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UTION 2012

이경희展 / LEEKYUNGHEE / 李庚姬 / printing.painting   2012_1217 ▶ 2012_1231 / 월요일 휴관

이경희_Solution 2012展_스페이스 15번지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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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25-13번지 #102 Tel. 070.7723.0584 www.space15th.blogspot.kr

스페이스15에서는 12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경희의 개인전 『Solution 2012』를 개최한다. 작가의 작업은 디지털화 혹은 가상화를 넘어, 예술작품이 오브제에서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가시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동시에 예술 소통방식에 대한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 space15th

이경희_Solution story 2012_캔버스에 혼합재료_80×120cm_2012

미학적 가치 확립을 위한 창작 확장의 도구로서의 매체성 ● 손으로 더듬어 완성하던 2차원적 회화 기법이 생성시킨 독특한 매력은 작가들에게 강인한 애착을 심어주었다. 그만큼 수작업의 틀 안에 시각적 인지를 기반으로 창출되던 회화의 진득한 맛은 오랜 시간 예술가들의 주요 표현 방식으로서 가치와 위상을 지녀왔다. 손으로 무언가를 빚고 다듬고 그린 것이야 수만 년이 넘지만 이를 단순히 르네상스 이후로만 헤아려도 자그마치 600여년에 해당된다. 하지만 18세기에 이르면서 수백 년 이상의 역사성을 간직해온 회화는 필연적 변화의 위치에 당면하게 된다. 수없이 명멸하며 존속되던 현대미술이 가장 격변기랄 수 있는 1960년대를 지나 동시대미술에 다가서자 회화는 그 어느 때보다 다층적 다원성에 적응해야하는 처지에까지 처해졌다. 이중 뉴 패러다임을 선도해온, 소위 테크놀로지 아트 혹은 미디어아트의 자연스러운 출현은 침범불가침의 회화세계를 대상으로 확장을 도모했으며, 이는 기존 불변하리라 믿었던 조형언어의 고정성마저 비획일적으로 만들었다. ● 실제로 미디어아트를 포함한 당대 매체가 안고 있는 다원적 양태는 익히 접할 수 없었던 예술표현방식을 생산해냈다. 예술 형태에 대한 관심을 물체(object)에서 과정(process)로 이동시켰으며, 새로운 매체들 특유의 공통점인 다원성, 역동성, 소통, 변용, 시간을 기반으로 하나의 고착된 대상(또는 방식)에 저항하고 예술의 전통적인 관념마저 흩트려놓았다. 그리고 회화의 세계로 흘러든 그것의 한 지류는 매체와 접목된 회화 혹은 매체에 회화성이 반영된 예술을 낳았고, 여기서 잉태된 예술형식은 익히 유추할 수 있듯 시각에 맺힌 잔상을 손으로 옮기던 회화 제작과정의 해체를 불러옴은 물론, 장르의 경계 해체라는 적자마저 출산했다. 사실 모든 부분에서 도그마가 실종된 21.5세기에 이른 오늘날 네온, 영상, LED와 같은 매체를 포함한 디지털 프로세스의 강조 및 거센 활용은 포스트모더니티를 지나치게 곡해한 결과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표현방법의 스펙트럼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며 새로운 이미지를 시도 및 구현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것을 회화로만 소급할 경우에도 미디어의 팽창과 소용성은 이젠 회화가 단지 인간 행위를 통한 보이는 것의 재현이 아니라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잇는 가교역할에 무게 중심이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자, 미학적 범위의 확대를 비롯해 내용적으로도 훨씬 더 리얼하거나 기교적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수용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이경희_solution 2012 #2_캔버스에 혼합재료_60×120cm_2012

흥미로운 건 작가 이경희의 작업 역시 이런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디지털프린트라는 외피적 형식을 관점으로 할 때 그의 작업은 디지털화 혹은 가상화를 넘어, 예술작품이 오브제에서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가시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예술 소통방식에 대한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해도 무리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소옽 방식이란 석판화와 같은 복수성, 간접성을 특질로 하는 것 이외, 캐스팅, LED 혼합 작업을 시도하고 순간의 지연을 넘어 확장하는 예술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가늠할 수 있도록 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봐도 그렇지만, 손으로 다듬는 회화의 전통적 방식 아래 포토리즘을 적용함으로써 매체의 다변성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가상과 상상의 세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회화론을 추구해 왔다는 것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경희_solution 2012 #1_캔버스에 혼합재료_60×120cm_2012

