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오종원_보라리_박기현_임용현_윤송이_상덕
기획 / 오종원
부대행사 / 통의동 일대에서의 얘기치 않은 퍼포먼스
관람시간 / 10:00am~09:00pm / 주말_10:00am~07:00pm
갤러리 팔레 드 서울 gallery palais de se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3층 Tel. +82.2.730.7707 www.palaisdeseoul.net
젊은 작가들이 갤러리의 빈 공간을 점령한지 십여 일이 지났다. 주제도 방향성도 없는 불만 토로를 모 사이트 게시판에 '선언문'이라 유포하고, 특정 작가까지 운운하면서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60~70년대 생들에 대한 적대감을 토로한다. 그들은 왜 80년대 생들을 어리다고 귀여워하면서 그들을 위해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느냐고… ● 이들이 80년대 생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하나의 현상으로서 보자면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 제대로 도전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청춘들이 그래도 발언해보겠다고 애쓰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혹자는 통일성도 강렬함도 없는 그들의 작업방식을 걱정하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고, 어떤 이는 그들의 목적 없는 적대감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은 그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갤러리조차 그들의 행보나 존재에 대해서 방관할 뿐이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도움 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피해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종종 시설에 흠집을 내거나 고상한 분위기를 조롱하는 것에 신경이 쓰일 뿐이다. 문화계에 몸담은 갤러리 직원으로서 잡초처럼 무럭무럭 커가는 청춘의 제작물들이 신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것이 어떤 모양으로 꽃필지, 피기는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보안용 CCTV로 관찰되는 그들의 작업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같다. 공간 내부에 무언가가 생성, 소멸하는 것이 느껴지지만 외부에서의 물리적 접근은 없는 편이다. 갤러리를 점령한 작가들은 갤러리 관계자에게는 모종의 죄책감 혹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무시하는 것 같지만 실은 애써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하다.
그들의 정체성인 80년대 생은 이미 어린 나이가 아니다. 작가 중에는 곧 아이 아버지가 될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 어느 한 구석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지 못하고 여전히 사춘기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기에 더욱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유가 특정 집단에 의해 이용당하여 주변부만 맴돌게 되어서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적인 자리에 60~70년대 생이 있다고 본다. 80년대 88만원 세대는 선배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더더욱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젊은 작가들의 입장이 안타까워 돕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심정적 지지를 보내는 70년대 생 갤러리 직원 역시 별 힘이 없으며 그리 여유롭지는 못하다. 이제는 모두 알고 있는 박봉, 큐레이터 월급으로 빠듯하게 살고 있다. 갤러리라고 해봐야 그림 파는 가게일 뿐이며 갤러리스트라 해봐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모두가 주변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평생을 전쟁을 치르며 사는 것이 아닌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세대를 초월하여 누구나 결핍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스스로는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왔으며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개인들, 집단들은 젊은이들에게 쉽게 자신의 일부를 떼어줄 여유를 느끼지 못한다. 결핍된 자에게 잉여는 없기 때문이다.
선배들 역시 세상을 그리 호락호락하게 살지 않았다. 아니 선배, 부모님 세대, 조부모 세대로 역사를 되짚어 올라갈수록 더 더욱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다. 청년도 언젠가는 어리광을 그만둬야만 할 때가 온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앞선 세대의 자리를 부러워하며 원망하는 것은 자신들의 역사적 위치를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먼저 산 사람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라면, 언젠가 이 청춘들이 주도적인 위치가 될 시절에는 앞선 세대들과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선배들에게 점령당한 정신은 그들에게서 벗어나고자 반항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관점을 구축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반항과 비판이란 아직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통과의례이므로 희망을 가져본다.
왜 시스템을 깨는 참신한 인재를 원하겠는가. 기성이라 함은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스템의 일부이며 그것을 깰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시스템을 깨라고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시스템을 깨는 어려운 일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그들만 잘 살아보겠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선배들이 언제까지 정답이라는 물고기를 잡아 줄 수도 없다. 이미 선언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 '건방진 소리'에 대해 쓴 소리로 대답하려 한다. 소리치려거든 할 이야기를 명확히 해라. 그리고 생존하고 있음으로 만족하지 않고 환하게 꽃피우길 바란다. 당신들이 만들어갈 세상이 어떤 것이던 그 세상이 왔을 때 행복하길 바란다. 삶의 여름을 맞이하면서 벌써부터 토양이 더럽혀져서 열매 맺지 않을 거라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당신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청춘이니까. ■ 이수
Vol.20130105b | 갤러리 습격사건 I - 케이크 나누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