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action

박상아展 / PARKSANGA / 朴相娥 / painting   2012_1205 ▶ 2012_1214

박상아_The Coaction-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_혼합재료_110×12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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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2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12월14일_11:00am~12: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gallerydos.com

기(氣)의 순환을 통한 공존의 지도 ● 동양철학에서는 모든 존재 현상을 기(氣)가 모이고 흩어지는 데 따라 생겨나고 없어지는 것이라고 여겼다. 기(氣)는 생태계 일반을 관통하고 있는 우주적 생명력을 뜻하기 때문에 다양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복합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박상아는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들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氣)를 활용하는 학문인 한의학에서 차용한 인체의 기술 방법은 작가만의 조형언어가 되어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다. 여기에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표현되는 다양한 패턴과 기호, 이미지들은 화면 위에 층층이 더해지고 문신과 같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박상아_The Coaction-pelvic inflammatory_혼합재료_162.2×97cm_2012
박상아_The Coaction-shoulder discomfort_혼합재료_145.5×97cm_2012
박상아_The Coaction-headache_혼합재료_162.2×97cm_2012

유기체의 형상에서 시작되는 동심원들은 생명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에너지의 흐름이시각화된 것이다. 한의학에서의 혈(穴) 자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시작점은 해부학적 구조 상 감각이 전달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에 위치한다.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신체를 중심으로 동식물의 형상이 나란히 펼쳐지고 연결되는 서술 구조는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만물의 공존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여기에 현실과는 무관한 임의적인 패턴과 기호들은 언뜻 과학적 근거를 가진 하나의 체계화된 이미지로 보이게 한다. 노트를 연상시키는 파랗고 빨간 선 위의 도식은 마치 생물 수업을 위한 필기의 일부분 같기도 하다. 이처럼 학구적으로 보이도록 의도한 작업의 결과물들은 작가의 위트적인 성향과 맞물려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박상아_The Coaction-Sasang typology 四象醫學(Greater Yang)_혼합재료_140×140cm_2012 박상아_The Coaction-Sasang typology 四象醫學(Greater Yin)_혼합재료_140×140cm_2012
박상아_The Coaction-Sasang typology 四象醫學(Lesser Yang)_혼합재료_140×140cm_2012 박상아_The Coaction-Sasang typology 四象醫學(Lesser Yin)_혼합재료_140×140cm_2012

이전 작업에서 작가는 개체가 가진 생체에너지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관계에 집중했다. 최근작에서는 더 나아가 인간의 질병에 관한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기(氣)의 순환을 그려내는데 중점을 둔다. 기운에 따라 인간을 네 가지 체질로 분류한 'Sasang typology(사상의학) Series'와 현대의 질병에 관한 'Disease Series'는 이번 전시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신체의 고통이라는 비가시적인 현상을 에너지의 흐름으로 시각화하는 신선한 시도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결국 우주의 일부임을 새삼 상기시킨다. 상위단계인 사람과 하위단계인 동식물 간의 단순한 섭취로 발생하는 생체에너지의 순환보다는 질병이 보여주는 부정적인 원인과 결과가 보는 이에게 더 호소력 짙게 다가온다. 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병이 발생한 신체의 부분을 중심으로 원들이 생겨나고 그와 관련된 동식물이 기호로 연결되어 기(氣)의 흐름을 만든다. 여기에 물감과 연필을 통한 회화적인 요소와 실크 스크린이라는 판화 기법이 혼재됨으로써 패턴과 기호, 이미지로 이루어진 다채로운 인체 지도가 형성된다. 또한 특유의 서술 구조에 따른 평면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등장하는 그리드의 공간은 만물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화됨으로써 영생할 수 있는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음을 새로이 반영한 것이다. 작품 전반에서 보여지는 서로에 대한 끊임없는 자극과 반응은 형이상학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근원적이고 직관적인 몸의 언어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박상아_The Coaction 1,2_디지털 프린트_100×50cm_2012

박상아는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기(氣)의 흐름을 짚는 동시에 동물과 인간, 질병이 가지는 유기적인 관계를 독특한 화면구도와 기호로 도식화한다. 개체가 가진 생체에너지를 연결함으로써 원인과 결과라는 새로운 순환관계를 보여주고 우주적인 관점에서 너와 나 혹은 그것 간의 공존이라는 단어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유일무이한 인체 지도에서 보여지는 만물의 관계를 통해 주제에 대한 맥락을 찾아가는 과정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이다. ■ 강지수

Vol.20121206f | 박상아展 / PARKSANGA / 朴相娥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