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2pages, 5725images

허수영展 / HEOSUYOUNG / 許修榮 / painting   2013_0213 ▶ 2013_0226

허수영_Forest1_캔버스에 유채_130×210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106f | 허수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213_수요일_06:00pm

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초대展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무진대로 932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62.360.1271 department.shinsegae.com

광주신세계미술제는 지역미술 활성화와 유망작가 발굴이라는 기본 취지 하에 실질적인 작가지원이 되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술제에서 최종 수상한 작가들에게는 다양한 특전이 진행되는데, 특히 초대전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독려하며 널리 알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허수영은 지난 2012년 제14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로, 수상 당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담아가는 방법론의 참신함, 이미지를 조합해나가는 집약된 페인팅에서 살펴 볼 수 있는 작가적 근성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초대전에는 지난 2008년부터 제작해 온「한 권의 책, 한 점의 그림」시리즈 작품이 전시됩니다. 전시 제목인『3852pages, 5725images』는 작품 제작에 사용된 책의 페이지 수와 그 속에 담겼던 이미지의 수를 의미합니다. 이미지에 대한 편집증적인 사고의 연원,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 그리고 작가로서의 태도를 작가와의 대화로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허수영_Roses2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2

오명란_ 전시된 작품은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시기에 제작된 작품입니다. 대학원 시절부터 진행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요, 꾸준한 드로잉과 다양한 사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조형세계가 빠르게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노트에서 이 시리즈 작품을 제작하게 된 배경을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작업에 임하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허수영_ 컨셉과 그리기의 의미 사이에서 갈등이 컸습니다. 컨셉을 만들 때는 주로 이성적이고 시각적이며 계획적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감성적, 촉각적, 즉흥적 요소들도 개입되거든요. 그래서 초기에는 '어떻게 그림을 만들 것인가'라는 형식적 고민을 했다가, 최근에는 '어떻게 회화적 독자성을 극대화할 것인가'라는 좀 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표현 방법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화면을 채우는 형식과 이미지의 내용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겠지만, 요즘은 작가 고유의 그림체가 주는 분위기나 필력이 담긴 붓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허수영_Roses1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2

오명란_ 수집해 온 사진집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데, 책 속에 담긴 이미지들을 주체적으로 선별해서 담아내기 보다는 주어진 이미지들을 빠짐없이 채워 넣는 게 목적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은 수행의 과정으로도 보이고, 한편으로는 주어진 이미지들을 편집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로 비춰집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본인의 작업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허수영_ 책을 구입하고 수집하면서 대략적으로 어떤 이미지들이 들어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2~300페이지정도의 책 속에 4~500개 가량의 사진들 중에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장에 정확하게 무엇이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미지를 선별하지 않는 것은 다음에 어떤 이미지가 나오더라도 그려내겠다는 도전이자, 좋아하는 것이나 편한 것만 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방법은 마지막 완성작의 이미지를 예측하기 힘들게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향해가는 과정은 회화적 노동의 지루하고 고된 측면을 견디게 하는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언급하신 것처럼 수많은 다양한 것들을 제 손으로 그려보게 하는 일은 화가가 되기 위한 수련으로 진행되기도 한 것입니다

허수영_100 Orchids_캔버스에 유채_180×130cm_2011

오명란_ 이미 누군가의 시각으로 만들어지고 정리된 이미지를 다시 차용하는 과정을 거치며, 우리의 삶과는 더욱 유리된 풍경으로 다가오는데요, 그래서 빈틈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지만 진공의 상태로 보이기도 하고, 연속된 화면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화면에는 손에 잡히지 않은 대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나하나의 이미지는 리얼리티이지만, 전체 화면과 그 속에 흐르는 기운은 페이크로 그 안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익숙한 소재를 재현회화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데, 작업에서 다루고자 하는 조형성에 대해 설명 바랍니다. 허수영_ 초기에 이 작업을 구상하는 시기에는 화면 안에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 에너지가 투입됐을 때, 예상되는 효과나 산개된 이미지들을 보는 관객의 시선이 한곳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재미 같은 것에 더 기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지 재료를 구하는데 있어서 책을 구입하는 것은 일일이 소재를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고, 촬영을 할 필요도 없고, 이미지를 고를 필요도 없이, 온전히 그리는 일만 하도록 제 역할을 한정시킵니다. 그리는 일 외에는 작업에 개입할 다른 가능성을 의도에서 배제함으로써,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음을 더 강조하려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도는 전통적 회화에서 언급되는 조형미를 고려한 것도 아니고 이미지들의 마주한 관계도 개연성이 없어 비논리적,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리기의 방법으로 그림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거나, 그리기를 이용한 이상한 짓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뒤로 가면서 풍경화나 정물화의 일루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림 안에서 공통된 점은 연속된 재현을 통해 그 어떠한 것도 재현하지 않은 결과가 제가 하는 창작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허수영_100 Old roses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11