우린 그의 작업에서 손이나 붓, 캔버스 대신 타블렛과 마우스, 모니터와 픽셀(pixel)을 이전 언어들과 등치시키고 전통적인 수작업에 의해 수행되어 오던 것을 기계적인 것으로 일부 대체시킴으로 인해 인위적인 세계, 기술발달로 상징되는 세계에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현실의 세계를 하나의 화면 속에 뒤엉켜 놓았다가 다시 질서를 부여하며 무의식에 흐르던 자신만의 예술역량을 펼쳐내 왔음을 목도할 수 있다. 현대회화라는 시대적 관점에서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위한 이종예술을 펼쳐 보이고 있음은 물론, 디지털시대 디지털이미지를 통해 스스로가 고립된 이론적 존재로서 삶의 내용을 작금의 작품 아래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을 얼마든지 고찰할 수 있다. 이러한 필자의 판단은 일차적으로 그의 작업은 디지털회화로 규정된다는 것이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익힌 서양화와 판화의 정통성과 무관하지 않으면서도 시대변천에 따른 변화와 반복을 현실적으로 십분 수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 그러나 중요한 건 외형의 규정을 어찌하던 그의 작품들에서의 매체란 미학적 가치 확립을 위한 창작 확장의 도구로서의 효용성일 뿐, 결국 감정의 전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진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건조할 수 있는 예술 형식의 프로세스에 지극히 내면적인 상태를 내레이션으로 덧입히고 그 덧대어진 읊조림이 또 다른 방향에서 전개될 수 있음을 가늠케 한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어떤 부분에선 분명 자신의 문제에서 즉시각적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지만 디지털회화라는 장르적 측면을 통해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경희_Solution2012 #8_캔버스에 혼합재료_60×120cm_2012

그런 이유로 오늘날 그의 작업에서 디지털프린트든 회화이든 아니든, 매체적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이경희가 탐구하고 있는 예술세계가 회화의 전통성에 디지털이라는 기법을 대입 또는 갈음한 채 변주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이나, 그것을 매우 리듬감 있게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수는 있으나 동시대미술에서 장르의 경계란 무의미하고 운용의 측면에 있어 다행히도 적절히 자신의 화풍으로 체화시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유의미할 따름, 형식의 유효는 별다른 가치를 인정하지 못한다. 이 보다 앞서 인정받아야할 것은 그 매체의 다양한 혼용이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상적인 요소들을 완성한다는 점이며 개념적이고 사유적인 작품들이 그의 정신기조, 다시 말해 이경희의 작업관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를 굳이 풀이하자면, 형식상 캔버스에 안착된다는 점에서 화화의 1차 요소를 완성시키고 작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세상 밖에 부유하는 틈 사이를 디지털 프린트로 연결시킴으로써 2차적인 회화성을 부여한다는 것, 그리고 그 내용적 투영은 언제나 회화의 범주 안에 든다는 것 정도를 특징으로 삼을 수 있다. 물론 디지털이라는 간접적인 프로세스를 감안해도 일정한 기기를 이용한 객관성을 갖는 작업이라 한정 짓기엔 시각적 마주함 이상의 깊이감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특징이다.)

