 카메라 프레임의 복잡한 유영과 이미지 프로세싱은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공간, 퍼포머들의 시선교환과 미묘한 긴장까지를 세심하게 포착해 낸다. 또한 파편화된 신체나 세포의 형상 등 복합적인 접합과 비정형으로 신체 이미지를 변이시키기도 한다. 숨겨진 신체 세부 공간을 들추는 카메라의 눈은 신체를 둘러싼 '시각적 무의식의 세계'를 건져 올리면서 새로운 지각경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생물학적 한계와 인공 자연의 이분법을 초월하고 시간과 공간의 논리성에 도전할 수 있는, 무빙 이미지로 재구성된 신체는 살아있는 실체보다 더 '유동적인 fluid' 신체를 구성한다. 예로, 윌리엄 포사이스의 안무공연 「One Flat Thing」을 티에리 드 메이가 영상으로 번안한 「One Flat Thing Reproduced」은 실제 무대에서는 포착하기 힘든 미궁의 공간 속으로 카메라를 침투시켜 땀과 숨소리, 아이 컨택을 포함하여14명 댄서들 움직임의 미세한 텍스츄어를 건져 올린다. 카메라 프레임의 위 아래 복잡한 흐름은 더 많은 지각을 용인하면서 화면을 하나의 거대한 무질서의 극장으로 만든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상 설치 작가 지나 자르네스키의 영상 작품 「Cellmass」는 카메라의 눈을 통한 시각적 무의식의 영역을 상기시킨다. 호주 댄스 시어터 무용수들의 신체 이미지들은 조합되고 상호작용하여 세포와도 같은 복잡한 덩어리를 이루면서 질감이 풍부한 타블로를 만들어낸다. 복합하게 얽힌 신체들은 흐르고 증식하고 돌연변이하는 새로운 신체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이미지의 세계에서 백일몽과도 같다. 이 작품은 또한 유전, 진화, 병 등 인간을 둘러싼 생물학적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Performative Body ● 『퍼포밍 필름』 전에서의 움직이는 신체가 영상으로 코드화된 몸이라 할지라도 전시작품 중 상당수는 공공 영역에서 '수행'된 실제 퍼포먼스를 근간으로 한다. 퍼포머들의 몸은 지각적 대상이라기 보다는 현실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주체로서 공적 공간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몸들과 상호 반응하며 사회적 맥락을 획득한다. 중요한 것은 신체 자체가 아니라 '수행하는 몸'이 현재 사회 문화적 지점과 연결고리를 가진다는 것이고, 또한 그것이 관람자의 신체 속에서 사회적 심리적 반응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쇼핑센터라는 공공장소에서 춤추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에 몰입해 있는 질리안 웨어링의 비디오 퍼포먼스 「페컴에서의 춤(Dancing in Peckham)」은 공공의 영역과 사적 영역이 충돌하는 지점에 대한 신체 퍼포먼스적 탐구이다. 공적 공간 내에 개입한 신체 퍼포먼스는 빌리 도르너 안무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한정된 무대가 아닌 공공 장소에서의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 존재와 그들을 둘러싼 도시 내 외부 환경의 유기성을 언급해왔다. 퍼포머들이 도시 공간 곳곳에 침투하여 '수행'한 신체-설치로 도시주민들이 주변의 건축환경을 재사유하도록 초청한 「도시공간에서의 신체(bodies in urban spaces)」로부터 가구 오브제와 퍼포머의 인터랙션으로 의미가 완성되는 「위 아래 사이(above under inbetween)」에 이르기까지 빌리 도르너의 안무적 퍼포먼스는 그 방점이 신체 자체에 있기 보다는 인간 존재와 내외로 연결된 환경과 오브제들에 있다. 즉 그의 퍼포먼스는 우리의 모든 사회적 행위들과 몸짓들이 주변 도시 환경의 모든 건축적 오브제들과 연쇄고리를 형성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현실참여적이고 정치적인 신체 퍼포먼스의 '수행적' 특성은 알랭 그스포너의 「구역 나누기(Der Zonenplan)」에서 극에 달한다. 이 작품은 그린피스 캠페인의 일부로서 스위스에 신축예정인 핵발전소의 건설을 반대하는 집단 퍼포먼스 영상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지원자들의 플래시 몹을 촬영한 것이다. 핵발전소 증축의 위험성에 동감한 수천 명의 자발적 참여로 '수행'된 「구역 나누기」 퍼포먼스는 SNS를 통해 핵 위험성에 관한 격렬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공공투표를 이끌어내었다는 점에서 수행적인 몸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개인, 역사, 사회, 제도를 가로질러 의미망을 산출하는 '퍼포밍 바디'는 어찌보면 몸으로 쓰는 대안적 사유행위와도 같다. 『퍼포밍 필름』 전에서의 움직이는 신체들은 퍼포머티브하고 정감적인 미적 경험을 전달하면서, 우리의 지각경험을 확장시키고 언어와 논리의 영역을 넘어선 지점에서 다시 작동하고 있다. ■ 배명지
Vol.20130407e | 퍼포밍 필름 Performing Film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