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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22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gallerydos.com
비우고 채우는 사유의 손짓 ● 예술에 있어서 인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가장 친숙한 표현 대상이다. 인체에 대한 끝없는 관심은 세계에 대한 인식의 주체가 바로 인간 스스로인 점에 기인한다. 우리는 몸을 통해 존재하고 몸을 통해 타인과 관계한다. 즉 몸은 세계 그 자체이자 우주의 한 부분이다. 또한 내면의 감정을 육체의 감각으로 전이하여 몸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기호로 존재하기도 한다. 김철규는 화면을 물질로 중첩하여 채우고 사포질로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인체 풍경을 만든다. 미세한 근육의 수축과 이완은 몸의 기호가 되어 현대인이 겪는 소외나 고뇌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작가는 '비움과 채움'이라는 지난한 노동의 과정을 반복된 순환관계에 중독된 인간사에 빗대어 드러내고자 하며 동시에 '비움과 채움'이 가진 이중적인 행위와 공간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비움은 채움이 있어야 존재한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고, 채우지 않으면 비울 수 없듯이 '비움과 채움'의 사이에는 순환적이며 반복되는 연속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작가에게 현실의 공간은 이처럼 비우고 채우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의 장이다. 작품에 있어서 비움은 존재가 없기 때문에 허무하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것을 드러낼 수 있으므로 적극성을 띈다. 채움과 비움 사이를 오가는 인간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감으로 덮고 사포로 덜어내는 작가의 조형행위는 시간의 흔적이며 곧 삶에 있어서 반성의 과정이다. 고뇌의 심층적 깊이는 캔버스에 물감이 층층이 채우고 물감을 긁어내는 행위의 시간과 비례한다. 현대 문명의 발달에 따른 시공간의 압축을 비웃기라도 하듯 작가는 애써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다. 고요한 묵상의 느낌들은 마음의 손짓으로 화면을 어루만지듯 비워낸 결과물이다. 비워지는 동시에 채워진 실재를 파악해가는 작업 과정에서 남겨진 짙은 허공은 실체만큼이나 중요하다. 작가에게 공간은 고정된 실체라기보다는 '비움과 채움'의 순환 속에서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대상이다. ● 절제된 색의 대비와 함께 화면을 압도하는 듯 가득 메운 인체가 풍경으로 자리 잡는다. 신체의 동작과 그에 따른 피부조직이 만들어내는 주름의 움직임으로 전해지는 감정은 언어보다 더 정밀한 기호로 작용한다. 또한 화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근접한 시점으로 신체 일부를 확대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고 시선을 잡아둔다. 여기에 의복은 물론 일체의 배경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극사실적인 인체가 더 부각된다. 인체 중에서도 다양한 손짓에 집중된 화면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는다. 거칠면서 남성적인 손들의 결합 혹은 다른 신체와의 결합은 관계와 소통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킨다. 작가에게 손은 작업 행위의 주체이자 작품의 중심에 있다. 매개체 없이 손이 화면을 긁어내며 느껴지는 물성과 직관적 인식을 강조하고 있으며 과정에서의 처절한 노동은 작품의 본질로 수용된다. 이처럼 반복된 행위의 축적을 통한 표면의 밀도감과 더불어 채워지고 비워진 암흑의 여백은 절대적인 정적을 불러일으킨다. 화면을 지배하는 삶의 사유에 대한 묵언의 긴장감은 작가의 예술에 대한 진지함 만큼이나 무겁다.
김철규는 끊임없이 몸의 언어들을 채우고 또 비워낸다. 작가에게 '비움과 채움'은 결국 존재에 대한 물음을 찾는 과정이다. 예술을 통해 존재와 부재, 형상과 흔적, 침묵과 언어 사이의 관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하는 철학적 접근은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만져질 듯한 살결의 주름들은 작가의 진한 휴머니즘을 증명이라도 하듯 깊게 우리 마음을 파고든다. 여기에 더해진 채움을 비우는 사포질은 비움 속에 내재된 텅 빈 충만함을 느끼게 해 준다. 인체풍경에서 보여지는 '비움과 채움'의 과정은 작가에게는 쉼 없이 반복되는 노동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미완의 과정이다. ■ 김미향
Vol.20130220e | 김철규展 / KIMCHEOLKYU / 金澈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