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20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작품을 위해 특정한 자연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것, 이것은 소재나 형식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 마주하는 자연에 대해 자신이 어떠한 것을 실감하였고 어떠한 태도를 갖게 되었는가가 근원이 되어 결정되는 것이다. ● 선택되어진 자연의 일부 즉, 나무에 작가는 인간성의 옷을 입히고 그것을 다채로운 양상으로 성장시키는 주체가 되며 그 위에 자신의 존재도 덧입힌다. ● 나의 의식 속에서 형성되어진 나무라는 자연물이 캔버스로 옮겨져 왔을 때, 그 나무는 나 자신을 표방하고 있는 하나의 '창조물'로서 존재한다.
기존의 끊임없이 쇄신되는 형태의 개체와 회화범주 안에서도 작가가 차별화 될 수 있는 점은 대상과의 관계맺음에 있어 작가자신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주체로서의 얼마나 적극적인 접근을 시도 하느냐에 있다. 그러기에 어떠한 자연물을 선택하건 가령 소재의 평이함도 실제적으로는 전혀 문제시 되지 않는다. ● 작가가 캔버스 위에 취하는 모든 행위는 캔버스 위의 나무 이미지가 호흡하는 과정이자 기반이 된다. 나무들은 작가로부터 조합된 물감에 의해서 자양분을 공급받고, 자아실현의 욕망을 성취하며, 그 실현 정도의 문제 역시 작가라는 통로를 통해서만 구현 가능하다.
작가는 화면 속에서 물감덩어리와 그것들이 환영 또는 실체로 탈바꿈되어가는 성장과정을 생산하고 관찰하는 주체이다. 존재물의 성장 또는 진화과정은 한 화면에 밀집되어 역사성을 인지시킨다. 결국 대상이 캔버스 위에서 역사성을 부여받고 생명력을 지니기까지 성장과정의 유일한 목격자는 단연 작가 자신이다. 작가의 나무들은 재료를 통해 형태를 거치고, 작가의 시간 속에서 현존의 고양을 통한 새로운 탄생물로서 위치한다. ● 「Tree 시리즈」에서 나무이미지들은 나무 본연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는 그 어떤 악세사리 (이파리, 꽃, 열매 등) 도 부여받지 못한다. 계절과 시간의 가늠까지도 허락되지 않는 듯하다. ● 작가의 개념과 직관적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 선택된 물감만이 캔버스 표면의 구석구석을 점령해 갈 뿐이다.
물감덩어리 (표현이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 상태) 자체는 성장과정에서 미성숙 단계의 가시적 형태이며 작가의 직관에 의해 구체적으로 묘사된 부분과 한 화면 내에 공존하면서 불가사의한 관계를 형성한다. 화면위에서 이러한 대조는 작가의 접촉에 의해 분화과정을 거치고 있음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다. 물감이 나무의 형태를 점점 만들어 가면서 물감덩어리의 실체는 이미지 속에 묻혀버리고 나무의 환영으로 인식되어져 간다. ● 성장한다는 것, 또는 스스로 산다는 것은 삶의 과정에서 타인에게 종속되어 있는 존재에서 주체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나무 성장은 작가가 붓을 놓는 동시에 멈춘다. 오로지 작가의 판단과 뜻에 따라 존재는 현존으로 완벽히 변모될 수 있다. ● 예술가의 앞에서는 불복종 세계마저도 유연성을 지닌다. 그것을 순종적이고 이성적인 체계 속으로 과감히 끌어와 작가에 의해 구체적으로 현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 조병왕
Vol.20130206e | 조병왕展 / CHOBYUNGWANG / 趙炳王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