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405_금요일_02:00pm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안상철미술관 AHNSANGCHUL MUSEUM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 215-3번지 Tel. +82.31.874.0734 www.ahnsangchul.co.kr
연정이 세상을 떠난지도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고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는 그 시대를 성실히 살았던 이들의 결실이므로 그것으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연정이 떠난 지 20년 만에 그의 대표작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지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외진 곳에 위치하여 불편하시겠지만 찾아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 나희균
혼승백강(魂昇魄降), 사람이 죽으면 시신(체백)은 땅으로 가고 영혼은 하늘로 간다고 예전부터 사람들은 믿어 왔다. 그래서 현재 열리는 많은 추모의식의 시작은 그 혼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로, 맨 먼저 향을 피운다. ● 한국화의 현대성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조형실험의 선구자였던 안상철(아호 연정然靜, 성신여대 학장 지냄)의 주된 작업은 '영(靈)' 시리즈다. 연정 작업의 넋을 다시 만나기 위해 20주기 회고전이 안상철미술관에서 열린다. ● 작고 10주기인 2003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추모전이 열린 이후, 20주기를 맞아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총 36점이 전시된다. 수묵화를 중심으로 한 초기작부터 후기의 오브제 작업인 영 시리즈까지, 생의 모든 핵심적인 작품들이 전시된다.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국전 수상작품들을 비롯한 수묵화로 1950, 60년대 작품들이다. 「잔설(殘雪) 1958, 7회 국전 부통령상」 「청일(淸日) 1959, 8회 국전 대통령상」 「홍매병풍(紅梅屛風) 1960」등이 해당된다. 두 번째는, 오브제로 1960년대에서 말년까지의 작품들이다. 이중 1961년 작품 「몽몽춘(朦夢春)」은 종이에 수묵으로 추상적인 선을 그리고, 흰 점을 드리핑한 후 그 위에 돌을 부착시킨 것이다. 오브제를 화면에 부착시킨 것은 우리나라 동양회화에서 최초로 시도된 실험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고목에 채색하고 그 위에 소형모터를 붙인 1991년 작인 「영(靈)―91」은 1962년부터 만들어온 '영' 시리즈다. ● 세 번째는, 실험적인 채색화들로 70년대에 그려진 「설경(雪景) 1975」 「목련 1976」 「백매(白梅) 1977」 등의 작품들이다. 화선지를 밑바탕으로 한 수묵담채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을 거쳐 새로운 종이와 기법에 의해 그려진 것들이다. 잘 찢어지지 않는 크라프트지나 와트만지 위에 호분(흰색안료)과 아교를 혼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아교의 수축하는 성질과 호분의 선명한 발색에 의해 얼룩과 번짐의 우연적이고 신비로운 형상을 유도하여 제작하는 방식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은주 학예연구원은 "전통회화의 현대성 모색을 다룰 때, 안상철에게서 비롯된 한국화의 입체적 모색은 중요하다"고 하면서 "연정의 영(靈)은 종교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써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에너지"라고 평하였다. ■ 최익진
영(靈)에 대한 단상 ● 지난 여름 일본의 出光미술관에서 銀時代의 청동기를 봤을 때 나는 내가 지향하고 있는 동양정신의 구현을 바로 만났다고 직감했다. 그것은 한 예에 지나지 않고 백록색의 이끼가 낀 古色이 창연한 바위나 고옥의 기와의 이끼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오랜 풍상에 주름잡힌 나무들의 표피는 흡사 노파의 얼굴같기도 하고 바위와도 같이 보인다. 그런 오랜 세월이 지나간 자욱들은 나에게뿐만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태고적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할 것이며 그것은 다시 우주의 생성의 신비에로 우리를 이끌어 갈 것이다. 사람의 지혜로서는 알길이 없는 방대하다고 할까 어떤 커다란 원동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우주는 그 시간의 흐름을 바위에 새겨놓고 있다. ● 사람에 있어 靈이란 육체내에 있으면서 살아 있는 동안 지니고 있다가 육체는 죽더라도 남아서 누군가에 의해 면면히 이어져가는 것이 아닐까. 靈은 확실히 인간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며, 그것은 불가피하게 우주의 원동력과 같은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그러한 靈의 무수한 태어남이 이어져서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민족성이 오랜 세월동안에 이루어지고 그것이 문화를 창조하게 되는 것이리라.
