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餘情)-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

김선강展 / KIMSEOUNGANG / 金仙茳 / painting   2013_0312 ▶ 2013_0325

김선강_여정(餘情)_빠져들다(sink into something)_장지에 수간분채_208×250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스칼라티움 아트 스페이스 SCALATIUM ART SPACE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8-10번지 Tel. +82.2.501.6016 www.scalatium.com

화가는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그리려고 한다.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정보들을 자신의 심상(心相) 안에서 새로운 자기만의 언어로 정리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언어를 통해 '나'다운 것을 화면에 표현하기를 원한다. 본인의 작업 또한 '나'다운 것을 찾아가는 여정(餘情)이라 할 수 있다. ● 화가의 작업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진실 된 자아를 찾아가는 길고 긴 행보라고 생각한다. 진실과 거짓, 통제와 자유, 실체와 허상이 서로 뒤엉켜 구분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가장 나다운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이루고 싶은 미래는 어떤 것인가? 이 같은 물음들을 무수히 되 뇌이며 작품을 구상하고, 삶을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을 표현해 보려 하였다. ●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에서 보여 지는 색채의 의미와 그것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위해 사용된 질감들을 좀 더 선택적으로 집중하거나 생략하면서 작가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순수한 감정을 확실히 드러내 보이려고 노력 하였다. 작가 본인의 본질을 찾아가는 자아의 이미지로 민들레를 선택했고 그것을 매개로 좀 더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극한의 탈피를 통해 불확실하던 미지의 세계를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가는 민들레의 자유롭고 강한 생명력을 작가의 참된 자아에 이르는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듯이 이제까지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삶의 본질을 찾는 여정(餘情)을 계속 할 것이다. 여정은 마음 속 깊이 아직 남아있는 정이나 생각으로, 체험하고 느껴서 깊이를 더해가는 감정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남아있는 여행의 시간 이란 의미도 포함한다. 이는 작품을 하면서 늘 염두(念頭)에 두고 있는 생각이다. ● 이 같은 여정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듯이 이제까지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내 자신을 찾는 여정(餘情)을 계속 할 것이다. 여정은 마음 속 깊이 아직 남아있는 정이나 생각으로 체험하고 느껴서 깊이를 더해가는 감정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남아있는 여행의 시간 이란 의미도 포함한다. 이는 작품을 하면서 늘 염두(念頭)에 두고 있는 생각이다. ● 거친 바람이 민들레에게 오히려 강인함을 주는 힘이 되듯이 나에게 일상 속에서 격 게 되는 시련들은 나의 여정을 좀 더 절실 하게 끌어안는 힘이 되어준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선택한 길은 항상 희미하고 어렴풋하다. 그 길을 불완전한 희망에 기대어 조금씩 찾아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찾아가야하는 삶의 길이며 본질에 이르는 여정(餘情)일 것이다. (2013년 2월 20일 푸른 밤 한가운데서 ... ■ 김선강

김선강_여정(餘情)_파이팅!(way to go!)_장지에 수간분채, 금분_100×100cm_2013

비움과 채움 사이의 경계에 서다.-김선강의 작품세계 ● 한국미(韓國美)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대해 겸허하며 인위적(人爲的)이지 않고 자연의 순리(順理)에 따르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있어서 미의 방식이란 삶을 영위하는 방식 그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었기에 일체의 모든 삶과 생활 속에서 모든 것들을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대로, 모자라거나 넘쳐나지 않는 자연의 법칙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였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만들어 낸 예술품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친근하며 소박한 느낌을 주면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기쁨과 슬픔, 생동감 등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담론과 화두(畵頭)들이 논쟁의 쟁점이 되고 있는 현대미술은 새롭고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하여 점점 더 다원화(多元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숨가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순수 평면회화만을 고집하면서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그것도 전통적인 한국적 사유와 색감을 찾아나간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대단한 결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작가 김선강의 작품이 그렇다. 그의 작품은 여성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일관되면서도 다양한 모색과 탐색과정을 거쳐 탄생된 작품을 통해 잔잔한 여운의 감동을 던져 주고 있다.

김선강_여정(餘情)_그리고 나(and me)_장지에 수간분채_65×65cm_2013

시간의 흔적으로서 색채공간과 형상 ● 1992년 첫 개인전을 선보인 후, 작가 김선강은 오랜 동안의 침묵을 깨고 지난 2005년과 2006년에 연이어 두 번의 개인전을 가졌었다. 이번 김선강의 작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여성 특유의 감수성과 더불어 작품의 깊이와 작가만의 수고로움이 엿보인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 속에는 '시간의 흔적'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여백과 배경이 되고 있는 공간의 겹겹이 전착(展着)된 색상의 바다는 정제된 듯한 느낌의 화면과 단색의 색채가 만드는 미묘한 뉘앙스와 함께 부유하듯이 떠오르고 있는 크고 작은 형상 이미지들의 조화로 인하여 마치 그 형상 이미지들이 공간 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은 아마도 작품제작의 근간이 되고 있는 수간채색 기법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색을 한지 위에 채색할 경우, 색상이 한지에 스며들면서 옅어지기 때문에 수없이 덧칠하고 덧칠해야만 깊이 있는 색상이 나오게 된다. 중첩이 많고 아교 농도가 진할수록 색이 짙은 진채(眞彩)가 되고, 묘사가 많고 아교의 농도가 옅을수록 비로소 수채화 느낌이 나는 수간채색이 되는 것이다.

