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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215_금요일_06:00pm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레지던스 입주작가 릴레이개인展 5th
주최,주관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후원 / (주)코리아센터닷컴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Makeshop Art Space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500-14번지 제1,2전시장 Tel. +070.7596.2500 www.makeartspace.com
복합문화예술공간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연중행사인 입주작가릴레이개인전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작가들이 입주기간 동안의 성과를 발표하는 결과보고전의 성격을 띄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이종석 작가를 시작으로 작가 별로 각각 한 달여의 전시를 이어 오고 있는 2기 입주작가의 릴레이개인전은 오는 15일에 시작하는 김나영 & 그레고리마스의 전시를 끝으로 마감하게 된다. ● 타 아티스트-레지던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입주작가 릴레이개인전 혹은 결과보고전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에서의 전시는 단순한 형식적 전시가 아닌 평론가와의 매칭을 통해 쌍방간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시의 시작 두 달 전 1박 2일간 평론가와의 1:1 매칭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전시를 구성하는 복합적 구성을 기본으로 한다. ● 또한 매칭을 위한 '1박 2일'이라는 기간은 기존의 매칭프로그램이 갖는 작가와 평론가의 형식적 관계를 극복하고 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으로 서로의 포장을 벗겨낸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내어 작가와 평론가, 양자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의 전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창작공간의 양적 팽창이라는 현 상황에서 작가에게 물리적 환경 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보다 밀도 있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실적위주의 진행이 아닌 작가와 평론가가 긴 호흡을 내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평론가는 장시간의 대화와 관찰을 통해 작가의 숨겨진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자신의 개념을 글로서 구체화시키며, 작가는 인지하지 못했던 제3자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보다 완성도 있는 전시로 구현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하고 있는 김나영과 그레고리마스는 일상의 사물을 활용한 재치 있는 설치 작품들을 선보이는 듀오 작가이다. ● 예술가들은 자신들 만의 화법, 즉 표현재료와 방식으로 관람객들에게 화두를 던지거나 이야기를 하는데 이들의 언어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이 이들의 언어를 구성하고 있다. 작가에 의해서 선택 되어진 사물들은 '일상'이라는 공간에서 '전시장'으로 옮겨지고, 그 이동공간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이들에 의해 어떻게 조합이 되느냐에 따라 사물들이 가지고 있던 본성들은 변이되고 재생산되고 있다. 받침대의 기능을 하고 있는 고무 타이어나 노란 주전자 안에 들어가 있는 스누피인형 그리고 피규어 받침대로 사용된 묵직하고 고급스런 대리석처럼 사물들은 본래의 용도를 상실한 체 부조리하게 배치되어 새로운 용도의 형태로서 관람객들에게 익살스럽게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들의 전시관람 중의 유희는 제목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해하기 힘든 작품에 다가섰을 때 습관적으로 '작품의 제목'에 기대어 해석하려는 우리의 기대를 여지없이 허물어주고 있다. 김나영과 그레고리마스는 작품명과 작품과의 거리를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사물, 즉 작품의 본질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상을 찾고 그것을 해석하려는 습관을 잠시 뒤로 하고 사물이 조합된 시각적 형식과 작품이 설치된 공간을 바라본다면 공간에서 사물들끼리 주고 받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작품들을 수록한 도록을 함께 선보이는데 전시관람과 함께 이들의 4년 여 간의 여정을 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사물들의 놀이터 ● 김나영, 그레고리마스(이하 김 & 마스라고 칭함)작가 듀오가 새로 발간한 작품도록에서 가장 오래 눈길을 둔 페이지는 다름 아닌 '차례'였다. 