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relationship

이재덕展 / LEEJAEDUCK / 李在德 / sculpture   2013_0213 ▶ 2013_0219

이재덕_관계 relationship_합성수지_높이 250cm, 가변설치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GMA GALLERY GMA 서울 종로구 율곡로 1(사간동 126-3번지) 2층 Tel. +82.2.725.0040 artmuse.gwangju.go.kr

인간을 향한 존재적 질문 ● 조각의 기원과 가치에 대하여 언급하며 한편으로 현대조각을 논의하기에는 오늘날의 조각예술은 너무도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하지만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기독교의 구약성서 창세기부분에서 매우 훌륭한 사례를 들어 조각에 대하여 명쾌하게 정의한다. 예를 들면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며 당신의 형상을 빌어 흙으로 인간을 완성하고, 최후의 순간에 자신의 입김을 불어넣어 비로소 아담은 생명체로 태어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물질에 불과했던 아담이 하나의 생명력을 가지는 존재로 창조되는 성스러운 과정을 설명하며, 헤겔은 이러한 과정에 주목하여 "조각은 물질적 성질을 초월하여 그 내부에 인간의 정신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했다. 그 이후 기원전 3만년에 제작되어 작가를 알 수 없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비롯하여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등 미술사를 통하여 조각은 다양한 모습으로 인간의 정신을 담아내는 예술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재덕_관계 relationship_부분
이재덕_관계 relationship_부분

오늘날 미술계에서 보기 드물게 전통적인 양식의 구상조각을 전개하는 청년작가 이재덕의 작품은 내용면에서도 인간의 고유한 존재성에 질문을 던지는 진지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보이는 서있거나 구부려 엎드린 수많은 군상들은 저마다 나름의 역할과 의무가 있는 것처럼 상호 연관관계를 형성하며 공간의 내부에서 구조적인 짜임새를 갖추어 배열되어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은 마치 우리의 삶에서 우리자신들이 수많은 타인들과 서로간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며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독자적인 존재가 아니며 원인이 되는 부모가 존재하고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역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연하게 부여받으며 특정 공동체 내부에서 개인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재덕_관계-i have noting_합성수지_25×130×60cm_2012
이재덕_관계-i have noting_합성수지_60×100×30cm_2012

그의 작업노트를 보더라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는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과관계로 엮여있고, 그 존재로 하여 나의 존재는 인식되어 실체화 된다." 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개인화되고 언제나 독자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보다는 이렇듯 주변과 필연처럼 연결되어 특정한 관계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재덕의 조각을 통하여 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그가 표현하는 인간의 모습이 극도의 이상화된 대상으로 존재한다는 부분이다. 매우 건강하며 균형 잡힌 외형의 군상조각들은 관람자들에게 감성적인 부분의 메시지전달 보다는 이성적영역의 존재적 질문을 유발케 한다. 특히 이는 전통조각의 필수품인 좌대를 제거하여 공간에 인위적으로 배열한 공간성과 맞물려 관객스스로 작품의 영역에 초대되는 명상적 경험의 정적인 느낌을 주는 대상으로 자리한다. 결과적으로 청년작가 이재덕의 작품은 자신스스로의 감성적인 내용의 메시지보다는 함께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객관적인 인간에 관한 일종이 연구처럼 인식된다.

이재덕_관계-i have noting_합성수지_60×100×100cm_2012
이재덕_관계-i have noting_합성수지_120×45×30cm_2012

오늘날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사회적 기능과 가치는 때로는 너무도 부담스럽고 스스로 잊고 싶은 의무감일지도 모른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일상적 생활고에 대다수의 젊은 예술인들이 멍들어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작가로서, 예술가로서 사회와의 참다운 기능적 소통과 발언은 그들의 어께에 무거운 짐일 수 있다. 하지만 이재덕은 이러한 부분에서 그의 예술적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그가 말 하고자 하는 "인간관계"라는 주제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형태의 고질화된 모순들을 단순명료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만의 방법과 작품들은 그것이 놓인 주변 상황의 상호관계에 대한 탐색과 더불어 관람자로 하여금 인간의 존재성에 질문을 하게하는 철학적인 고찰을 유도하며 사회적 가치를 획득하는 예술이다. ■ 윤익

Vol.20130214d | 이재덕展 / LEEJAEDUCK / 李在德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