김선강_여정(餘情)_내가 가는 길(my way)_장지에 수간분채, 금분, 운모_53×45cm_2013

서두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김선강은 한 작품을 위해 수십 번의 붓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문지르고, 흩뿌리는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가의 여백 공간은 말 그대로 작가내면의 깊이만큼이나 심연(深淵)의 깊이와 함께 여성 특유의 감성을 간직하게 된다. 의미가 없는 단순한 붓질 같기도 하고 대상을 옮겨 그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작가만의 사연들과 기억, 감정의 편린들이 함께 표현된 것으로, 이 과정에서 물감을 칠하고 다시 지워내는 여러 번의 반복된 과정, 다시 말해 '생성과 소멸'이 되풀이되면서 비로소 시간의 흔적들이 얹혀지게 된다. 김선강의 작품의 특징되고 있는 '시간의 흔적으로서의 색채공간과 형상'은 비단 이번 작품들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첫 개인전이었던 1992년의 작품들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보이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다만 이번 작품들에서는 더 밝아진 단색화면 속에서 꽃 이미지들이 점점 더 단순해지면서 군(群)을 이루거나 화면 속에서 마치 부유하듯이 등장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더욱 화려해진 색채는 작가 내면세계의 밝음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얻어진 색채의 중첩은 마티에르가 두껍지는 않지만 여전히 수고로운 과정을 거친 작가만의 시간성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작가에게 있어서 작품의 '제작과정'은 그것에 대한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기교(technic)보다는 '감동'을 표현하려고 의도하는 작가에게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외형적인 표피(表皮)가 아닌 그 속에 내재된 정신성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깊은 상념과 노력의 흔적을 대변하고 있는 겹겹이 쌓인 색채와 그 색채 너머에 겹쳐 있는 독특한 여백의 공간감은 작가만의 조형공간으로 우리는 이 조형공간을 통해 작품 전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김선강_여정(餘情)_changeⅡ_장지에 수간분채, 금분, 석채_72×59cm_2013

사랑, 그리고... ● 김선강이 1992년 서울의 홍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가졌었던 제1회 개인전에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고 일관되게 탐구하고 있는 대상은 바로 '꽃'이라는 소재이다. 우리네 민화의 연꽃으로부터 파생되어진 그의 꽃에 대한 사랑은 여성적인 감수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상일 뿐만 아니라 그가 지속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사랑'이라고 하는 주제를 대변하는 상징물이자 동시에 인간의 따뜻함을 전달하는 메신저(messenger)로서의 매개체이다. 그래서일까. 김선강의 작품에 등장하는 꽃잎이나 꽃술들은 마치 인간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 대화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꽃'이라는 형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수십 번의 붓질과 겹침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 바탕 화면은 단색의 색조로 표현되어 마치 꽃이 만발한 들판처럼, 때로는 꿈속 공간처럼 잠겨 있기도 하고 반복된 붓질로 인해 만들어진 마티에르는 시간의 흐름과 흔적, 시간의 중첩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김선강_여정(餘情)_changeⅠ_장지에 수간분채, 금분_72×59cm_2013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김선강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색면의 공간과 여백의 공간들은 마치 의미 없는 단순한 붓질의 점층 같기도 하고 대상을 추상적으로 옮겨 그린 추상의 바다 같기도 하다. 이처럼 색채의 유희를 다루고 있는 작가의 여백 공간은 작품의 큰 백미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꽃'이란 대상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색채이고 그것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여백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관객과의 호흡과 소통'이다. 소통한다는 것은 어떤 것과의 거리감을 파괴하는 것이고 그래서 친밀해지는 것을 뜻한다. 우리 인간 역시 본성적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과 친근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이 세상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물들과의 소통적 거리를 트면서 존재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은 어떤 친밀성의 공간을 열어놓는 것이다. 예술이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한다면, 예술 역시 사물들과의 소통적 거리를 트면서 존재해야지만 그 존재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이처럼 김선강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꽃' 이미지는 바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호흡하려는 작가의 의지이며 '사랑'을 통해 자기 자신과 관객들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인 것이다.

김선강_여정(餘情)_그대(you)_장지에 수간분채_65×65cm_2013

비움과 채움 사이의 경계에 서다. ● 한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열정적으로 모두 쏟아내어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렇게 고조된 감정을 억제하고 절제하면서 이미 표현된 감정의 찌꺼기들을 지우고 그 흔적들을 비워나가는 과정이야말로 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색채의 바다, 색채의 공간 속에서 '형상을 떠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최근의 작품 속에서 이미지 형상들은 커다란 유기체처럼 하나의 군(群)을 이루기도 하고 반(半)추상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더욱이 이번 작품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밝고 투명한 색채는 역설적으로 구체적인 이미지 형상들을 점차로 지워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비워나가고 있는 김선강의 현재 작업은 여전히 이성과 감성의 경계 사이, 비움과 채움 사이의 경계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비운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자유롭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자유롭다는 것은 마음을 비우고 어떤 형식이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점차로 비워나가려는 작가의 의도는 여전히 그 미련을 부여잡고 있는 듯하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극사실적인 꽃의 형상이나 이미지 형상의 완결성은 역설적으로 여전히 미련과 욕망의 사슬을 끊어버리지 못한 작가 자신의 내면상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미련을 버리고 진정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한층 더 내공이 쌓여져 있을 다음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 이태호

Vol.20130312a | 김선강展 / KIMSEOUNGANG / 金仙茳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