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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227_수요일_06:00pm
갤러리 라메르 신진작가 창작지원展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 라메르 GALLERY LAMER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82.2.730.5454 www.gallerylamer.com
곡선과 덩어리로 가득한 세계 ● 그림 그리는 이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릴 자유를 갖는다. 그 자유는 스스로 자기에게 부여한 자유다. 작가는 스스로 작가다. 단일한 하나의 기준으로,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정해진 규칙에 의거해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림이란 당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가치관, 세계관의 지배를 받는다. 이른바 미술사의 패러다임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그것이 유일하고 강렬했으며 독점적이었던 시기를 우리는 전통사회라고 부른다. 근대는 그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관점, 가치에 의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말해볼 수 있다. 물론 스스로 독자적인 시선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림이 한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발원하고 그 누구와도 다른 개성적인, 진정한 주체의 소산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물과 세계를 보고 이해한다거나 그것을 미술이란 특정한 형식에 의해 견인하고 표현해낸다는 것은 여전히 문화와 학습, 관습의 힘에 의존하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는 모두 미술을 학습하지 않던가? 그로인해 사물과 세계를 보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니 오늘날 작가들은 바로 그 틈에서 작업한다. 관습과 스스로 거리를 만든 주체의 자리, 학습과 망각 속에서..,
임영주의 그림은 온통 울퉁불퉁한 형상들로 가득하다. 머리 없는 사람들, 혹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형태로 때로는 풍만한 곡선으로만 채워진 이상한, 흥미로운 것들이다. 작가는 관습적 시선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선으로 그렇게 바라보았고 표현했다. 옆으로 부드럽게 밀어 올리거나 균질하게 덩어리를 채운 붓질들은 단일한 색상 아래 잠긴 여러 겹의 선들을 안겨준다. 그것은 형태와 색상 안에 자리한 생명력이나 에너지를 가시화하는 듯 하다. 원색의 색상들은 활기차고 밝아서 화면 전체에 활력을 부여한다. 그래서인지 화면을 가득 채운, 터질듯이 부풀어 팽창한 형태들은 동물과 꽃, 사람들이다. 뼈와 고정된 형체를 지닌 것들을 물컹거리고 질펀하고 흐물거리는 것으로, 유동적이고 흔들리고 풍성한 것으로 전도시켰다. 이 물질적 상상력은 모든 물리적 법칙에 위반하고자 하는 제스처이고 자기 식으로 존재를 보는 화가의 자유로운 눈, 마음에서 연유한다. 세부적인 묘사는 지워지고 덩어리로만 등장하고 그 덩어리는 비현실적인 색채와 꿈틀거리는 붓질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풍요와 비만, 그리고 흔들리고 생명력 넘치는 상황을 암시하는 붓질은 사물과 세계를 고정된 존재로 보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마치 풍선으로 만든 것 같은 꽃들, 힘차게 질주하는 말, 더할 수 없이 풍만한 자태를 자랑하는 코끼리, 특히 늘상 가족끼리 동행하는 코끼리의 모습, 무엇보다도 그 형태 자체가 마음에 드는 기린,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을 지닌 해바라기, 나무가 온통 둥글둥글 하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그려진 나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따온 풍경, 어린 시절 합창반에서 불렀던 '그리운 금강산'이 문득 떠올라 그린 산 풍경 등이 작가가 그리고 있는 것들이다. 그 그림 속에는 마치 숨은 그림처럼 작은 아이들이 숨어있다. 이중섭의 군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여기저기 매달려있다. 작가에 의하면 그 아이들은 좋았던 순간의 기억에 매달려있는 사람이고 갖고 싶었던 한 순간의 응고, 정지라고 한다. 작가는 그것을 부동의 것으로, 추억으로 밀봉해둔다. 이른바 잠재된 기억의 은유인 셈이다. 그 모든 것들은 떠오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곧바로, 주저없이 그려지고 속도감 나는 붓질로 채워진다. 모든 것이 그림의 소재가 되고 모든 존재들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자 그 대상을 통해 연상되고 상상한 것들이 천진하게 등장하고 있다. 마치 아이들 그림처럼 다분히 동심이 묻어나는 그림인 셈이다.
임영주는 기존 사회가 강제하는 모든 통념과 상식을 위반하는, 상상력이 우선하는 그리기를 시도한다. 아울러 그녀에게 그림이란 자신에게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게 해준 대상을 호명하고 그 대상으로부터 연유하는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일이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순간이 즐겁고 신이 난다고 한다. 뚱뚱한 존재들이 신이 나보이고 눈도 코도 없고 오로지 몸만 있는 것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온통 둥근 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단다. 그저 본능으로 줄달음질치고 뛰어다니고 무럭무럭 자라고 활짝 피어나는 것들이 좋다는 것이다. 현실과는 낯선 저 존재들이 자신을 신바람이 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 안에서만 가능한 희열이고 자유이다. 그러니 그림은 결국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그려진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느끼는 대로 행동하며 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예술가일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 박영택
Vol.20130227c | 임영주展 / LIMYOUNGJOO / 林榮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