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222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Hakgojae 서울 종로구 소격동 70번지 Tel. +82.720.1524~6 hakgojae.com
김백선은 건축설계, 디자인, 아트디렉팅을 망라하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시도를 결국 모두 하나라고 보고 일상에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작업을 구상한다. 또한 공간의 가치를 자연을 모태로 하는 동양 미학 속 '사의성(寫意性, 사물의 외형 보다 그 안에 내재한 정신을 중시하는 것)'에 두고 근본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전시에 설치된 영상은 작가가 최근 몇 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담고 있다. 이 중 「화풍: 경복궁으로의 초대(2010)」, 「묵향-천년전주명품 '온'(2010)」 등은 전통의 가치가 단지 보존에 중점을 두고 현재와 동떨어져 머물 것이 아니라, 동시대인이 향유하고 소비해야 할 것임을 제안하는 작가의 태도가 담겨있다.
일상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디자인 ● 행하는 모든 작업에 '~답다'와 '행복'이라는 기준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김백선은 어떻게 일련의 작업들이 일상에서의 행복지수를 가치 있게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전통문화에 있어서, 우리의 전통은 그저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누리고 향유하며 그로부터 위로 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친환경', '동물복지'와 같은 표현에 친숙해진 지 오래다. 이것은 행복에 대해 가치를 두는 오늘날 우리네 모습이다. 판매되는 농산물에도 생산자와 생산 과정이 상세하게 표기 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과 사물간의 가치 교감에 대한 인식이 우리의 행복지수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동양적 사유의 공간 ● 김백선은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수묵화, 사군자, 산수화, 화조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바라본 자연은 동양 미학에 근본을 둔 심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동양 회화에서 사군자는 사물을 사물자체로 보는 것을 넘어, 의인화를 통해 철학적 가치를 갖는다. 이러한 방식은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시각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김백선이 주로 쓰는 나무, 돌, 물 등의 자연적 소재는 그대로가 언어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생각은 '형상에 대한 무형상'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은 물리적으로 봤을 때 '멈춰 있다'고 규정되곤 하지만 생명을 가지고 있는 자연에는 기의 흐름, 자연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 흐름 속에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은 언제나 진행 중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공간이란 존재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기의 표현이며,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심상적 사유를 통한 물성의 감성적 가치"에 대한 표현이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현대와의 접목 ● 한국 전통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목가구를 예를 들어, 전통 목가구에는 사용자의 인문학적 소양이 반영되어 있다. 선비의 공간에 대한 해석과 함께 소목장의 솜씨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대표적인 한국의 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 가치와 원형에 대한 보존 및 복원에만 치중하여 전통 형태가 복제된 목가구는 현대인의 삶의 공간에 부합되지 않은 오브제로 표류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최근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재 진흥 사업 「천년전주명품 프로젝트 '온'」 등 전통문화를 단지 보존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21세기 우리 삶의 공간 속에 소통 가능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그 동안 우리가 지켜온 전통의 가치를 향유하며 소비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우리의 전통은 그저 지키고 보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누리고 향유하며 그로부터 위로 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학고재
Vol.20130222e | 김백선展 / KIMPAIKSUN / 金伯宣 / 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