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일시 / 2013_0214 ▶ 2013_0217_08:00pm
출연 / 황영희_우현주_서정연 정수영_이창훈_이한수리_제정경 미디어 아트 / 이예승 음악 / 조동희
제작 / 맨씨어터
공연문의 / 02.3443.2327 010.6242.8817 최효정
살롱 드 에이치 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신관 1,2층 Tel. +82.2.546.0853 www.salondeh.com
배우란, 분장을 하고,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을 연기하는 존재이다. 울고, 웃고, 수치심을 느끼거나, 분노하며, 옷을 벗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 가상의 인물, 즉 캐릭터, 라는 안전 장치 속에서 이루어진다. 관객들은 그 모든 것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배우의 연기에 몰입하며 감정 이입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맨 얼굴로 관객들을 만날 수는 없을까? ● 극단의 이름,「맨씨어터」는, 사람(Man)의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순수 우리 말인 맨 얼굴, 맨 손의 그 "맨"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맨 얼굴로 관객들을, 배우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가지고, 보다 직접적인 감정적 교류를 하고 싶다"는 의도로 이 워크샵 공연『처음』을 기획하게 되었다.
작업의 과정은 이렇다. 우리가 살면서『처음』겪었던 일들- 쉽게 첫사랑, 첫 키스에서부터 처음으로 감행했던 배신, 처음으로 맞닥뜨린 병이나 죽음,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아버지를 그의 장례식에서 만나면서 알게 된 가정사, 처음 당한 사기와 그로 인한 도둑질... 그리고 배우로 살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일들을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기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 과정이 제일 길었다. ● 이야기들을 모아 재 구성을 하고, 연기할 사람들을 정해서 옴니버스 스타일 연극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이며, 배우들이 추구하는 연기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기를 바랬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 모임같이 서로 얘기를 공유하면서 함께 아파하고 웃으면서. 때로 수치심에 못 이긴 배우가 꼭 이 얘기까지 해야 하느냐, 는 질문을 던진 적도 있고, 어디까지가 힐링이고 어디까지가 스스로 고통에 빠뜨리는 일인지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 가 보기로 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안전장치 없이 직접적으로 던지고, 관객들에게도 직접적인 질문과 위안이 닿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게 될 이 워크샵이 실제 중독자 모임이나 토크쇼처럼 비쳐져서는 안 되고 하나의 예술적 틀 안에 있어야 한다. 음악적 부분은 가수 조동희의 노래로, 미술적 부분은 작가 이예승의 미디어 아트로 완성하려 한다. 보통 연극 안에서의 미술과 음악은 연극이라는 상위 장르를 보완하는 부분적 형태로 존재하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독자적인 장르로서 존재하기 바란다. 다시 말해서, 비록 시간적으로는 연극의 분량이 많다고 해도, 아티스트 이예승이나 조동희의 미술과 음악의 일부분으로서 텍스트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아티스트는 장르도 완전히 다르고 일면식도 없지만, 그들의 작품을 경험할 때 강렬한 노스탤지어를 발생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이것이『처음』이라는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고, 궁극적으로 관객들이 극장(이번 경우는 갤러리지만)을 나설 때 가지고 돌아가길 바라는 정서이다. 그리고 배우들은 그 안에서, 맨 몸으로 광장에 서서 자기 이야기를 까발리는 듯한 불안감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시도였고, 때문에 많이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2월 14일부터 4일간의 공연이 종착점은 아니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과 관객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길 기대하며, 정식 공연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
Vol.20130214c | '처음'-웃으면 안 되는데 / 맨씨어터 워크샵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