동양화의 지필묵(紙筆墨)은 중국에서 발달하고 특히 남종화에선 산수를 하나의 이상향으로 표현하였다. 비단이나 닥종이로 만든 화선지는 번짐이 특징이나 표현이 제한되어 있다. 동양적인 靈을 현시대에서 표출하는데 있어 꼭 화선지를 써야 하는가. 나는 그래서 화선지를 떠나서 여러종류의 종이를 써서 실험해 봤고 안료에 대해서도 종이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오랜동안 연구하였다. 그 결과 크라프트紙라고 하는 누런 종이에 얼룩지게 하여 바위의 질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체질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바위와 나무에 대한 애착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이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동시에 바위나 나무를 직접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움텄다. 그것은 동양화에 있어서의 입체화이므로 혁시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차 있었는데 학교로 가는길에 우연히 괴목으로 테이블을 만드는 집 담 너머로 오래된 나무들이 높이 쌓여 있는 것을 봤다. 나는 주인에게 청하여 못쓰는 부분들로 여러 토막 얻어서 이리저리 맞춰보았다. 아주 마음에 드는 토막이 있기도 하고 잘 맞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며칠을 두고, 맞춰보고 톱질하고 못도 치고 층을 만들어 깊이를 주고 사이사이에 바위 조각을 부치고 이끼색으로 채색을 하여 벽에 걸도록 하였다. 전에는 종이에 직접 바위 조각을 붙였으나 오래된 고목의 살결이 바위에 더욱 가까운 느낌을 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74년에는 괴목으로 완전히 입체작품을 만들었는데 산수와 너무 비슷하여 마음에 안들었다. 작년과 올해에는 순수하게 나무의 형태를 오브제로 보고 나무의 선택과 배열에 마음을 썼다. 커다란 나무의 껍질 부분과 자그마한 나무토막들을 대비시켜서 고저와 대소를 대조적으로 대 위에 배치하였다. 결국 평면이거나 입체이거나 나의 작품에 내재하는 것은 같은 것이고, 靈의 연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꽃나무의 그림이거나 마른 괴목을 소재로 한 입체작품이나 같은 성질의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요즈음 盆栽를 가꾸기 시작하였다. 얼마전에 晋州에 내려가 어느 농장에서 팽나무 두 그루, 느티 두 그루, 석류 한그루를 구하였다. 느티는 둥치가 한아름쯤 되는 큰 나무를 잘라서 만든 소재인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 나무들을 모래에 심어서 3,4개월 정도 지나면 뿌리가 나고, 봄이면 움이 터서 새싹이 올라오는 것이 신통하기 그지 없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밤새 잎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고 가지가 제멋대로 자란 것을 내 마음 대로 잘라서 모양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 가을엔 단풍이 지고 비닐온실에 넣어두면 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 이끼도 살아 운치가 있다. 자연 그대로의 나무들도 좋지만 나의 손때가 하나하나 묻어있고 가깝게 두고 볼 수 있는 盆栽들은 生命의 鐵則, 왕성한 成長力 신비로운 이치 등을 쉴새 없이 일깨워준다. 간혹 잘못되어 말라 죽는 나무를 보면 한없이 마음이 아프고 좀더 보살펴 줬더라면 살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오래도록 남는다. ● 이들 자연이나 사람이나 우주나 모두 눈에 보이지 않은 에너지에 의해 지탱되고 성장하고 번식하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物質을 지탱하는 것은 靈 인 것이다. (『공간』 1978년 12월호 "작가의 자작(自作) 수상(隨想)"中) ■ 안상철
- 오시는 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 버스 정류장에서 오후 1시 정각에 351번을 타면 1시 30분에 미술관 앞에 도착. 또는 오후 1시10분, 4시10분에 15-1번(자주색 마을버스)타고 '한우마을'정류장에서 하차. - 가시는 길 구파발 방면 버스 2시35분(351번), 3시25분, 6시25분(15-1번 자주색 마을버스)에 미술관에서 좌측 길로 400미터(5분) 올라가면 '한우마을'정류장에서 타면 된다.
Vol.20130402e | 안상철展 / AHNSANGCHUL / 安相喆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