나는 그들의 작품 이름 또는 전시 제목 읽는 것을 좋아한다.「그래, 바로 갈색!」,「머리를 써라」,「시스템의 목적은 그 시스템이 하는 일」,「심연도 당신을 응시하고 있다」같은 제목은 그대로 각각 따옴표를 붙여 부조리 연극의 대사로 쓰면 좋을 것 같다.「권태의 섬」,「개념은 재활중」은 소설가도 탐낼 법하다. 현대 미술에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읽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종종 그 작품의 제목에 기대어 본다. 그러나 김 & 마스의 제목들이 그들의 작업에 대해 구체적인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자주 배반당하고 마는 경험이다. '하와이에는 왜 맥주가 없는지'에 대한 대답을 바람 빠진 럭비공 모양을 한 '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알려줄 수 있을까? 게다가 그녀는 도대체 왜 바둑판 위에 올라 앉아 있는 것일까? 가끔 모순적 상황이라는 전제 안에서, 제목과 작품이 호응관계를 이루는 경우도 본다. 오사카의 호텔방에서 열린「최상의 이웃」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맞은편 건물을 향해 접혀진 침대와 그 건물의 모양을 본 딴 창문 드로잉을 엮어 주고 있고, 크고 작은 사람 모양의 피규어들을 각각 두 세 개씩 단상에 올려 만든「관계 부재」라는 작품은 오히려 그 피규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관계적 형태'를 돌아보게 만든다. 앞뒤의 의미는 배반하면서 오로지 운율로만 연결된 단어의 조합들처럼 그들의 작품에는 모순적인 사물들이 서로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다. 와인잔이 아슬아슬 기울어진 좌대 위에 얹혀져 있고, 커다란 목욕탕 표지물이 극장 건물 꼭대기에 붙어 빙글빙글 돈다. 대체로 다수의 설치물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전시장에서 각각의 작품들은 마치 한 명 한 명의 인물들처럼 보인다. 그들은 전시장 전체를 자기 동네 삼아 들리지는 않지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 사이에 이동의 동선도 있고 웃기거나 음흉한 사건도 생겨나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또 들릴 듯 말 듯한 이 조바심 나는 세계, 분명 뭔가 있는 세계가 전시장 안에 펼쳐지곤 한다.
그러나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비현실적인 일이자 비효율적인 학습에 틀림없다. 김 & 마스가 만들어내는 작업은 우리가 흔히 익숙해져 있는 사물의 기호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문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상에서 또는 잦은 여행 중에 포착한 사물과 이미지들을 그러모아 주어-동사-목적어의 문법이 성립하지 않는 기괴한 문장쓰기와 같은 설치를 만든다. 이렇게 의미 해석의 고리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비현실적 조합의 사물들이 우리가 의존하는 관습적인 이해의 법칙을 배반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것을 조롱하곤 한다. 너무 '잘 훈련된 눈'을 가진 사람들이 빠져있는 함정, 그 경직된 언어의 덫에서 탈출해야 이 요상한 세계의 풍경이 오롯이 눈에 들어오고 그 사물의 영리하거나 어리숙한 캐릭터도 읽을 수 있게 된다. 김 & 마스가 전시장 천정에 매달았던 커다란 3D 안경처럼 좌우의 눈에 각도를 달리하는 차원의 전환에서부터 낯선 것이 즐거운 수다를 풀어내는 사건이 가능하다. 그래서 누구라도 김 & 마스가 만들어 낸 풍경에 발을 디딘 사람들이라면, 긴장을 풀고 편하게 앉아 사물들이 사고치는 모습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누가 누구와 옷을 바꿔 입고 앉았는지, 어떤 엉뚱한 팔과 다리가 서로 맞붙어서 발버둥치고 있는지 말이다. 김 & 마스가 제안하는 제목의 문장들이 그들 작품의 의미를 지칭하지는 않지만 작품이 조합되는 시각적 형식과는 닿아 있다고 본다. 둥그런 모음이 반복되는 시의 문장처럼 사물은 회전하는 리듬을 만들고, 가지런히 정렬된 도표 뒤에는 대립하는 한 쌍의 문장들이 서로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왜'라는 질문을 잠시 덮고, 맥락의 해독이라는 무거운 과제에서 벗어나 사물과 사물이 서로 공을 던지며 노는 풍경을 응시하다 보면 정체된 공간에 숨겨진 운동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 김해주
Vol.20130215g | 김나영+그레고리 마스展 / Nayoungim+Gregory Maass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