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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212_수요일_05: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이성의 침묵 ㅣ 신성한 광경 ● '실제로 예술이 현실세계에서 낯설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영역과 공간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우리에게, 즉각적인 판단을 동반한 이해를 허락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삶이 원하는 방향과 목적으로 향하게 허락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생태계는, 이제 가상이 실재가 되어 우리 삶 곁에 자리하게 되었다.' 전통과 혁신을 선포하던 15세기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는,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종교적으로 신을 경외하고 이해한 토대아래, 우리가 신의 아들과 딸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만삭 되어 나오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우리는 현실과 이상의 저울 위에서 인간도, 신도 아닌 유기적 호흡을 하는 현상계의 '주변인'으로 지금에 존재하게 되었다. 중세는 인문, 사회, 과학 그리고 종교와 철학이 그 탐구와 연구 영역의 확장을 이루어가던 황금기였고, 더불어 끊임없는 인간과 신에 대한 학문 그리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제도화 된 도시에 대한 편의와 행정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던 시기였다. 인문과학과 도시의 발전은, 동서양의 다양한 문물의 교역을 통한 자본주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무역으로 부유하게 된 부르주아들은 그들만의 저택을, 국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신세계를 이룩하고자, 앞 다투어 크고 높은 건축물들을 설계하여 실현하게 된다. 급격히, 때론 서서히 이루어진 거대한 저택과 드넓은 광장이 있는 시청 그리고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궁전과 같은 건축물들은, 이를 짓는 이들에게는 자부심과 긍지를, 소유하는 이들에게는 부와 명망 그리고 권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그곳에 거주하며 삶을 영위하는 소시민들에게는, 물리적으로 함께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도저히 다가설 수 없게 하는 마음의 거대한 벽을 실감케 하였다...!
오늘날, 시대발전과 밀접하게 연결 된 도시심리학적 관점의 담론이, 여전히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이며, 표현대상에 대한 예술가 고유의 관점을 보여주므로,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 시킬 수 있는 주제일까? 그리고 더 나아가 보여지는 현상, 그 속에 담긴 시각적 의도와 진실을 우리에게 인식시키고 이해하도록 허락 할 수 있을까? 여기 이 질문에 익숙하지만 낯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적 환경 그리고 어릴 적 꿈꾸고 동경하던 장소와 노스텔지어(미래적 향수)의 공간을, 메카닉적 시선(사진)을 통해 시각적 사유의 장에 호출하여 재현하고 있는 작가 권 기 동이 있다. 권 기 동의 표현 소재와 대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도로 위의 자동차'와 '고도화 된 건축물'이고, 우리가 어린 시절 잡지나 TV에서 동경하고 꿈꾸었던 공간(1950-60년대 훼미리 레스토랑 앞에 주차 된, 엔틱한 자동차가 있는 추억의 장소와 허리우드에 있을 법한 영화의 셋트공간)이다.
이 주제가 되는 소재와 대상은, 권 기 동의 화면에서 마치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의도적으로 제한 된 시선의 선택(극도의 혼란이 동반 된 심리적 상태를 표현)과 더불어, 어느 관광객의 스냅 사진기에 담긴 이색 풍경의 화면처럼, 제 3자의 무심한 시선을 등장시켜, 표현의 대상과 작가 그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적 시선의 의미로 제안되어지고 있다. 이제 그의 화면을 바라보자!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푸르른 자연계의 빛이 검붉은 인공의 빛에 그 자리를 내어준 영역이다. 잠시 서로 엇갈려 있는 거친 굉음을 내는 자동차들은, 마치 죽음을 불사하는 전투장에 들어선 성난 짐승처럼, 어떤 신호가 떨어지면 달려들어 서로를 물어뜯을 기세처럼 보인다. 어두움을 흡수한 검은 건물들과 붉은 눈을 가진 기계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분노로 옷을 입히고 등장한 것처럼 보여 진다. 붉은 밤의 공기는 슬프도록 차갑다! 감히 우리는 어떤 중재의 행동이나 말을 하지 못하고, 이 상황을 그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권 기 동의 다른 작품으로 다가가 보자! 