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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해 화업40년 기념출기념회 / 2013_022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5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제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의 바람 ● 예술은 인간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지식노동으로서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소통의 기제이자 공론의 장이다. 따라서 그것은 고도의 지적인 개념이자 사회적 제도이다. 예술의 장에서 한 개인이 예술가 정체성을 획득하고 그것을 확장하는 과정은 예술이라는 개념과 그것을 실현하는 마당으로서의 예술제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한 예술가가 '어떠한 세계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의 예술세계를 전반을 가늠해볼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를 이룬다. 나아가 그가 '어떠한 예술 개념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 또한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2000년대 이후의 박종해의 세계에 나타난 새로운 양상들을 다루는 이 글은 그가 실행해온 예술프로젝트들을 통하여 확장된 예술가 정체성을 살펴볼 것이다. ● 수십년간 회화 작업을 주로 해온 박종해에게 찾아온 모종의 변화는 사회과학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도올 김용옥의 강연과 저술에 심취하며 역사와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사회과학에 빠졌다. 그는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아나키스트 항일운동가 이회영의 삶을 통해서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며, 식민지와 분단, 독재와 민주화로 이어지는 한국의 가까운 과거를 성찰했다. 역사의식을 근간으로 한 그의 예술은 그 이전과 다른 변화를 띄기 시작했다. 가장 큰 것은 예술가 정체성에 대한 매우 근본적인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역사와 현실에 관한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공공영역에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창조적 소통의 매개자로서의 예술가로 진화해왔다.
그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디렉터로 자신의 역할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의 예술가 정체성을 작품 제작자에서 예술적 소통을 매개하는 조직가로 확장하는 일이었다. 그는 장인적 태도의 예술 창작자 정체성을 넘어서 예술과 그 바깥을 연결하는 창조적인 조직가이자 네트워커를 지향했다. 2000년대 이전의 공공미술은 이른바 미술장식품 개념으로 건축물 앞에 조각을 설치하거나 또는 공공건물 안에 액자 그림을 거는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의 활성화한 공공미술 담론은 새로운 공공미술과 커뮤니티아트 등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다. 박종해의 세계가 사적인 미술에서 공적인 미술로 본격적으로 전환하는 지점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이다. ● 국가주도형 공공미술프로젝트인 「아트인시티 2006」의 낙산프로젝트에 참가한 그는 서울 낙산 근처의 봉제산업 관련 의제를 풀어낸 벽화 「봉제인의 벽」을 제작했다. 이어서 서울 성북구의 「큰마을길프로젝트」(2009년)에서도 역사성을 재해석한 대형벽화를 제작했다. 나아가 그는 미술대학교의 커리큘럼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배치하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회기동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2009년부터 4년에 걸쳐 진행했다. '경희, 회기하다', '시멘트 블록에 핀 꽃, '스무살, 길을 묻다 등의 테마로 열린 이 프로젝트는 실기실 중심의 미술교육을 현장 중심으로 바꿔서 경희대학교 앞의 상가와 주택가 곳곳에 벽화를 비롯한 공공미술 작품을 제작했다. 그것은 미술의 공공성과 사회적 소통 가능성을 넓혀주었으며, 대학과 지역공동체의 연대를 통하여 배움과 나눔의 예술을 지향했다.
회기동의 공공미술프로젝트는 개인의 감성을 개발하고 그것을 토대로 표현능력을 길러내는 감성과 표현 중심의 대학교육의 한계를 직시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소통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교육으로의 일대 전환이다. 이러한 지향은 교육 커리큘럼과 연계한 공공장소에서의 미술 프로젝트로 나타났는데, 학교 앞 회기동 일대 골목골목마다 자리잡은 학생들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은 교육자 박종해의 확장된 예술개념을 실행한 프로젝트이다. 그것은 예술의 창작과 유통 또는 향유란 개인의 창의력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이 수용자와 만나는 지점이 어디냐에 따라 생산 과정과 결과가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서 지속성과 확정성을 가진 사업이다. ● 그는 종이 위에 그린 드로잉 작품을 입체로 번안해 냄으로써 작품 제작의 양상을 평면에서 입체로, 제도화한 미술전문공간에서 공공의 장소로 전환했다. 『양평환경미술제 : Echo of eco』(2010년)의 출품작은 자신의 드로잉을 건물 옥상과 벽면에 걸친 입체조형물로 제작 설치한 것이다. 2012년에는 대전에 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건물 외벽에 대형 부조물 「장부도」를 설치했다.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적인 인체이해의 도상을 대형 설치물로 옮긴 것으로써 한국의 대표적인 한의학 연구 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상징가치를 알리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같은 프로젝트로 진행한 대형 벽화는 단군신화로부터 시작해서 고구려의 민족문화 상징도상과 첨성대 등의 과학기술 이미지, 그리고 허준과 이제마에 이르는 한의학 인물, 그리고 디엔에이 구조로 이어지는 첨단과학과의 접목을 그려낸 한의학 파노라마이다.
