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313_수요일_05:30pm
참여작가 고은주_구모경_김미화_김정수_김주령 문혜림_박미리_박소영_박지영_박지은 서민지_서수영_신학_안종임_오수경 유기재_유영경_유희승_윤형선_장은우_조원희
관람시간 / 11:00am~06:00pm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 GONGPYEONG ARTCENTER GONGPYE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공평동 5-1번지 공평빌딩 2층 제2전시실 Tel. +82.2.3210.0071 www.seoulartcenter.or.kr
새봄, 길을 묻는 그대에게... ● 봄이다.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고 죽은 듯 숨죽이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비록 땅이 풀리고 햇볕이 따사롭지만 신생을 노래하기에는 첩첩한 관문들을 거쳐야 한다. 장차 닥칠 꽃샘추위와 가뭄, 그리고 한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장마, 불시에 불어 닥치는 폭풍우까지 감내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하물며 이 이른 봄에 수확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 무릇 살아있는 것들의 살아감이란 모두 그러할 것이다. 모진 시련과 풍파는 살아있음의 확인이다. 이를 여하히 견뎌내고 내일을 도모할 것인가가 바로 삶의 과제인 것이다. 소나무는 삶의 상처를 나이테로 아로 세기며 대들보로 성장하고, 과실수들은 감내한 역경의 세월을 달콤한 과즙으로 확인시킨다. 화초들은 화사한 꽃잎으로 자신이 생존을 확인하고, 심지어 이름 모를 잡초들조차 모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삶의 한 켠을 부여잡는다. 무릇 살아있는 것들의 삶이란 모두 그러할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 역시 삶의 한 양태이기에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답이 없는 문제를 부여잡고 평생을 일관해야 하는 것 같은 작업은 어쩌면 천형과도 같은 고통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 봄볕의 따사로움이기보다는 차라리 한 여름의 폭서나 한 겨울의 혹한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붓을 드는 이들은 이를 소질이나 믿고 스스로 그 길을 걷고자 한다. 훌륭한 대들보로서의 기약도 없거니와 달콤한 과일이나 화려한 개화를 꿈 꿀 수도 없지만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니, 그것은 어쩌면 숙명일 것이다.
『동행 - 새봄에 길을 묻다』전의 작가들 역시 이러한 인식과 상황에 별반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천부의 자질에 대한 확인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가운데 자신이 처한 현실은 추수의 계절을 기약하기는커녕 계절조차 분간키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할 무엇인가가 자신으로 하여금 붓을 들게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실존의 확인이며 존재의 의미일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 소나무는 곱고 기름진 흙에서는 자라지 못하여 낙락장송이 될 수 없고, 물가에 심어진 나무는 깊게 뿌리를 내리지 않기에 폭풍우를 견디지 못한다. 차가운 바위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나 도심의 아스팔트 틈새에서 피어나는 민들레의 지극한 생명력에서 외경심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일상의 자연에 투영된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농부는 튼실한 묘를 얻기 위해 씨를 모아 뿌린다. 서로 의지하며 춥고 외로운 계절을 나기 위해서이다. 이윽고 봄이 되면 이들을 점차 자신의 공간을 부여받고 생장을 시작한다. 점차 그 공간을 확대하며 결국 스스로의 영역을 확보하게 되고, 자신의 삶의 양태에 따라 나무가 되고 과일이 되며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꾸미게 마련이다. 어쩌면 이번 전시의 초대작가들이 마주하게 될 삶의 역정이 그러할 것이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한 없이 차가운 눈 녹은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 순간은 외롭고 처절하며 불안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이 시련을 이겨내는 효과적인 방편은 바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의지가 되어 주는 것이다. 홀로 벌판에 선 나무는 큰 나무로 자랄 수 없다. 서로 부대끼며 서로 바람을 막아주고 그늘을 만들어주고 햇살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서로의 존재와 위치를 확인하고 인정할 때 우리가 묻는 길은 보다 명료하게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가는 길에 서로가 서로에게 벗이 되고 스승이 되어 준다면 장차 마주하게 될 멀고 먼 여정을 보다 의미 있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마 이 새봄에 우리가 서로에게 길을 묻는 이유일 것이다. ■ 김상철
Vol.20130313g | 동행, 새봄에 길을 묻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