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404_목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K_대구 SPACE K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600-2번지 2층 Tel. +82.53.766.9377 www.spacek.co.kr
스페이스K_대구에서는 봄을 맞아 사진 기획전 『유머러스(humor:us)』를 마련했다.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사진의 해학적 번역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오석근, 옥정호, 조습 등 세 작가의 작품 21점을 선보인다. 희극적 내러티브로 현실을 포착해온 이들은 사회 모순과 폐해 그리고 그 속에서 무너지는 개인의 비극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한 상황극으로 번안한다.
교과서를 재해석한 오석근의 작품에는 1980~90년대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철수와 영희'가 등장한다. 이들의 모습을 본 뜬 인형 탈을 쓴 두 남녀는 포르노그래피를 보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 교과서에는 결코 볼 수 없는 내용을 재연한다. 작가는 이른바 '국민학교'로 불렸던 과거의 초등학교를 다닌 주변 사람들로부터 음울하고 충격적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수집하여 교과서를 재구성했다. 철수와 영희를 통해 우리나라의 관습적 교육의 문제점과 그 사각지대를 고발하는 오석근의 작품은 강제와 관습의 교과서를 전복하는 번외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옥정호는 요가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코믹하게 비판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안양의 공공장소에서 무지개 색 타이즈를 입은 무용수를 등장시킨 '안양 무지개' 시리즈와 갯벌에서 작가 자신이 요가 동작을 취한 '뻘밭 요가' 시리즈이다. 작가는 안양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요가적 요소를 한층 발전시켜, 스스로 양복차림을 한 채 갯벌에서 요가 행위를 벌임으로써 색다른 자기 수행적인 작업을 완성했다. 일종의 퍼포먼스와 연장선에 있는 그의 작품에서 작가가 몸으로 쓴 기호들은 주위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냉소하는 장치가 된다. 특히 권력과 자본의 기호에서 벗어난 갯벌은 안양의 공공장소보다 훨씬 탈맥락화된 장소성을 강화하면서 요가 행위의 언어적•상징적인 기호와 불협의 대비를 연출한다.
마지막 작가인 조습은 사진은 물론 퍼포먼스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하게 사회 현상을 풍자해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달타령' 시리즈는 도시 빈곤층의 삶을 들여다보는데, 작품에서 달타령은 풍년을 기원하는 신명나는 노래가 아니라 달을 향해 읊조리는 하소연에 가깝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도시 빈민을 '학(鶴)'에 투사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직접 학으로 분장하여 카메라 앞에 섰다.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후기자본주의의 냉정한 경제 논리에 따라 갈 곳을 잃어버린 학은 도시의 낯선 이방인이자 타자인 셈. 남루한 차림의 학은 고달픈 변두리 인생들을 돕고자 하지만 이 또한 수월치 않다. 재개발 현장에 철근과 뿌리가 드러난 건물과 나무를 배경으로 좌충우돌하는 학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네의 삶을 대변하여 웃음과 슬픔의 묘한 페이소스를 전달한다.
이렇듯 사진 3인전 『유머러스(humor:us)』의 작가들은 다수가 침묵하고픈 불편한 진실에 대해 직시를 강요하기보다는 수사적 유머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사실(facts)을 외면하지 말라고 우회적으로 호소한다. B급 영화의 통속 취향을 시종일관 고수하며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씁쓸함조차 위트로 전치시킨 이들의 작품은 실소 끝에 극적인 반전을 유도한다.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인가. 바로 그들에게 유머란 오늘의 사회상과 그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는 또 다른 수법이자 자기성찰의 방식일 것이다. ■ 스페이스K
Vol.20130406f | 유머러스 humor:u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