이경희_Solution2012 #6_캔버스에 혼합재료_120×60cm_2012

그는 자신의 작업관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치고 그에 따른 고된 노동의 시간을 반복한다. 기존의 전통적 회화 기법과 디지털 회화 방식을 결부시킴으로써 자신만의 정신세계와 세계관, 또는 가치관이나 이야기를 보다 원활하게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려 한다. 이는 작가의 조형세계를 이루는 거푸집이 더욱 분명한 시각적 언어로 구체화될 가능성을 고정시킨다. 특히 디지털 회화 방식을 통해 내면에 존재하는 무형을 어떻게 표현(유형화)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의 강조와 이미지의 조합을 통한 감성(잔잔하게 아련한 듯 마음속에 똬리 틀고 여러 단상이나 감정 그 자체)의 재구성은 이경희 작업이 지닌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일례로 최근의 작품들은 의미화된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기호들을 분포시키는 추상적인 작품을 통해 심미적 상상력을 담금질하고 있으며 '아네모네' 꽃과 같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구상적 사물을 적절히 혼용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속에 놓여 있는 생각들을 이미지화 한다. 여기서 이미지는 대개 인간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냉정함과 그리움, 관계의 건조함과 뜨거움, 욕구와 욕망, 이성과 감정, 관념과 이상을 디지털 사진 및 불명확한 언어기호들로 드러난다. 2004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더욱 구체화된 화면의 극한 대립도 이 기호들의 상징성을 뒷받침한다. ● 작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신의 양태를 포토몽타주 기법과 손으로 겹칠된 이미지를 충돌시킴으로써 내면의 복잡한 심상을 형상화하고 이를 시대적 징후로서의 기계화와 포토그램, 현실과 비현실 및 의식과 무의식을 동시에 앉히는 사바티에(Sabattier) 효과와 유사한 흔적으로 고지한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하자면 일종의 복판(複版)양식으로, 회화본연의 수공성이 가미되고 보다 밀도를 높이기 위한 기법을 도입함으로서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로 접근하는 수순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창 역할을 갖는다. 그리고 이 창을 통해 거둬지는 예술의 알고리즘은 하나의 작은 서사로,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숨겨진 내 안의 나를 찾는 삶의 재발견, 검은 여백만큼이나 깊고 넓은 시간의 멈춰짐, 그 한 축에 기댄 삶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대리된다. 표현방식에 기기적인 측면을 도입하고 있으나 삶과 소통, 갈등과 번민, 슬픔과 기쁨을 갈구하거나 관조적인 태도로 사물의 객관화를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이 내부로 안착된다는 것이다.

이경희_Solution 2012展_스페이스 15번지_2012

이경희에게 있어 디지털 또는 디지털프린트(혹은 회화)는 예술적 창작 작업을 확장시키는 도구로서 응용되는 것이며 나름 예술적 미학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전개를 낳는 자연적 현상으로서 받아들여진다. 한편으론 전통적인 기법(판화와 서양화 등)에서 대중적 기법으로의 전환이자(소급하자면 판화가 지닌 대중성의 확장) 새로운 미학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발걸음(언제나 실험성을 잊지 않고 있는 작업정신)으로 풀이된다. 이는 기계적 재현에서 작가의 표현매체로서 확장하려는 노력과 함께 현실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작가 자신이 느끼는 희로애락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기타 감성적 관계성을 표현하는 과정)이랄 수도 있으며,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작가자신의 확장된 표현 범위의 프레임을 지정하는 것이자 '전통적 회화를 바탕으로 한 시대적 변화에 따른 확장된 창작도구로서의 회화'로 함축된다. 다만 오늘날의 작업에 있어 앞서 언급된 매체 활용방식과 프로세스의 유가치함이 더욱 빛을 발하려면 형식이 내용과 보다 명징하고 효과적으로 합일되고 고착화되어야만 한다. 디지털프린트든 뭐든 매체에 대한 관심과 활용, 포박된 구조에서 엿보이는 도상학적 관계도, 화면의 재맥락화는 훌륭하나 마음 가는 곳에서 거둬들여 내부에 앉힌 사물의 제약 없는 수용 대비 구축이 원만하게 발현되어야 한다. 이는 향후 넘어서야할 하나의 과제랄 수 있다. 왜냐하면 한 예술분야의 창작활동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은 어느 예술분야를 막론하고 항상 존재해 왔고, 새로운 시도는 기존에 지켜왔던 정통적인 미학적 담론에 대한 도전으로 취급되어 온 것도 사실이지만 기존에 대한 도전은 기실 미술발전의 원동력이기에 앞서 자연스럽게 투영된 작가의 메시지가 명료할 때 비로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신만의 진정한 미적 아이덴티티를 형성할 수 있으며 설령 그것이 기법적으로 여타 다른 매체가 이미 갖고 있는 본질적인 미학을 담보로 할지라도 이미 자신 스스로 독보적으로 형성한 물결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탓이다. ■ 홍경한

Vol.20121217h | 이경희展 / LEEKYUNGHEE / 李庚姬 / printing.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