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219_화요일_06:00pm
후원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2:00pm~06: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1층 Tel. +82.2.880.7480
작업을 시작함에 있어 어떠한 상을 뚜렷하게 규정짓지 않았다.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학습되어진 이미지, 또는 규정되어진 확실한 대상을 두고 이를 단순히 재현하거나 살짝 변형시키는 식으로 뚜렷한 상을 캔버스위에 찍어내고 싶지 않았다. 물감의 자국이나 종이 위에 생긴 물 자국들의 우연한 형태를 이어서 그리며 내 머릿속에 있는 상 그 자체를 캔버스 위에 흘리고 이 흐르는 이미지를 따라가려고 노력하였다.
물감 자국들을 따라 가다 보면 어떠한 형태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과정은 나에게 밤산책을 즐길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밤산책은 나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저기 미친 듯이 날뛰며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자극들이 모두 고삐에 잡힌 채 어둠이라는 장막에 덮여있기 때문이다. 밤산책은 이렇게 잡혀있는 청각, 후각, 시각적 자극 중 내가 원하는 하나를 선택해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번 작업들에는 밤산책을 하면서 느꼈던 나의 감정들이 나타나있다. 밤산책은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밤에 깊은 숲속에 들어가게 되면 평소에 내 주변 한가득 쌓여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진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곳에는 어지러운 불빛 복잡한 도시냄새 그리고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밤하늘, 나무들이 스치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내가 있을 뿐. 밤산책은 나에게 나만의 공간을 제공해 준다.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밤산책이 나에게 그림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세상은 나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준다. 사람들의 표정, 목소리, 냄새, 서로의 감정들은 내가 처리하기엔 너무나 방대하다. 하나하나의 자료를 분석하기에도 버거운데 동시 다발적으로 던져지는 정보들은 나를 항상 과부하 상태에 있게 한다. 사양이 좋은 사람들은 이러한 많은 정보들을 포용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나에게는 불가한 일이다. 그럴 때 나는 그림을 그린다. 물감의 흔적을 더듬어서 연결해보고 색을 칠하다 보면 내가 보고 싶은 이미지만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그 이미지들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작품들은 뚜렷한 형태를 그린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에 대한 나의 느낌 하나하나를 점으로 찍고 선으로 그어나가면서 선잇기 식의 작업을 했다. 작업이 자석의 힘으로 모아지는 철사가루와 같이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석의 힘처럼 집중된 에너지를 한곳에 모아보기도 하고 흩어보기도 하면서 상을 찾아나갔다. 내가 밤산책을 할 때, 어떠한 한 자극에 집중하며 무언가를 관찰해서 그 대상을 파악하듯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작업들은 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은 이미지이다. 내가 그림을 통해 표현하려 했던 이미지는 자석과 같은 나의 선택과 집중으로 잠시 포착되는 것이지 내가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하여 박제화 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박정연
Vol.20130219e | 박정연展 / PARKJUNGYEON / 朴貞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