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72-1: School as a Laboratory

프로젝트 72-1 : 실험실로서의 학교展   2012_1210 ▶ 2013_0105 / 일요일,12월24일~25일,1월1일 휴관

ⓒ정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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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210_월요일_04:00pm

오프닝 퍼포먼스 / Cy Choi

참여작가 1층 구동희(전산실/영상)_이가경(방송실/영상) 김기철(컴퓨터실/사운드설치)_손주영(쌀창고/평면 및 설치) 최진석(야외폐기물창고/설치)_이정교(캐비닛/영상) 이가형(자료실/회화, 조각)_정현용(숙직실/회화) 2층 고경호(과학실/설치)_김동희(6-3반/설치) 이형우-조용준팀(6-2반/설치)_최준경(6-1반/평면 및 설치) 정수진(특별활동실/회화) 3층 프로젝트72-1팀(과학실/사진영상)_배병우(5-3반/사진) 박정선(5-2반/조각)_최연우(5-1반/설치) Cy Choi Team: 최철용, 오정택, 김도형, 안마노, 김권진(미술실/패션디자인, 영상, 사진, 그래픽디자인) 4층 홍범(급식실/설치)_오희원(특별활동실/평면 및 설치) 박천욱(4-3반/조각)_송유림(4-2반/설치) 익명의 집단 (4-1반/조각 및 설치)

기획 / 정연심(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 큐레이터 / 박수민_박은아_이가은_강재영_정지영

문의 / [email protected]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12월24일~25일,1월1일 휴관

(구)홍익부속초등학교 서울 마포구 상수동 72-1번지 1~4층

프로젝트 72-1이 개최되는 「홍익부속초등학교」는 1966년 3월 12일 '홍익초등학교'라는 교명으로 개교하였다. 지난 47년간 홍익대학교 서울 캠퍼스 내에 자리 잡았던 초등학교는 2012년 8월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51번지로 이전하게 되었다. 현재 초등학교 건물은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지만, 초등학교 개교 이래 10,020명의 졸업생이 이 공간을 사용하였다. ● 『Project 72-1』은 홍익부속초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였던 학교 공간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최소한의 변형을 통해 공간성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일부 작가들은 11월 초부터 이 공간을 레지던시 공간으로 사용해왔다. 최근 학교가 폭력, 자살과 같은 우울한 사회적 현상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학교는 본래 '가공되지 않은 것(the raw)'을 다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사회적 공간이다. 이 전시는 미술관 공간이 아닌 '학교' 공간에서 미술가들이 제안하는 '실험실로서의 학교(School as a Laboratory)'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창의성의 공간', '실험실의 공간', '노스탤지어의 공간' 그리고 '우리의 감각을 확장하는 장(場)'으로 되돌아가, 학교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상상력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미술가들의 반응과 태도를 프로젝트성 전시로 풀어낸 것이다. ● 47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학교의 기본 구조는 변형되지 않으며, 학교에 남아있던 종이나 의자, 이전 이후 남겨진 목재와 쓰레기 등은 참여 작가들의 작업에 고스란히 사용되었다. 또한 사진과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화이트 큐브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있는 작업을 선보인다. 각 교실을 비롯해 미술실, 급식실, 실험실, 과학실, 미술활동실, 방송실, 숙직실, 전산실, 컴퓨터실, 자료실, 행정실에는 설치, 영상, 회화, 패션디자인 등이 전시된다. ● 전시기간 동안 정수진, 구동희, 김도균, 이세현 작가가 '워크숍-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또한 사진·영상 팀은 한 달 동안 찍은 '공간 도큐멘테이션'을 전시 기간 중 상영한다. 전시 오프닝까지 참여작가들의 최종 결과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카탈로그는 후도록 형태로 출판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사용된 초등학교 면적은 각층 전용면적 116.5평이고, 총평수는 466평이다.