그의 시각적 '사유의 장'에 나타난 연출 된 실제 이미지(시간을 역행한 듯한 영역과 공간)는, 이제 그의 주제가 되었던 급격히 변한 도시 환경의 낯설음과, 이에 다가 설 수 없음에 대한 두려움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표현의 대상이 되는 도시의 그것들(자동차와 건축물)은, 시간 여행자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장면들은, 과거 나라의 분열로 인해 도시국가 발전사에서, 강제로 거세된 현대사의 한 장면이다. 전투기의 날렵한 몸매를 빌려 지상에서 달리고 정지하는 자동차와, 아이들에게 꿈과 같은 추억이나 환상적 기억을 선사 할 수 있는, 어떠한 공격성의 발톱과 이빨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평온한 영역과 장소인 것이다. 권 기 동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진화하는 도시의 모습에, 그 시각적 긴장(적응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진실)의 끈을 놓고, 이제 그의 시각적 언어를 통하여, 근대와 현대 사이에 자리했어야 하는 사물과 대상에 대한 이미지들을 그의 '표현의 창'에 호출하게 된다. 즉 그는 단절되고 지워진 우리의 현대사에, 예술가의 시선으로 새로운 공간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적 행위를 통하여 그는 현재의 도시적 삶이 우리 상상력보다 앞설, 미래적 삶에 준비하고 적응하기 위한 포석을 배치하는, 작가 스스로의 방어적 태도로 비추어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정서와 감성 그리고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이 세상에서 주어진 삶을 이해하므로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물질의 급속한 유입은 시대에 뒤쳐지기를 거부하는 우리와 국가에게, 사회 발전이라는 모종의 타협과 대의명분을 자연스럽게 내세워,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상황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중세의 그들처럼 우리도 직감적 판단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중간의 연대기적 시간이 배제된 도시화를 맞이하는 우리는, 그 속에서 이 혼란스러운 과정을 겪어야한다는 사실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우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도시와 국가는, 때때로 충돌과 대립 그리고 양보를 통하여 소통하게 되는데, 권 기 동의 작품은 도시 발전사의 연대기적 고리 안에, 다른 장소에 있는 영역을 단절 된 시간 속에 결합하므로써, 한편의 설득력 있는 시각적 역사물로 재창조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전적으로 '공간'은 물체와 사건이 등장하므로, 상대적 위치와 방향성을 소유한 3차원의 무한 범주이다. 그리고 미학적으로 공간은, 무기체와 생명을 담는 유기적 그릇이자, 모든 호흡하는 것들과의 소통을 이루어내는 토대이다. 더불어 권 기 동의 작품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이동수단과 건축물은, 우리가 이해하는 이성과 직감의 영역 뒤에 숨은, 욕망의 확장된 모습들이다. 감성과 직감 그리고 이성사이에서 명확한 판단을 방해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정신적인 것을 근원으로 하는 관념론이나 유심론과 대립하는, '유물론적 사고'의 유입이 원인과 문제가 되고 있다. 권 기 동은 이렇게 양립되고 있는 철학적 사상 속에서, 유물론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통한 상생의 다양한 입장을 언급한, P. 가생디(1592-1655)와 같이 '변증법적 유물론'을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권 기 동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이완 속에서, 공간의 조건 또는 환경에 따라 판단이 흐려지는 '공간감각상실'을 경험하였고, 그는 이러한 현실에서 그 균형을 잡고자 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본연의 의미에 대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영역과 공간에 자리한 사물과 대상에 대한 의혹과 의심을 통하여, 끊임없는 시각적 호기심과 예술의 궁극적 의미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다. 우리는 그의 화면에서, '신인류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였고, 그가 표현한 공간과 장소에 대한 진화의 진실은, 규정되지 않고 정의 할 수도 없는 영역으로의 항해를 우리에게 감각토록 허락 하였다. 이제 권 기 동의 사유의 장에서 우리가 깨달은 것은, 우리 경험과 이성의 경계 너머에 있는 사물과 대상 그리고 상황(CONTEXT)에 다가서려는, 작가의 새로운 시각적 모험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구기수
Vol.20121212g | 권기동展 / KWONKIDONG / 權奇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