오명란_ 나열식 화면구성에서 2011년 이후 작품은 덮어지고 채워지는 시간의 축적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중첩된 화면으로 나아가며 깊이감과 시간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이 특별히 의도된 것인지 부연설명 바랍니다. 허수영_ 우선 몇 점을 그리고 나니, 단순한 나열과 배열에 지루해졌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 제작에 있어서 제겐 어떤 재미였습니다. 하지만 더 진행해봤자 소재가 바뀔 뿐, 화면이 채워지는 논리는 같아서 결과가 예상되고 뻔해 보였고 어느 순간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구성을 안 하던 것에서 구성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테디베어 책을 보곤 정물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버섯도감을 보곤 풍경화를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시도해봤습니다. 그 뒤로 그린 것들은 한정된 공간 안에 많은 개체들을 넣다 보니 자연히 중첩하게 됐습니다. 중첩을 하다 보니 원근법에 대한 문제와 만나게 되었죠. 전통적인 원근법은 투시도법과 공기원근법에 의해 형태와 선명도가 결정되지만, 제 경우에는 그리다 보니 처음에 그린 것은 밑에 깔려 원경이 되고, 나중에 그린 것은 상대적으로 가까워 근경이 되는 원리였습니다.「Aquarium and pond fish」를 그렇게 그리고 나니, 물감을 덧바르는 것, 사물을 겹치는 것, 이미지가 중첩되는 것 같은 시각적, 기술적 문제들로 관심이 갔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그려진 이미지들을 덮어버리고, 그 흔적들이 질감으로 남아있는 모습에서 회화적 특성이 특히 부각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100 Orchids」,「Roses1」,「Roses2」,「Forest1」에는 본격적으로 그 방식들을 적용해봤습니다. 덮어질 부분도 생략하지 않고, 묘사가 완성된 부분도 다른 이미지로 또 덮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중첩이 강조되니 자연히 그 사이에 시간성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림의 시작은 의도로부터 출발합니다. 하지만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고, 망치고, 그것들을 수습하고, 그러다 처음의 의도를 잊고, 또 그걸 알지만 그냥 무시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뭔가를 발견하고 깨닫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최초의 의도와 달리 작업의 전면으로 나와 그대로 완성되기도 합니다. 제게 있어 제작은 의도를 실천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의도가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허수영_Aquarium & pondfish_캔버스에 유채_210×338cm_2011
허수영_The smaller majority_한지에 색연필_130×162cm_2009

오명란_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상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작업의 목표가 있다면. 허수영_ 현재는 책을 그리는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1년」이라는 제목의 다른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작업실을 찾아서 여기저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떠돌아다니는 지금 제 삶과 여행, 그리고 그림의 접점을 앞에서 말한 이미지들의 중첩을 통해 풀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요즘 하고 있는 이 작업들은 자꾸 중첩을 하다 보니, 점점 표면이 조금씩 두꺼워지고 예전작업에선 없던 질감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붓질도 거칠어지고, 사실적 이미지에서 부분적으로 표현적 요소들이 점점 드러나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동시대의 재현회화에서 작가의 주관성이 드러나는 기법들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그런 독자적인 주관적 표현과 표현적 재현이 제 그림에서도 드러나길 바랍니다.오명란_허수영

Vol.20130213f | 허수영展 / HEOSUYOUNG / 許修榮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