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227_수요일_06:00pm
기획 / 최정미
관람시간 / 10:00am~06:00pm
제이에이치갤러리 JH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인사갤러리빌딩 3층 Tel. +82.2.730.4854 www.jhgallery.net
미적 향유는 예술과 자연 대상, 내적 표상(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관한 마음 또는 심리적 상태로 추상적인 사물이나 개념에 상대하여 그것을 상기시키거나 연상시킬 수 있도록 나타내는 것을 말함), 육체적 상태, 운동, 행위 등에 대한 미적 지각과 직접적으로 결합되는 일종의 즐거움이다. '미적' 이란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 얻어지는 아름다움과 관련이 있어 그로 인해 얻어지는 아름다움이 반영됨을 뜻하고 '향유'란 어떤 것을 자기의 것으로 소유하여 누리는 것을 말한다. 어원학적 의미에서 '미적'이라는 것은 '감각적'이라는 것으로서 이해되므로, 다양한 감각 자극에 대한 눈요기에서 감각적 지각을 통해서 생성되는 모든 종류의 즐거움이 미적 향유로서 표현될 수 있다. 이런 미적 향유는 조수영의 정물화에서 모든 다양한 수용 행위의 상호 작용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적 반응을 의미하며, 개별적인 정서적, 인식적 행위의 결과물로서 구분될 수 있다.
Reflection ● 학부시절 미술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조수영은 2005년부터 서양화재료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컬러풀한 꽃들을 맑고 화사하게 그려낸「질투」(73×53cm_watercolor_2007),「Portrait」(73×73cm_watercolor_2007)를 시작으로 인물화「먼 곳으로 부터를 위한 습작 I, II」(41×32cm_oil on canvas_2008, 27×22cm_oil on canvas_2008)등 다양한 각도에서 주제를 성찰하면서 동시에 유화재료가 가진 특성을 향유한다. 2009년 기획전시『Happy World_대안 공간 커뮤니티스페이스 리트머스』에서 보여준「New Family I, II, III」(33.4×21.22cm_oil on canvas_2009)는 화장대와 몇 개의 오브제가 있었던 설치작업으로 모노톤이 돋보이던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는 이전에 우리가 보거나 생각해온 정물화가 가진 이차원의 회화를 입체적 공간속으로 끌어들여 평면 안에 존재했던 오브제들이 공간으로 튀어나와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것 같은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는데, 이 전시를 기점으로 조수영의 정물화는 사물 하나, 하나가 가진 의미보다는 자신의 일상이, 생각의 파편들이, 선택한 주제나 담백한 색상들을 통해 백색 사각형 안에서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Nature Morte&Still life ● 우리가 생각하는 정물화는 서양화의 한 분야로 꽃, 과일, 채소, 도자기, 화병, 유리잔, 식기, 탁자보, 커튼 등 그 자체로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들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살아있는 대상들이 배경에 들어가기도 하며 스틸 라이프(Still life), 나튀르 모르트(Nature morte)라 불리기도 한다. 프랑스어의 과장된 이름(Nature morte: 죽은 자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물화는 자연적 환경과는 동떨어진 장소에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화가의 미적 시각에 따라 화폭에 담는 그림의 한 형태인 것이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본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이 시기의 네덜란드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의 황금시대에 있었다. 플랑드르의 여성화가 오시아스 베르트(Osias Beert)는 정물화를 전문적으로 그렸는데, 반짝이는 유리, 빵 등 다양한 재질감과 시각적 효과를 묘사하며 실제에 대한 환영을 만들어냈고, 독일 태생의 피테르 클라스(Pieter Claesz)는 네덜란드 하를렘에서 활동한 정물화가로 아침식사 그림으로 유명하다. 또한 얀 브뤼겔(Jan Brueghel 1568-1625)은 한 화면에 120송이 이상의 꽃이 있는 '꽃그림'을 그리며 식물학적인 관심을 반영했는데 그의 꽃 그림은 세계에 대한 지적 관심, 사치풍조를 보여주며 사회적 현상을 반영했다. 그래서인지 17세기에 그려진 세밀한 정물화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물질과 욕망에 대한 회화적 재현'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이렇듯 종교 개혁 이후 발달한 정물화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뛰어난 사실주의적 기법의 정물화로 전성기를 맞이하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보잘 것 없는 사물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하는 정물화로 남부 유럽에 전파되어 19세기에는 쿠르베(Courbet), 마네(Manet), 코로(Corot)를 통해 사물의 미적인 면을 관찰하는 용도로 사용되는가 하면, 세잔, 입체파, 야수파들은 정물화를 통해 사물의 구조와 색채를 실험했으며, 이탈리아 화가 모라디(Morardi)는 오직 정물화만을 그렸다. 