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를 찾아서 Finding Neverland

미수가루展 / MISOOGALU / painting   2013_0227 ▶ 2013_0304

미수가루_가을나들이_캔버스, 점토에 아크릴채색_33×53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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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1층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母子가 함께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우화들 ● 정말이지 同名異人은 아닐까? 달라도 너무 다른(?) 두 개의 표현 양식이 한 작가에게서 교차적으로 발표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작가 조미숙은 명품 가방 모노그램으로 화면을 덮은 양식을 특징으로 하는 소위 '냉소적 팝아트' 작가로 알려져 있다. 기호와 기능의 현실적 괴리를 병적으로 드러내는 동시대인들의 허영심을 살짝 꼬집고 있는 데서 호소력을 갖고 있다. 패턴 그래픽 요소가 강하다 보니 다소 사회적 메시지가 묻히기는 하나, 보기에 따라서는 소비 자본주의 환경에 대해 신랄한 제스츄어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시각적 텍스트이다. 그런 작가에게서 전혀 성격이 다른 천진난만한 도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작가의 달라도 너무 다른 양면의 세계... 분명히 흔한 일은 아니다.

미수가루_I love you_캔버스, 점토에 아크릴채색_25×45cm_2012

다분히 기계적일 수 있는 모노그램 그리기에 권태를 느낄 때쯤이었을까, 작가는 아들과 함께 '네버랜드'Neverland 를 찾아 상상여행을 떠난다. 아들이 대여섯 살 유아기에 즐겨 그렸던 공룡 그림들을 캔버스에 재구성하게 된 것이 바로 '네버랜드를 찾아서'Finding Neverland 연작이다. 이 네버랜드 연작으로 개인전을 갖는 것은 삼년만이다. 네버랜드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 즉 이상향이다. 유토피아란 단어도 어원적으로 보면 '없는 곳'No place이다. 하지만 '없다는 것', 그것은 Not being이 아니라 Not feeling이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의 동시대적 삶 자체가 신화를 상실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아이의 상상적 판타지에 자극 받아 돈오적(頓悟的)인 깨달음이라도 얻었던 것일까. 게다가 감성적 회복, 즉 내면의 자기 치유라도 있었던 것일까. 작가 자신의 사회적인, 외적인 모양새를 다 내려놓고 선택한 것으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게 몰입했던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미수가루_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_캔버스, 점토에 아크릴채색_80×40cm_2012
미수가루_동상이몽 同床異夢_캔버스, 점토에 아크릴채색_22×60cm_2012

'네버랜드' 연작은 구성적으로 한편의 劇 같은 공간형식을 취하고 있다. 지점토를 얇은 판재로 만들어 데쿠파쥬decoupage, 즉 오려낸 이미지들이 채색되어 하나의 텍스트로서의 화면에 무대 위 등장인물처럼 배열되는 방식의 그림이다. 동물(공룡)의 의인화를 통해 전해주는 사랑스러운 우화이다. 먼저 무대 같은 화면이 설정되고, 거기에서 형형색색의 공룡이나 물고기 이미지들이 등장하여 사랑의 송가를 부르고 있다. 敍事 가운데 사랑만큼 진지하고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던가. 그 황홀한 감정의 세계를 재치 넘치고 코믹한 터치로 그린 것이 두고두고 떠올려진다. 냉혈의 파충류가 이토록 사랑스럽고 앙증맞은 것은 작가만의 넉넉한 내면과 감정의 폭이 아니면 가능한 일일까 싶다.

미수가루_사랑한다 말할까?_캔버스, 점토에 아크릴채색_33×24cm_2013
미수가루_Finding Neverland_캔버스, 점토에 아크릴채색_90×100cm_2013

작가의 네버랜드 연작은 명품 모노그램을 그릴 때 못지않게 수공적인 노고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캔버스 페인팅이 충실하게 이루어진데다가, 지점토 데쿠파쥬 자체가 많은 손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여느 그림처럼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리랴, 지점토를 판재로 만들어 말리고 오려내고 채색하랴, 그것들을 다시 이야기 플롯에 맞게 캔버스에 극적으로 배치하고 고정시키랴.....하지만 그것은 아들과의 행복한 교감을 떠올릴 수 있는 순간들로서 이미 내면의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특히 데쿠파주를 발전시켜 하나의 퍼즐로 완성한 것은 더욱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점토 판재를 이용하여 관객이 스스로 화면을 완성시키고, 완성시켜 가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서사에 깊이 흡입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인터액티브 작업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작가와 아들이 함께 상상의 여행을 떠남으로써 거둔 값진 경험들을 전시장에서 또 다른 모자들이 공유하거나 분유하길 원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수가루_행복낚기_캔버스, 점토에 아크릴채색_35×27cm_2012

작가가 아들의 그림 소재들을 지나치지 않고 진지하게 채집하여 수용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작가가 일러스트를 전공했던 배경으로 인해 순발력 있게 그 소재들을 잘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미의식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작가는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차별하지 않는 대중주의적 미의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바로 대중주의적 미의식은 상이한 두 가지 양식에 공통적으로 편재한다. 핸드백이라는 실제 상품의 모노그램 재현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본 것 같은 도상들을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작업에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미의식에 기인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작가의 재능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애니메이션 감독을 했어도 참 잘 했을 것 같다는... ■ 이재언

Vol.20130228a | 미수가루展 / MISOOGALU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