작업 이전 학교 공간 / 작업 중 학교공간(김동희, 오희원) ⓒ정진수 / 강재영
이정교 / 고경호 / 구동희 / 이가경 / 최준경 / 교무실 고문서 전시실 ⓒ홍우성

큐레이터: 박수민 ● 『Project 72-1』은 본래 초등학교 공간이었기 때문에 장소의 특수성을 살린 작업들이 시도되었다. 이정교는 성미산으로 이전하면서 학생들이 남기고 간 미술작품이나 초등학교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채를 촬영하여 이를 작품으로 재해석하였다. 또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남기고간 미술과제를 그대로 바닥에 디스플레이 하였다. 5학년 3반 협동작품이라는 작업은 초등학생들이 남기고 간 '운동회,' 축구 장면 등을 그대로 바닥에 설치한 작업이다. 작가는 급식실, 각 반의 교실 등 버려지고 남겨진 공간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찾아낸다. ● 초등학교의 과학실에서 고경호는 존재가 의식으로 투영되는 탐구를 모호한 영역화와 애매한 시선을 통해 우리의 지각 경험을 발견하도록 공간을 창출해낸다. 특히 거대한 두 마리의 코뿔소는 자연의 세계를 투영한 반면, 자잘하게 잘려진 종이더미들은 인간의 문명과 지식을 대변하는 상징성을 띤다. 더 이상 문맥을 알 수 없는 책 더미 위에는 독어로 출판된 고경호의 카탈로그가 배치되었고, 반대편에는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 등장하는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 구동희는 일상이나 언어 속에서 생겨나는 모순과 부조리한 상황에서 영감을 받아 설치, 사진 혹은 영상작업을 통해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형식과 구조를 이용하거나 차용하면서도 이들을 일관성 없이 나열, 해체하여 이해를 방해하고 단절시켜 해석이 모호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동희 작가는 '눈으로 보지(seeing) 않고 공간을 느끼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Blind Spot』을 전시한다. ● 이가경의 「Days in New York」은 그가 살고 있는 뉴욕 주변 다섯 군데의 지하철을 촬영한 이미지들을 연필로 드로잉하여 5개 채널들을 위로 쌓아 하나의 채널로 만든 작업이다. 지루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단순하고 지루함 속에 담긴 '일상'을 이야기한다. 벽에 영상을 비추는 대신, 작가는 학교의 '방송실'에서 가변적이고 불확정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천 조각을 공간 중앙에 설치하였다. 지하철 소리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초등학교에 남겨져있던 방송실 장비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 2층 6학년 1반에서 최준경은 건축물의 물질 속에 담긴 초월적인 정신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차가운 남성적 건축 공간 속에 따뜻한 여성적 재료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하나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있다. 천막과도 같은 가변적인, 유목민적인 공간에는 두껍게 제작된 뜨개질 도구가 나열되어 있다. 완성되지 않은 뜨개질들은 이 공간을 물리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배병우 / 정수진 / cy choi / 박정선 / 최연우 ⓒ홍우성

