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의 계절

조문기展 / CHOMOONKI / 趙文基 / painting   2013_0201 ▶ 2013_0228 / 월요일 휴관

조문기_공격과 방어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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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20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화~토요일_11:00am~06:00pm / 일,공휴일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토스트 GALLERY TOAST 서울 서초구 방배로 42길(방배동 796-4번지) 3층 Tel. +82.2.532.6460 www.gallerytoast.com

익숙한 대상을 새롭게 배열하는 방식'은 새로운 것을 배치하는 일 보다 훨씬 견고한 과정을 거친다. 리얼리티가 어떤 형태의 모방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서사구조를 생산하는지는 이 '재배열'의 매커니즘으로 설명된다. 조문기의 이번 전시 '와해의 계절'에서 보여주는 '관계' 속 폭력과 갈등은 리얼리티의 낯선 모방과 기이한 공포를 통해 재배열되고 있다. ● 프로이트는 「언캐니'The Uncanny」(1919)란 글을 통해 "미학에서 기괴함, 공포,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 역시 연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사회로부터 금기된 쾌감에의 욕망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의식 밑에 억압되어 있다가 틈틈이 귀환한다는 프로이트 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폭력과 공포, 기이함의 이'언캐니'를 전면에 내세우고, 불가항력적인 인간의 통속을 전면에 끌어들인 조문기의'와해의 계절'은 바로 그 언저리에 있는 공포의 원점에서 풀이된다. 내 친구, 내 가족, 내 연인에게서 경험할 수 있는 갈등과 내재된 폭력은 일상의 곳곳에 침잠되어, 친밀함과 배신의 얼굴로 생활 속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문기_공격과 방어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3
조문기_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9×97cm_2012

프로이트의 "서로 닮은 사람들이 만났을 때 생성되는 기이함"을 러셀 자코비(RUSSELL JACOBY)는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한다. 그의 책『친밀한 살인자』는 인류최초의 살인(형제 살인) '카인과 아벨'의 표상이 끝없이 반복,변형되는 역사 속 사례들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 책 속에서 보여주는 이웃,동족 살인의 원류는 닮은꼴의 사람들에게서 증오가 증폭되는 상황과 모방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이론적으로 풀어놓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조문기의 '와해의 계절'에서 보여주는 것은 '카인과 아벨'의 표상을 반복하기 보다, 새로운 도상과 구조를 실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조문기 회화의 특징은 어떤 특정 시퀀스를 잘라 만듯 듯한 영화적 서사구조가 강하다. 그런데,'와해의 계절'에서 보여주는 내러티브는 상황을 포착하여 이야기를 확장하는 기존의 방식과 더불어 자가복제를 통한 이야기 반복과 역설의 논리가 더해졌다. 이것이 일상이 투영된 상황들을 기이하고 낯설게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다. 이를테면, 「상주와 함께」에 드러난 난투극은 유산 문제나 친족간 말싸움 등으로 격해지는 초상집의 풍경과 같은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단면이지만, 화면 속에 배치된 인간의 모습은 괴기스럽고 낯설다. 우리의 의식 저 아래에 묻어두었던 무의식-폭력적 본성-을 낯선 방식의 모방으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낯설고 공포스러운'언캐니'Uncanny'와 따뜻하고 친밀한 뜻을 가진 '캐니'란 단어는 동전의 양면처럼 양립하는 것이다. 「상주와 함께」 속 인물들에서 핏대가 올라선 표현이 얼굴의 고요함과 양립하면서 생성되는 역설과 아이러니가 바로 캐니와 언캐니, 친밀감과 폭력의 두 얼굴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조문기_나눠먹기_캔버스에 유채_91×116.5cm_2013
조문기_상주와 함께_캔버스에 유채_111.7×145.2cm_2013

「싸우는 남녀」, 쌍쌍바를 나눠먹다 싸우는 남녀를 그린 「나눠먹기」, 싸우는 인간의 동작들을 그대로 쌓아올린 「탑」 은 생소한 구조와 배치를 통해, 도미노 처럼 얽히고 섥힌 관계를 도상화하는 실험을 보여준다. 연쇄작용을 일으킬 것 같은「탑」의 '싸움의 탑'은 폭력을 도식화하면서 나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아슬아슬한 관계들에 대한 한 축을 드러내고 있다. 폭력의 구체화는 결국 인간 탐구의 시작과 끝을 제시하는 것임을 새로운 도상과 서사구조의 촘촘한 설계를 통해 극화하고 있는 것이다. ● 조문기의'와해의 계절'에서 보여주는 다양한'상황'들은 결국, 우리 삶의 압축이며, 동시에 우리 '공포'의 구체적 설명이다. 희극과 비극의 그 좁은 간극을 생각할 때,'친밀함'의 친구는'폭력'이고,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것(언캐니)의 동의어는 따뜻하고 포근한 것(캐니)이다. 배열의 방식의 따라 단순한 것은 복잡한 것으로, 일상이 초현실로, 낯섦이 친밀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인간관계에 깊게 뿌리 내린 폭력과 갈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탐구를 유도하는 것으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와해의 계절'에서 '화해의 계절'까지 가는 길은 딱 한 발짝이기 때문이다. ■ 문예진

조문기_싸우는 남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ⅹ60cm_2011
조문기_싸우는 남녀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2

갤러리토스트에서는 2월 한달간 『와해의 계절』 조문기 개인展 이 열린다. 『와해의 계절』展은 인간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깊게 뿌리 내린 폭력과 갈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와해는 사랑의 이면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만큼 싸우기도 쉬운 법이며, 애정이 깊었던 만큼 갈등의 골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험악한 얼굴로 싸우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고 꽉 붙들고 있는 묘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그 성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피를 나눈 부모, 형제 간의 다툼이 난무하고, 수 없이 많은 남과 여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우리네 모습이 작품 속에는 그대로 녹아있다. 설 명절에 발렌타인데이까지 더해져 사랑과 화합의 공기로 가득한 2월, 사랑의 일부이기도 한 와해의 단면에 솔직하게 접근해보자. 이번 전시가 다툼과 상처로 얼룩진 각자의 삶에 큰 공감과 진솔한 위로가 되길 기대해본다. ■ 갤러리 토스트

Vol.20130203a | 조문기展 / CHOMOONKI / 趙文基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