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여정

김미로展 / KIMMIRO / 金美路 / painting   2012_1215 ▶ 2013_0113

김미로_상상동물_드라이포인트, 에칭_71×75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미로 홈페이지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63스카이아트 미술관 제8회 미니 개인展

입장료 / 어른 12,000원 / 청소년,어린이,경로자 11,000원

관람시간 / 10:00am~10:00pm / 입장마감_09:30pm

63스카이아트 미술관 63SKY ART GALLERY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0번지 63빌딩 60층 Tel. +82.2.789.5663 www.63.co.kr

삶의 무게가 더해가면서, 이제 나의 영역은 조금씩 줄어든다. 성장의 과정을 통해 만들고 지켜왔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대한 고집을 내려놓고, 납득이 되지 않는 남의 영역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익숙하고 습관화된 "나의 영역"과 낯설고 당황스러우며 두렵기도 한 "남의 영역" 사이를 오가며 발생하는 갈등과 감정은 반복적인 충돌을 겪으면서 조금씩 패턴화된다. 요지부동으로 보이는 일인칭과 이인칭, 그리고 삼인칭... 그 관계의 접점이 조금씩 이동하는 것을 예측하고 상상하는 과정은 마치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마음의 여행, 그 준비과정이나 다를 바 없다. 마음을 열고 더욱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여정에서 많은 이외의 경험을 얻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김미로_black or white_아크릴채색, 콜라주_112.1×162.2cm_2012
김미로_smash&paint_아크릴채색_57×76cm_2012

3인칭의 행동에 대한 관찰과 감정이입은 나의 작업에서 종종 동물소재로서 표현이 되어 왔으며, 반복과 중첩의 형상들은 판화로부터 시작된 작업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조형적인 특징이 되었다. 내가 최근의 작업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개인, 혹은 집단의 패턴화된 행동인데 이는 반복되면서도 조금씩 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이 행동방식은 행하는 자와 바라보는 자, 즉 관점에 따라 매우 정형화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혹은 아주 자유분방해 보이기도 한다. 사적인 경험을 계기로 발견한 소재와 이미지들을 이 같은 관심사에 투사하여 드로잉과 기록으로서 작업에 동기를 부여한다.

김미로_나머지들_칼라펜_45.5×61cm_2012
김미로_따뜻한조직_아크릴채색_45.5×61cm_2012

「black or white」는 안피지(매우 얇은 한지)에 검정색과 흰색의 물감으로 새, 고양이, 식물, 풀밭, 돼지등의 그림을 그리고 그것들을 오려내어 밝은 회색의 캔버스에 겹쳐 붙여서 화면을 구성한 작업이다. 흑이냐 백이냐, 양 극단의 선, 점 색으로 이루어진 작은 그림들이 겹치고 중첩되는 것은 본래의 모습은 감추면서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시각적으로 위장(camouflage)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smash & paint」는 우연한 계기로 목격한 과격한 불만 표출의 결과물을 종이에 반복해서 그려나가면서 패턴화한 것이다. 이와 대응이 되는 드로잉, 「나머지들」은 말 그대로 형상의 나머지 부분들을 푸른색의 얇은 컬러펜으로 촘촘히 칠하면서 표출하지 않는 잠재적인 의견 혹은 내세우지 않는 태도와 관련한 질문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뜨개질을 하는 경험에서 출발한 드로잉, 「따뜻한 조직」은 반복적인 손놀림을 통해 패턴과 모양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보온 조직을 짜는 행위의 의미와 그 심리적인 동기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였다. 「cracked bowl」은 깨진 접시의 조각파편들을 다시 모으고 붙이는 상상의 과정을 설정하고 그 결과물을 에칭으로 찍은 것이다. 「위축형 토끼」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한정짓고 구속하는 주변환경에 대해 위축된 생각의 유형을 토끼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김미로_cracked bowl_에칭_20×30cm_2012
김미로_위축형토끼 두번째유형_아크릴릭 잉크_50.5×65.5cm_2012

이번 전시 '상상여정"의 작업 모티브는 실제로 대부분 일년 전, 낯선 곳에서의 긴 여정을 통해 설정된 것들이다. 여행을 마치고, 모아두었던 에스키스를 꺼내 작업을 시작하면서, 과연 이미 완료된 경험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아이디어를 펼치면 작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나씩 하나씩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그때 그 공원의 새들과 잔디밭은 더 이상 과거의 장소가 아닌 것이 되었고, 이국적인 털실가게도, 도자기나 공룡화석도 기억의 박물관속에 고이 모셔두는 유물만은 아니었다. 나는 기억이나 추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의 머리와 가슴을 헤매며 붓을 들고 있었다. 인생의 여정에서는 같음이 없다. 좌표처럼 어느 시간과 공간에 위치하느냐, 그리고 누구와 동행하느냐에 따라 비슷한 경험도, 반복되는 사건도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 과거의 행동 패턴이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길로 인도해주기 때문에 짐작을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기대할 만한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우리의 미래이고, 예술의 모습이 아닐까. ■ 김미로

Vol.20121215f | 김미로展 / KIMMIRO / 金美路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