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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희展 / PARKYEONHEE / 朴軟姬 / photography   2013_0219 ▶ 2013_0227 / 월요일 휴관

박연희_untitled_C 프린트_110×180cm_2013

초대일시 / 2012_0219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박연희는 그동안 유리로 제작한 여성의 토르소 등을 통해 매체의 고유한 물성을 전면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해 왔다. 몰드 블로잉 기법을 이용하여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살들을 표현했던 그녀의 작업은 유리가 중력과 온도 등에 의하여 변하는 과정, 즉 재료의 물성 변화를 노출함으로써 촉각에 호소하고 있었다.

박연희_untitled_C 프린트_90×150cm_2013
박연희_untitled_C 프린트_75×100cm_2013

그러나 이번 작업은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360도의 자유로운 감상시점이 보장되는 자신의 조각을 두고 작가는 오히려 시점의 한계를 느꼈다고 하니 조금은 역설적이기도 하다. 그녀는 감상자의 시선에 따라 평면 작품이 3차원의 작품에서 보다 회화적인 인상을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감상시점이 자유로우면 그만큼 빛과 그림자의 변화도 다양해진다. 작가는 시점을 제한하고 빛과 그림자를 자의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자신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이를 통해 그녀는 우리가 조각 작품을 바라볼 때 작품 전체의 형태를 감상하느라 놓치게 되는 우연적 양태를 포착하고 있다. 그녀는 유리와 유리가 겹치는 부분, 블로잉 할 때 자연스럽게 유리 속에 생긴 공기 방울, 몰드에 닿아 생긴 작은 주름들을 사진으로 담아 회화적인 풍경을 제시한다. 전체의 테두리를 지워내면 선적인 요소들이 배제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뵐플린이 제기한 회화적 전환이 일어난다.

박연희_untitled_C 프린트_150×100cm_2013
박연희_untitled_C 프린트_40×150cm_2013

촉각치를 시각치로 전환시키는 그녀의 작품에서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중첩이다. 유리와 유리, 투명함과 투명함의 중첩은 다소 무의미해 보일 수 있으나 유리가 겹쳐졌을 때 생기는 빛과 그림자의 중첩을 통해 그녀의 작품은 그 어떤 불투명한 색상의 물감들보다 복잡하고 회화적인 느낌을 형성한다. 작가의 이러한 유희적 전환은 유리로 된 토르소에서 포착해내는 우연적인 산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박연희_untitled_C 프린트_120×120cm_2013

따라서 박연희 에게 이번 전시는 단순히 이전의 작품들을 재해석하는 의미를 넘어서 낯선 매체와 새로운 접근방식에 도전하는 일종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리라는 매체의 본질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듯 보인다. 속까지 숨김없이 맑게 비추어내는 투명함. 작가는 이 번 전시에서 그 투명함으로부터 길어 올린 빛나는 시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 양은경

Vol.20130219b | 박연희展 / PARKYEONHEE / 朴軟姬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