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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생각상자 광주시 동구 소태동 577-2번지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몇 년 전, 광주 근교에 위치한 남평의 작은 작업실이었다. 어둑한 시간과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몇 년 전, 광주 근교에 위치한 남평의 작은 작업실이었다. 어둑한 시간과 석류같이 붉은 빛이 아슴하게 들판에 내려앉을 즈음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숲의 정령'이라는 거대한 작품과 맞닥트리며 전율했던 기억이 있다. ●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정령(精靈)'이 무엇인지, 사전적인 의미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자연이 파괴되면서 자연 안에서 함께할 수 없는 모든 것들에 대한 슬픔과 노여움,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의 양심과 애정에 관한 눈물의 혼(魂)과 영(影)에 관한 정령이었기 때문이었다. ● 다시 한 마리 늑대의 죽음을 본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인간에게 위해를 주었다는 이유로 처단을 당한 가여운 한 마리의 늑대이다. 커다란 나무에 목을 묶인 늑대는 순식간에 나타난 사냥개들에게 뜯기고, 다시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한다. 배가 고픈 늑대가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는 당연하다. 단지, 인간이 그것을 못하도록 결정을 내렸을 뿐. 인간들의 규정은 인간에게 선택적으로 작용할 뿐, 늑대는 인간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들이 말하는 정의는 한낮 자신과 집단을 지키기 위한 욕심에서 비롯된 '이기'일지 모른다.
언제나 삶 속에 내가 있다 ● 언제나 작가의 양심을 외면하지 않았다. 가장 존경하는 조각가 故구본주의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1인 시위를 했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은 부당한 것들에게 의연히 맞서는 '양심'이라고 말했던 작가의 말을 기억한다. ● 언제나 시대의 중심에 우뚝 서서 한발자국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故윤상원 열사의 조각상과,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파괴했던 새만금 물막이 공사와 4대강 사업 앞에서도 자연 스스로의 몫으로 살아남아야하고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 이번 전시 주제는 '광기(狂氣)'로 매우 도발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어쩌면 지금의 상황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는 구호나 외침 같은 느낌이 주조이다. 집단이 개인에게 행하는 위악, 더 나아가 국가가 국익을 대변하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인 패악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현재의 행동은 그 피해자에게는 말 그대로 온전한 패악과 폭력인 것이다. 작가는 여기에 늑대를 오브제로 들춰냈다. 단지 늑대라는 이유로, 인간이 정의한 늑대로서의 관념은 '사람에게 위협적인 동물이며 위해를 가하는 동물'일 것이지만, 사실 늑대가 인간들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자신이 살아왔던 오래전부터의 영역을 오히려 인간들에게 약탈당하고 있을 뿐.
정의는 절대성이 아닌 양심에서 비롯되어야 ● 인간이 호랑이를 죽일 때는 그것을 스포츠라고 한다. 호랑이가 인간을 죽일 때는 사람들은 그것을 재난이라고 한다. 범죄와 정의와의 차이도 이것과 비슷한 것이다. - George Bernard Shaw(조지 버나드 쇼) ● 작가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지니고 있던 중 '조지 버나드 쇼'의 대답에서 그동안의 의문에 대한 답을 구했다. '정의'란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 의미 역시 인간들이 만들어낸 집단 이기주의의 결과일 뿐이다. 문제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식물 모든 것들 중에서 인간만이 가장 으뜸이며, 지구의 모든 것들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기본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지는 '정의'이다. ● 작가는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구는 인간만의 지구가 결코 아니며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동식물들과 같이하는 지구라고 늑대의 죽음을 빗대어 이야기한다. 인간도 지구상 위에 존재하는 동물의 한 종류일 뿐,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정의'다. 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폭탄을 등에 지고 싸우는 건 테러가 아니다. 거대공룡처럼 몸집을 불려가는 싸울 수밖에 없는 빌미를 주는 거대 자본이야말로 위악이며 정의라는 이름으로 싸워야 할 대상인 것이다. ● 작가는 지금, 제주도에 있다. 제주도의 푸르른 바람과 청정바다에 마음을 담그고 여전히 시대적 고민을 하며 자신의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격정의 시간을 보낸 이곳을 떠나서 자신을 올곧게 관조하는 시간도 필요하리라. 다시 돌아오는 날에는 삶에 대해 더 겸손해지고,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볼우물 깊은 웃음으로 마주할 수 있으리라. ■ 범현이
Vol.20130304d | 최은태展 / CHOIEUNTAE / 崔銀台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