새로운 공공미술프로젝트는 공공장소(public site)에서의 예술로 한정하지 않고, 공공영역(public sphere)에서의 예술적 실천의 문제로 확장한다. 그것은 예술이 매개하는 공공영역이라는 면에서 예술공론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확장된 개념의 예술의 장이다. 그는 생태와 평화, 나눔 등의 가치를 담은 예술적 의제를 중심으로 국제적인 활동을 펼쳤다. 2012년에는 『한국․몽골 환경벽화 및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 초원에 부는 평화의 바람』을 추진했다.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경희대학교 창학정신을 모토로 인류의 문화세계 창조를 향한 국제미술 프로젝트이다. 그것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몽골에서 진행해온 나무심기 프로젝트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것을 널리 알리기 위한 벽화프로젝트이다. 한국과 몽골의 예술가들과 나무심기 자원봉사 관계자들과의 협업으로 울란바토르 대학 내 건물에 가로 30m, 세로 2.7m의 벽화를 제작했다. ●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분단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예술가 박종해의 실천적 의지는 DMZ라는 분단 현장의 장소특정성과 더불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평화의 의제를 앞세우는 의제특정성으로 나타났다. 그는 경기도 연천군 석장리 미술관에서 『DMZ 국제 평화 시범 레지던시』(2011~2012년)의 예술감독으로서 국내외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분단의 현장을 답사하고, '인류평화를 위한 아름다운 공작소'를 운영하면서 워크숍을 열었으며, '학술심포지움 : 분단시대와 한국 현대미술'을 여는 등 분단과 평화를 예술적 의제로 끌어내는 예술적 실천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강원도에서 경기도, 그리고 인천 강화도에 이르는 여러 곳의 분단 현장을 답사하면서 다양한 예술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올해부터는 『DMZ 지구평화 예술행동 : 스무 살 평화 속을 걷다』를 추진한다. 경희대학교 부설 현대미술연구소와 평화박물관이 함께 하는 이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분단상황에 주목하고 예술을 통해 지구 평화를 꿈꾸는 예술행동을 펼친다. 인류사회 공통의 과제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가장 첨예하게 갈들과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는 DMZ에 주목하고 분단을 넘어 생평과 평화의 가치를 만들기 위하여 예술교육프로그램과 학술행사, 창작 및 향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예술프로젝트이다. 그것은 DMZ투어와 기록, 연구,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분단과 평화를 위한 인문학적 아카이빙과 작품 창작을 통하여 그가 제시한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라는 화두를 풀어낸다. ● '평화를 향한 예술행동'은 박종해의 새로운 예술적 실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의제이다. 그는 예술의 참다운 의미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서 나온다는 점을 실천을 통해 확인했다. 그는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을 공공성에 기반한 예술프로젝트를 통해 풀어나감으로써 예술이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소통의 기제로 자리잡는 데 함께 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는 예술프로젝트의 디렉터로서 평화와 생태를 지향하는 예술을 통하여 미술계에서 문화권력을 획득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세상과 호흡하는 예술행동가를 지향하며, 예술의 공공성에 역점을 둔 나눔과 섬김의 예술을 지향한다. 그것은 '언덕을 넘어가는 자유의 바람'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세상과 만나는 공론장으로서의 예술이다. ■ 김준기
Vol.20130227g | 박종해展 / PARKJONGHAE / 朴鍾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