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여행 - 서해의 섬

민병권展 / MINBYOUNGGOWN / 閔丙權 / painting   2012_1221 ▶ 2012_1227

민병권_만추우후 晩秋雨後_한지에 먹_162×363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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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221_금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8:00pm

혜원갤러리 HAEWON GALLERY 인천시 남구 주안4동 453-18번지 Tel. +82.32.422.8863

동양 예술에 있어 자연은 고금(古今)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소재로 자리 잡아 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미술사의 궤적은 바로 인간과 자연의 조응을 통한 결과물의 연장이며, 수묵산수에 있어 조형성은 자연을 현실의 재현으로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자연에 화가의 심상을 기탁(寄託)하여 나타난 추상적 형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 따라서 수묵산수는 자연을 지리학적 해석이 아닌 자연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기운(氣韻)을 유추해 내어 표현하는 형이상학적 조형관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회화라 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형이상학적 관점으로서의 조형방법은 형사(形似)와 사의(寫意) 중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화가가 느낀 감성 혹은 이성을 표출하는 것만이 수묵산수 본래의 목적임을 알 수 있게 한다. ● 나의 작화 관점은 이러한 점에서 출발하고 있는데,『수묵여행 - 서해의 섬』이라는 이번 전시 명제에서 나타나듯 내가 바라보고 느꼈던 서해의 다양한 풍광을 수묵이라는 형이상학적 재료를 통해 내 심상을 투영하여 나타내고자 하였다. 따라서 어떤 화려한 수식어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 방식 보다는 본인 심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조형성을 중시하였다.

민병권_군송 群松_한지에 먹_74×145cm_2012
민병권_독음 獨吟_한지에 먹_74×144cm_2012

우선 소재로서의 특징으로 본 '서해의 섬'은 도시의 삶 속에 갇혀 살고 있는 현대인의 심상으로서 나의 시야를 넓게 확장시켜주는 역할로 나타난다 할 수 있다. 인천의 강화도, 태안의 안면도, 신안의 압해도 등 서해의 대표적 섬 풍광을 접하면서 느꼈던 감흥은 결국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한 자유와 해방감이다. ● 그러나 이러한 감흥을 표현함에 있어 외형의 사실적 묘사를 넘어 다양한 묵법, 즉 적묵(積墨)과 파묵(破墨) 그리고 발묵(潑墨) 등을 화면의 중요한 조형수단으로 삼음으로 '닮음과 닮지 않음의 경계'를 넘음을 수묵의 운용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불사지사(不似之似)'의 표현방식은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온 수묵산수의 조형방식으로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민병권_동정 冬情_한지에 먹_75×145cm_2012
민병권_야취 野趣_한지에 먹_58×78cm_2012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형식상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 있어서 역시 전통적 조형관점인 '정관(靜觀)'을 시각화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현대 한국화에 있어 전통재료인 한지를 조형화하여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승화시킨 예도 있지만, 동양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이 시대의 감성으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정수만을 표현하는 '정관(靜觀)의 작화관점'을 지킴으로서도 동시대 미술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닐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결국 회화의 본 목적이 단순히 형식적 변모를 보여주는 결과물이 아닌 대상이 지닌 기운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수묵여행 - 서해의 섬』은 어떠한 특정 지역의 지리적 리얼리즘이거나 새로운 조형적 시도로서의 결과물이 아닌, 서해의 낮은 구릉과 평야가 만들어낸 확 트여진 확장된 시각을 이 시대의 감성으로서 화면과 심상을 조응(照應)시켜 나타내고자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병권_조춘 早春_한지에 먹_76×147cm_2012
민병권_청원 淸遠_한지에 먹_73×144cm_2012

앞으로 '유(有) 무(無)의 순환'으로서의 회화 여정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나, 모든 생명은 자연으로 귀결하여 순환한다는 전제 아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의 깊이를 더해 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또한 언젠가는 '필선 하나를 그음'에도 이러한 철학적 깊이를 나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자연과의 대화를 화면에 담아내고 싶다. ■ 민병권

Vol.20121221e | 민병권展 / MINBYOUNGGOWN / 閔丙權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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