큐레이터: 박은아 ● '소나무 작가'로 알려진 배병우의 사진은 가공되지 않은 공간 (또는 새로이 비가공화된 공간) 안에 놓인다. 배병우가 빛으로 그려낸 사진들은 이 공간 안에서 자연 및 인공의 다채로운 빛으로 새롭게 조명된다. 이번 초등학교 공간을 위해 작가는 여수의 섬을 그린 두 작업을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사진과 회화는 미술관과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에 어울리는 매체로 읽혀져 왔지만, 이번 전시에서 사진은 벽에 걸리지 않고, 가공되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공간에 노출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관람자들과 조우한다. 빛이 가장 잘 드는 공간(3층 5학년 3반)에 설치된 두 점의 사진은 중앙에 놓인 조그만 스툴 의자에 관람자들이 앉음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작품의 제목은 「SEA1A-019H(여수)」 (2007, 181 x 306, C-Print mounted on Plexiglas)와 「SEA1A-034H(여수)」 (2007, 181 x 306, C-Print mounted on Plexiglas)이다. 초등학생들이 사용했던 게시판, 칠판, 사물함 등을 해체시키면서, 그것들이 있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공간과 벽면을 새롭게 볼 수 있다. ● 정수진의 회화 안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추상과 구상, 형태와 색채가 부지런히 공존한다. 그의 작품 안에서 회화가 가지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구현되고 있다. 순수회화의 종말을 너무도 쉽게 논하는 오늘의 포스트미디엄 시대에, 정수진은 회화 고유의 생명력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재확인시켜준다. 「School」(2010, oil on canvas, 200x300cm.)은 홍대 근처에 있던 작업실에서 제작한 초등학교 풍경이다. 미술실 공간 중앙에 놓인 8편의 낙서화는 같은 교실에서 발견된 창문틀을 이용한 프레임으로 재배치되었으며, 작가는 게시판이 있던 벽면에 '인 시튜(in situ) 낙서화'를 제작했다. 후자는 이 공간에서만 볼 수 있으며, 전시와 함께 소멸될 낙서화 흔적이다. ● 패션디자이너 최철용은 2013 S/S 서울 패션위크에서 『스펙트럼』이라는 제목 하에 런웨이를 선보이며 댄 플래빈으로부터 영감 받은 무대를 연출해내기도 하는 등 미술적 배경의 맥을 놓지 않고 있다. 김도형, 김권진, 오정택, 안마노와 함께 5인 팀으로 전시를 해오고 있는 Cy Choi 팀은 작품을 '보는' 관객과 '입는' 관객을 꾸준히 오가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넓혀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던 커튼 천을 이용하여, 교실 전체를 새로운 창작의 공간으로 재해석하였다. 1명의 블랙수트를 입은 선생과 도트패턴 가먼트를 입은 5명의 학생 모델들은 2012년 12월 10일 오프닝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모든 행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되었다. 이 작업은 영상으로 편집되어 전시 중 상영된다. ● 박정선은 자기 자신을 주변의 여타 사물들과 동격의 오브제로서 인식함으로써 오브제와 공간이 주고받는 영향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온 작가가 초등학교라는 상징적 공간 내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그 자체로서 하나의 오브제로 담아내고자 한다. 바닥에 뿌려진 매체들은 공간성과 시간성의 변화를 물리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수단들이다. ● 최연우는 잡지의 종이를 말아서 웅장한 조각을 구현해내는데, 특히 종이가 빛에 투사되며 자아내는 영롱함은 그 스케일과 맞물려 거룩하기까지 하다. 이는 2006년도부터 확립된 작가의 작업방식으로,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개념들의 형상화에 대한 작가의 고민에서 비롯된다. 공간과 합일되는 최연우의 조각들은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 즉 공간의 일부로서 설치된다. 작가는 교실의 천장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켜 시적이고 연극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홍범_미술실 / 홍범_급식실 / 이형우-조용준 / 익명의 집단 / 프로젝트 72-1팀 ⓒ홍우성 / KDK(김도균) / 홍우성 / 홍우성 / KDK(김도균)

