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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남호섭 동시집 발간기념展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한옥 GALLERY HANOK 서울 종로구 가회동 30-10번지 Tel. +82.2.3673.3426 galleryhanok.blog.me
내 사슴뿔 ● 사슴을 그리다가 / 뿔을 잘못 그려 / 지우개로 지웠다 // 뿔을 다시 그리면서 / 사슴에게 / 내는 숙제 // 너에게 꼭 맞는 / 작은 뿔을 그려 줄 테니까 / 앞으로 네가 튼튼하게 크게 키워 ('사슴뿔 숙제', 송찬호) ● 시를 읽고 처음으로 / 시인께 편지를 썼다. // 시를 읽고 어느새 / 내게도 사슴뿔이 돋은 것 같아 / 머리를 자꾸 만지면서 편지를 썼다.
벌에 쏘였다 ● 목숨 다 바쳐 / 벌이 나를 깨우쳤다. // 기쁘고 슬프고 걱정스럽고 / 욕심내고 성낸 일 / 모두 // 아픔 하나로 사라졌다.
고라니 ● 달빛 하얀 / 겨울밤 // 마당으로 / 고라니 한 마리 / 불쑥 들어온다. // 잠결에 오줌 누던 나하고 / 딱 마주쳤다. // 숨 막히는 / 0.5초 // 세상에는 / 우리 둘 뿐.
투표하러 가는 날 ● 글자도 모르고 / 숫자도 모르는 / 우리 옆집 할머니 / 투표하러 간다. // 맨 위 칸을 꼭 찍으라고? / 이번에는 바로 아래 칸 찍어야 한다고? // 이러지들 마라. / 선거 벽보에 그 많은 후보 / 다들 인물이 훤하더라. / 이래봬도 투표 경력 수십 년이다. / 나도 다 생각이 있다. // 새벽부터 나들이옷 쫙 빼입고 / 할머니 씩씩하게 / 투표하러 간다.
오토바이 타는 사람 ● 오토바이가 / 쓰러졌습니다. // 머리등 깨지고 / 뒷거울 깨지고 // 길바닥으로 / 짜장면 쏟아지고 // 빨간 덮개 날아간 / 바퀴는 헛바퀴로 돕니다. // 운동화 한 짝 잃고 / 병원에 실려 가는 사람에게 // 전화가 걸려옵니다. / 부재중 전화가 네 개, 다섯 개 쌓여갑니다.
방학 시인 ● 방학이나 돼야 / 겨우겨우 시를 쓰는 / 나는 방학 시인 // 개학하면 / 학생들과 지지고 볶다가 / 일제고사 안 본다 교육청이랑 / 싸우기도 하다가 // 쉬는 날에는 / 밀린 신문 읽다가 / 집안 청소 안 한다 혼나다가 / 장작도 패다가 // "시 몇 줄 쓰는데 시간이 뭐 필요해." // 뒤통수 간지러워 / 컴퓨터 앞에 가끔 앉으면 / 시의 정령도 그냥 스쳐가는 / 껍데기 시인 // 방학이 돼서야 / 밥 안 먹고, 한 줄 쓰고 / 잠 안 자고, 두 줄 쓰고 / 마음 놓고 끙끙댈 수 있는 / 나는 끙끙 시인 ■ 남호섭
Vol.20121210a | 고찬규展 / KOHCHANGYU / 高燦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