이후 '포토 리얼리즘'은 착시 기법(trompe l'oeil)을 이용한 정물화로, 하네트(Harnett), 페토(Peto)는 마치 실제 사물과 같이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실적 정물화를 그려 현대미술에서의 정물화로 그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Nature Morte&Never Ending Story ● '생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친구, 꽃, 저울, 산, 땅, 비움, 여백의 미, 공간감, 경쾌함, 상쾌함, 통쾌함, '청명한 하늘', 그리고 가수 이승철의 노래 'Never Ending Story'까지... 앞서 열거한 단어들은 조수영의 작고 스마트한 작업노트에 간간이 적혀있는 단어들이다. 짧고 간략한 글들이지만 그 안에는 조수영이 자신의 그림을 어떻게 다루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든 창작을 하는 작가들이 고민하는 흔적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갤러리, 미술관 그리고 작은 마을에 있는 조그만 화랑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형태의 정물화를 만날 수 있다. 당장 인사동의 갤러리 몇 곳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과일이나 채소 그리고 꽃 때로는 살아있는 동물까지도 그려낸 정물화들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일상생활에서 늘 익숙한 모든 사물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사람의 생각을 그려내고 표현하기에 충분한 주제이며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수영은 현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작가로서 많은 작가들의 표현방법처럼 작품 안에 인생의 허무함을 담지도, 사실적 기법을 탐구하지도, 색상과 조형성을 추구하지도, 착시 현상을 추구하지도 그리고 어떤 의미를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단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서로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보다 평안한 내일을 꿈꾸며 사유한 흔적들을, 자신의 그림에 녹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Nature morte&사고의 형태 ● 조수영의 그림은 맑고 정직하다. 수많은 색들을 다 털어버리고 딱 적당한 정도에서 멈추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들은 마치 수많은 색들을 물에 빨아 놓은 듯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데 그 느낌은 붓질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몇 개의 색상만으로 남겨져 더욱 극대화된다. 그것이 그녀가 가지는 사고이자 색에 대한 정직한 감정인 것이다. 사고와 감정은 인간의 후광에 색채와 형태의 다양한 무늬를 생기게 하는데, 그 후광은 매우 높은 수준의 초감각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서만 지각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가장 고아하고 가장 변화무쌍한 자연의 빛과 무지개처럼 변화하는 색조의 물결, 그리고 지상에 알려지지 않은 색채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지학(anthroposophie)의 창시자이자 20세기 철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는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진리를 향한 감정과 이해력이 있는 법이며, 모든 건전한 혼동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이해력 속에 고차원적 인식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숨어 있다고 했다. 그가 쓴 인간의 사명과 본질을 밝히는 예지 즉 '신지학'에는 사고와 감정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생각이 고상하고 너그러우며 아주 발달된 인간의 후광은 밝고 화려한 색으로 구성된다. 거칠고 무감각한 사람의 후광은 지저분하고 우울하며 흐릿한 색을 나타낸다. 생각과 감정은 후광 밖으로 색채의 파편들을 내보내는 감각적, 정신적 육체의 진동을 야기한다. 이렇게 해서 자유롭게 운행되는 그것들을 창조한 정신에 의해 전달된 에너지로 포화되어 채색된 형태들이 생겨난다. 이것이 생각의 형태들이다. 생각의 특성이 색을 결정하고, 생각의 본질이 형태를 정의한다. 어떠한 생각의 형태는 이미지나 물체의 모습, 예컨대 초상화나 풍경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감정과 추상적 사고에 의해 생긴 생각의 형태 역시 추상적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 최정미
Vol.20130227a | 조수영展 / JOSOOYOUNG / 趙秀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