큐레이터: 정지영이형우-조용준 팀은 협업을 통해 사운드를 이용하여 초등학교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다. 그들은 다른 초등학교에 가서 (초등학교의 허가를 받아) 3일 동안 초등학생들의 사운드를 채집하여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하였다. 조용준은 홍익 초등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의 공간이 작가의 사적 공간 및 기억과 만났을 때 생겨나는 긴장감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실로써 드로잉한다. 실 한 가닥 한 가닥은 공간에 편재되어있던 여러 가지 기억과 이야기들을 하나의 중심으로 결집시키면서 새로운 공간과 시간성을 연다. 이형우는 초등학교로의 기능을 잃은 공간을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 채우는 작업을 하였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의 빈자리를 가득 메운 시끌벅적한 소리들은 시공간의 엇갈린 기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 홍범은 사적인 기억과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공간을 인식하고,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통합된 공간을 만든다. 그저 스쳐 지나갈 공간은 작가의 내면적인 통합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기억의 공간으로 탄생한다. 초등학교 프로젝트에서는 학교에서 발견된 창문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천장에 매달아 움직임을 통한 새로운 공간성을 경험하게 한다. 개성이 강한 급식실에 사용된 모든 재료는 학교에서 발견된 일종의 파운드 오브제들이다. 홍범은 급식실 외에도, 1층 미술실에서 「Inner Place」를 상영하는데, 한때 폐허가 된 뉴욕의 철교였던 하이라인(High Line)의 풍경을 통해 영상은 내면의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성, 공간성의 추이를 보여준다. ● 익명의 집단: 데라오카 리카, 송혜현, 한정우는 평소 캠퍼스 교정을 거닐면서 항상 보아왔던 홍익초등학교(초등학교라는 기능과 초등학생들)가 사라졌다는 현실을 당혹스럽게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은 텅 빈 교실의 기억이나, 아쉬움,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의미보다는 예정된 미래(파괴되는 공간)에서 일어날 '파괴' 그 자체 주목하였다. '익명의 집단'은 허물어지고 사라지는 것들을 역설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리하여, 이동하고 비어있음과 마주한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 반응하게 되는지, 우리가 어떠한 새로운 비평적 문제의식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 프로젝트 72-1팀(과학실)은 기획자와 큐레이터를 비롯해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위해 결성된 특정 멤버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지영과 정진수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진행되었다. 정지영과 정진수는 주변 사람들의 유년시절과 십대 때 찍은 사진들을 수합하여 슬라이드 작업으로 전시한다. 그들의 손을 통해, 과학실은 '기억의 공간'으로 우리의 기억과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학교는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개인에게는 추억이 깃든 기억의 공간이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기억의 파노라마를 형성한다.

김기철 / 박천욱 / 정현용 / 이가형 ⓒ홍우성 / 홍우성 / 강재영 / KDK(김도균)

큐레이터: 이가은김기철 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소리를 통해 느끼게 한다. 소리를 통해 관객을 특정 공간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서 소리를 만들기도 하며, 음파를 입체화하는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컴퓨터실의 장치를 이용해 장소 특정적 사운드 작업을 제작하였다. 스피커가 있는 부분에서는 세속적인 나이를 의미하는 '세수(世壽)'라는 제목의 사운드가 흘러나오고, 반대편에서는 심신이 흐트러졌을 때 사용하는 '죽비' 소리가 흘러나온다. ● 박천욱 은 사물의 형태를 변형시켜 어색함과 익숙함 사이에 관객을 위치시킨다. 이는 왜곡된 외형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 존재하는 것의 모양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익숙하던 교실공간은 작가에 의해 '컬러 룸'으로 변용되었고, 대각선으로 보색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채색된 사각형의 공간에는 '알로카시아'가 자라고 있다. ● 정현용 의 회화는 의식의 흐름이나 심리적 정황에 따라, 불분명한 일루전(Illusion) 상태이거나 그림자, 흔적으로만 남겨져 있다. 어떠한 상태와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회화의 근간이라면 그의 작품들은 현실과 기억 저편 사이에 멈춰 서있다.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들은 '숙직실' 공간에 배치되고, 아이들의 사운드가 우리의 안부를 묻듯 구석에서 흘러나온다. ● 이가형 은 초등학교 자료실에 재봉틀을 가져와 레지던시 작업을 시도하였다. 그는 가짜 명품 브랜드 등 버려진 재료를 이용하여, 이를 졸업가운이나 학사모 등에 재작업 하였다. 가짜 브랜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학위와 가운, 학교 상징물들은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인 화답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판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수 작업한 형상들은 아름다운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오희원 / 송유림 ⓒ김도균 / 홍우성

