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풍경

김영환展 / KIMYOUNGHWAN / ??? / painting.sculpture   2013_0215 ▶ 2013_0305 / 일요일 휴관

김영환_조용한 풍경_피그먼트, 혼합재료_92×74cm_2012

초대일시 / 2013_0215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나는 작가 김영환의 작품 세계에 관하여 평소에 몇 가지 고정된 생각을 품고 있다. 그러한 내 생각은 대략 다음과 같은 명제들로 열거할 수 있다. :김영환은 자신이 꿈꾸는 아르카디아(Arcadia)를 작품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 작업은 회화, 입체, 설치, 판화와 같은 다양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그는 작품 완성을 위하여 스스로 물감을 개발하고, 틀을 짜고, 흙을 굽고, 좌대와 액자를 만드는 등 일련의 모든 수고를 직접 감당한다. :각 작품에는 새, 집, 나뭇가지, 빈 배, 사람의 손이나 머리와 같은 소재가 곧잘 등장한다. :각 소재들은 작가가 서양미술에 대하여 시공간적으로 탐구한 도상 해석이다.

김영환_조용한 풍경_피그먼트, 혼합재료_130×162cm_2012

이번 전시에서 발표된 근작들은 작가 김영환에 대한 그 명제들을 다시 확인한 증거다.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될지도 모른다. 하나는 작가가 보증하는 그의 미술세계에 관한 우리의 믿음이 불변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틀에서 일탈하지 않는 고집이 가지고 오는 식상함이다. 이는 어쩔 수 없다. 회화와 입체를 통해 선보이는 명쾌한 색감과 구도와 배치는 새로운 시도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하나의 예술적 이상을 설정하며 구축된 그의 미적 세계가 거대한 변환을 이루어가는 현재의 과정은 속도가 느리다. 따라서 짧은 기간에 대상을 관찰하고 뭔가를 단정 지으려는 내 비평적 태도는 그 과정을 한 눈에 담기 어렵다.

김영환_조용한 풍경_피그먼트, 혼합재료_130×193.5cm_2012
김영환_조용한 풍경_피그먼트, 혼합재료_130×193.8cm_2012

김영환의 작품에는 아르카디아를 추구하는 자신의 의도가 담겨있다. 내가 보기에 그가 닿길 원하는 아르카디아는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다. 그것은 지리적으로 실재하는 지점, 과거와 현재에 존재했던 시간, 작가가 습득한 지식과 감흥과 기예의 총합이다. 따라서 김영환의 아르카디아는 하나의 도피처로서 샹그릴라(Shangri-La)나 낭만적 공동체주의의 유토피아(Utopia)와는 다르다. 작가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회화와 조각에 드러나는 여러 상징이 전하는 깡마르고 순수한 의미를 미술사적 지식과 결합시키는 일이다.

김영환_조용한풍경_피그먼트, 혼합재료_69.2×56.7cm_2013

이상향을 그림에도 불구하고, 김영환의 작품은 지극히 현재를 가리킨다. 작가는 현재에 남은 것을 가혹하리만큼 직설적으로 제시한다. 나뭇가지와 해골과 소라껍질은 약동하던 생명이 남긴 앙상한 흔적이다. 새는 날기를 포기한 채 앉아있고, 한 때 많은 사람들을 태웠을 법한 조각배는 으스러지려고 하며, 집은 오직 외양으로만 존재한 채 작가가 그 안을 들여다 볼 용기는 없다. 종교적인 경배의 표상으로, 혹은 예술적 노동과 재능의 상징으로 곧잘 해석되는 작가의 손 연작조차 나는 '빈 손'의 알레고리를 취한다고 본다.

김영환_테라코타, 채색_가변크기_2012

쓸모없음, 죽음, 닳음, 버려짐. 작가는 자신의 언어를 통해 재현한 소외의 공간을 역설적으로 즐긴다. 그는 하나의 몽상적 장소를 구체화시키면서 회화의 본질, 혹은 조각의 본질을 접근하는 방법을 실험한다. 사실, 실험이란 말이 무색하리만큼 그가 취하는 태도는 전통 지향성에 가깝다. 전위와 후위 사이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선회는 작가만의 조용한 경관을 만든다. 피그먼트(pigment)로 완성된 회화는 작가 일상의 범위 안에 속한 자연 환경을 재현한다. 작가는 그 안에 자신이 도상화한 알레고리들을 툭툭 던져 넣어놓았다. 우리가 보는 것은 배경과 소재가 맥락상 들어맞지 않는 일종의 초현실성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안심 습지의 환경은 자신의 생활 안에 있는 일상의 공간이란 점에서, 갖가지 도상들은 독일 유학시절부터 가꾸어진 인식의 지평 안에 있는 현상학적 존재란 점에서, 이 둘은 모두 친숙한 대상인 셈이다.

김영환_손_투명폴리 케스팅_2012

그의 그림 속 이 두 존재는 불편한 대비나 긴장을 만들어낸다. 거기에는 어떤 온전한 현실적 내러티브를 세우는 일도 힘들다. 그것들은 작가가 겪었을 법한 예술적 성취의 환희를 현학적으로 포장하지도 않으며, 세속적 고뇌를 신파조로 과장하는 도구로 쓰이지도 않는다. 오로지 이 두 존재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출발하여 지금 여기에, 세상으로부터 따로 분리된 채 우리 앞에 빛을 발하고 있다. ■ 윤규홍

Vol.20130215e | 김영환展 / KIMYOUNGHWAN / ??? / painting.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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