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221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 김봄_김혜지_신태수_유동훈_황순우
후원 / 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 황순우_정상희_인천아트플랫폼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Tel. +82.32.760.1000 www.inartplatform.kr
마주하기와 기억하기 - 이웃을 바라보는 다섯 시선 ●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있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는 이웃은 이웃사람, 이웃집, 이웃마을이라고 말하듯이 물리적 거리 범위를 기준으로 한 개인이나 지역공동체를 의미한다. 또한 사회적 거리의 가까움을 기준삼아 이웃사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물리적 거리의 근접은 친밀한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전제 조건 중 하나일 것이지만 오늘날 이러한 근접성만을 가지고는 이웃사이의 친밀함을 형성하기 쉽지 않다. 거리 근접으로 인한 한 이웃 무리의 친밀함 증대는 그들을 스스로 외부와 격리시키는 상황으로 결말지어지기도 하며, 서투른 사회적 친밀함 증대는 선입견과 불편한 판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공간을 초월해 친밀함의 영역이 확장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통로의 연결로 마주하고 기억한다면 또 다른 결말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동네 이야기』는 인천 동구의 대표적인 쪽방촌인 괭이부리마을이라는 마을공동체의 역사와 현재를 바라보는 다섯 이웃의 시선에 대한 예술적 기록이다. 일제강점기의 부두 노동자들의 숙소였으며 6.25.전쟁 이후 피란민의 정착촌으로 인천의 대표적인 빈민촌으로 재개발로 인해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공간의 정체성이 외부와 격리되는 상황으로 결말지어질 것에 대한 우려의 극복을 위한 일종의 예술적 대안의 제시이다.
공간적 이웃조차도 단순히 이웃이라는 이유로 가까워지기 쉽지 않다. 그러니 심지어 공간적으로 뿐 만아니라 인식적으로 사회적으로까지 완전한 타자와 같은 이웃이라면 얼마가 가까워지기 어려울 것인가. 이웃을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이웃 스스로의 가치가 내 감정생활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우리는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 여기, 한 한적한 동네의 물리적 거리의 낯설음은 다섯 시선으로 구성된 예술적 친밀함을 통해 '그들'에서 '우리'가 되고 있다. 낯설음을 대하는 예술적 접근은 철저한 외부적 기준에 따른 재단이라기보다는 그들과 차분히 그리고 꾸준히 마주하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고 결과이다.
김봄은 재개발의 위협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괭이부리마을의 현실적 모습을 상상과 상징의 그물망 속에 통합시키고 있다. 김혜지는 작가의 극히 주관적 기준에 따르기 보다는 철처히 한 공동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직설적 의도를 바탕으로 괭이부리마을을 파편화된 이미지와 사운드로 기록하고 있다. 신태수는 한 동네의 외형적인 요소들 뿐 아니라 그 내부에 깊이 배여 있는 극히 사람 냄새나는 정서와 함께 펜과 연필을 재료 삼아 서정적 화폭에 담았다. 유동훈은 오랜 세월동안 괭이부리마을의 주민들과 함께하며 쌓아온 오랜 기록들을, 세상을 향해 때 묻지 않은 미소를 전해주는 아이들의 모습, 한 세월 힘든 시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겸손함과 선함으로 가득한 노인들, 그리고 이들이 함께하는 공동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로 나눠 사진과 영상의 시선으로 선보인다. 황순우는 좁은 골목과 갇힌 공간 그리고 그 공간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창을 담은 흑백사진을 통해 공간과 소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간과의 소통이 아닌, 끊임없는 공간 주인과 공간 그 자체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뤄낸 총체적인 소통의 결과물이다. 그로 인해 사진 속 고요함은 소외감과는 다른 차원의 공간에 대한 집중도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다섯 시선의 시작과 끝은 대상에 대한 관찰과 탐색이 아닌 기억하기 위한 애정 어린 눈길의 단순한 마주 바라봄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물과 공간은 전적으로 낯선 타자 안에 있는 어떤 것과의 마주침을 통해 실재를 얻는다. 하지만 마주쳐지는 대상과 마주치는 타자의 이질성은 마주침 그 자체에서 소통이 끝난다면 온전한 실재의 탐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괭이부리마을과 예술의 만남이 우연한 마주치기와 판단하기로 이어졌다면 단순히 개별화된 이질성에서 끝날 것이다. 마주치기의 결과는 시공간적 연속성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한 순간 스쳐 지나가는 무심한 마주침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다. 또한 판단하기의 결과는 결국 무의미한 불편함만을 유도할 뿐이다. 『어떤 동네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괭이부리마을을 바라보는 물감, 영상, 연필과 펜, 흑백사진, 컬러사진이라는 다섯 시선은 철저하게 마주치기와 판단하기를 지양한다. 예술의 다섯 시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단순한 마주치기에서 그쳤다면 원초적 대상과 그것들을 구성하는 것들 사이의 양가성은 한 순간의 스쳐지나감과 결과적 부재로 결말지어질 것이다. 또한 다섯 시선의 결과가 판단하기로 종착된다면 이 동네와의 친밀함은 엄격함과 거리감 만들기를 바탕으로 한 불편한 바라봄에 그칠 것이다.
괭이부리마을의 공간과 구성요소들은 침묵하는 듯 보이지만 타자와의 애정어린 마주보기를 통해 기억될 수 있다. 대상과 시선 사이의 판단 속에 만들어진 오감의 속성들과 다섯 시선이 이웃을 바라보는 방법은 마주치기와 판단하기가 아닌 마주하기와 기억하기이다. 괭이부리마을과 그 주민들과의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모든 시선은 이러한 다섯 예술적 시선을 통해 이 동네와 진정 마주 바라보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기억하게 될 것이다. ■ 정상희
Vol.20121222g | '어떤 동네' 이야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