큐레이터: 강재영오희원 은 시각 활동이 이루어지는 전시장과 같은 특정 대상을 범주로 '전시장'이란 장소ㆍ공간의 유통된 이미지를 관찰한다. 그리고 공간과 이를 둘러싼 환경에 관련된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한다. 오희원은 이렇게 모은 정보를 가지고 가려져있던 영역을 가시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편집된 풍경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4층 특별활동실에서의 두 달간 레지던시 작업을 통해 오희원은 「Found Space」를 구성해냈다. 오희원은 초등학교에서 수집한 각 공간의 특정 이미지와 형태들을 쪽 칠판에 변형하여 재구성해낸다. 오희원은 면밀한 이미지 '채집'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철문의 패턴과 같은 형태부터, 벽에 칠해진 색, 학생들의 발표문과 각 교실의 전화번호와 같은 인식 가능한 정보들은 쪽 칠판 위에 올라와 한 데 섞인다. 오희원이 모은 시각 이미지들은 특별활동실 내에 혼재하며 공간을 만들어내고, 이 공간은 오희원의 '찾아낸 공간'이 된다. ● 송유림 은 실크에 자수를 두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송유림의 자수는 작가가 경험하거나 보았던 사사로운 사건들을 재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자수들은 때때로 분절되고 파편화된 촉감적 이미지들로만 존재하며, 덧붙여진 제목들은 작품을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는 단서이자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장치로써 작용한다. 4학년 2반 교실에서 송유림은 「황폐한 집/불안에 이르는 병」을 선보인다. 뜨개질로 만든 받침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받침 위에 올려져있는 병은 곧 넘어질듯 위태롭기만 하다. 이와 함께 제시된 텍스트 '일련의 목록들'은 '병'이라는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중첩함으로써, 관객이 병을 바라보면서 불안과 안정의 아이러니를 느끼도록 해준다.

불안증후군 포스터 ⓒ정진수

예술학과 현대미술학회 기획전시: 불안증후군 ●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현대미술학회 C.A.S.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의 예술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학술연구팀이다. 『불안 증후군』전은 막 졸업한 신진작가들의 창조력과 C.A.S.의 신진 큐레이터들의 기획력이 만나 또래들의 공감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김동희 / 최진석 / 손주영 ⓒ홍우성 / 홍우성 / 강재영

초등학교에서 레지던시 작업을 한 김동희는 두 달 동안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였다. 그는 뜀틀을 비롯해, 초등학생들이 사용한 서랍장으로 연단을 제작하여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공유의 장(場)을 마련하였다. 「6-3반」에서 김동희는 개인의 범주에서의 불안에 주목한다. 김동희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개인의 불안을 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앞만 보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은 맹목적으로 결과에 치중한다. 하지만 김동희는 과정의 가치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과정을 만들기로 했다. 「세미나」는 과정 그 자체이다. 30평 남짓한 교실에 무대를 만들어 매주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동희는 세미나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어떤 결과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손주영은 우리 일상에 존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작품을 통해서 여러 관계 안에 존재하는 태도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우리도 모르게 사라져가는 것들을 다시 떠올리고 관조하게 한다. 1층 쌀 창고에 전시된 「시간의 반성」은 얼굴이 제거된 사진을 다시 그려낸 유화 작업이다.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경엔 제거된 주인공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들이 포함되어있다. 손주영은 탐정 같이 관람자가 그림 속 단서들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한다. ● 최진석은 폐기물창고에 버려진 가구와 도구들을 모두 해체하고 재조합한다. 목적성이 강한 장소인 초등학교에서 목적성이 강한 물건들을 해체함으로써 무목적성을 띄게 하고 이렇게 해체된 물건들로 폐기물처리장의 내부 전체를 감싸는 육 면의 큐브(Cube)를 만든다. 이번에 선보이는 「Exhibition Space」에서 최진석은 목적성이 사라진 것들로 가득 채워진 큐브를 만든다. 폐기물창고였던 공간은 작가만의 전시장으로 재탄생 된다. 버려진 공간인 폐교와 버려진 물건인 폐기물들을 이용해 '전시장을 전시'하는 것이다. 목적성이 있던 물건들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공간의 모든 면을 채우는 것은 화이트큐브에 대한 최진석의 비판적 발언이자 시스템과 작가 정체성 간의 타협이다.

홍익부속초등학교 ⓒ최한빈

『Project 72-1』는 19명의 개별 작가 및 4개의 팀과 학교라는 본래의 공간이 만나 나눈 대화의 흔적들이다. 본래 이 전시는 2012년 12월 10일에 오픈해, 2012년 12월 22일에 끝내기로 했으나, 2013년 1월 5일까지 연장되었다. ■

Vol.20121210g | PROJECT 72-1: School as a Laboratory 프로젝트 72-1 : 실험실로서의 학교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