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동의

배형민展 / BAEHYUNGMIN / 裵亨珉 / painting   2012_1205 ▶ 2012_1211

배형민_암묵적 동의_한지에 수묵_162×130cm_2012

초대일시 / 2012_120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30am~06:30pm

갤러리 GMA GALLERY GMA 서울 종로구 율곡로 1(사간동 126-3번지) 2층 Tel. +82.2.725.0040 artmuse.gwangju.go.kr

묵색(墨色) 속의 여백·흔적 ― 적상(迹象)의 효과 ● 회화란 재료와 용구를 사용하여 화면위에 흔적(痕迹) 즉,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흔적을 통하여 형상을 만들어 내는 "적상(迹象)"은 형성생성의 과정으로 화가들의 탐구의 대상이다. ● 여기서 "적(迹)"의 어원을 살펴보면 "무릇 형상이 있어 볼 수 있는 것을 '적'이라 한다(凡有形可見者皆曰迹). "상(象)"은 "형상이 있어 볼 수 있는 물건이다(有形可見之物)." 라고 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적상" 이 2자의 어의는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우주자연의 모든 만물을 일컫는 것이라 하겠다. 우주자연, 천지만물을 "흔적화(痕迹化)" 한 것이 바로 "그림", 혹은 "도상(圖象)" 이라고 하며 우리는 이러한 계획적인 행위를 "회화"라고 하고 있다. 이는 카메라의 출현 이전에는 형상생성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 회화는 말할 것도 없이 형상을 취하고(取象)형상을 만드는(造象)것이다. 그렇다면 형상을 취하고 형상을 만드는 목적은 무엇인가? 이전에는 그것의 기능이 단순했으므로 화가는 다만 형상을 잘 만들어내는데 목적이 있었으나 점차 그 기능이 복잡해져 화가는 시인이나 철학자처럼 자기의 사상 감정을 표출하는데 목적을 두게 되었다. 화가들의 정서가 서로 다르므로 낭만주의 혹은 현실주의의 작가로 불리기도 하며 철인처럼 사고가 깊은 개념예술가, 표현행위에 치중하는 표현주의의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서 화가가 어떤 노선을 택해 자기의 작품세계를 표출하던 작품에 감정을 전달하고자함은 더욱 확대되어 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감정을 정확히 표출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거기서 얽매일 필요는 없다. 화가의 주관적 의지가 점점 강화됨으로써 그들이 만들어내는 흔적 또한 이에 상응하는 변화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배형민_암묵적 동의_한지에 수묵_162×130cm_2012
배형민_암묵적 동의_한지에 수묵_162×130cm_2012

작품성의 고하를 막론하고 주제의 서술이 완전하지 못하고 묘사의 기교에 치중해 있는 작품, 혹은 화면의 효과가 불완전하지만 정교하고 유려한 작품은 우리의 시선과 감정을 작가의 정신 상태로 집중하게 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태로 이끄는 것을 "적상의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 배형민의 작품에서 이런 "적상의 효과"가 아주 뚜렷하다. 그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 "적상의 효과"인지도 모른다. 그가 표출하고자 하는 것은 "도시생활에서의 소외와 번잡으로 부터의 탈출"이라고 한다. 그가 경영해낸 화면은 오래된 도시의 뒷골목에서 마주치는 담벼락 혹은 재개발구역의 철거직전 흐트러진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다. 뒷골목에서 소외된 이들 몇몇이 웅성거리고 있는 모습이 콘크리트 담벼락에 혹은 녹슨 철판 위에 그림자처럼의 "적상"으로 드리워져있다. 배형민의 이러한 "적상"은 수묵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배형민_암묵적 동의_한지에 수묵_130×162cm_2012
배형민_암묵적 동의_한지에 수묵_130×162cm_2012

동양회화사에 있어서 백묘화(白描畫)로부터 수묵화로의 변화는 커다란 진보이며 이로 인하여 작가의 심경을 더욱 자유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수묵화는 농담과 기이하고 암시적인 형태를 통하여 형태 자체가 주는 구체적 의미를 감소시키고 대신 작가의 이상을 의탁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므로 수묵화를 암시의 예술이라고 본 견해는 정확한 것이다. 왜냐하면 수묵은 그 자체가 단조롭고 미묘한 변화를 나타낼 수 있으나 대상을 명확하 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묵화는 문인사대부들의 소조(塑造), 담박(淡泊)한 감정을 표출하기에 아주 적합한 제재이었다. 그래서 수묵화는 바로 문인화와 직결되는 것이다. 문인화를 창작하는 의의는 자아를 실현하는데 있었다. 이 때문에 문인화가는 객관현실 자체에 대하여는 커다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다고 객관현실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나타낸 것은 아니다. 약간 감추고 약간 드러나게 함으로써 황홀한 느낌을 갖게 한다. 즉 수묵은 사람의 감정을 드러나게 할뿐만 아니라 감정을 모호하고 애매하게 만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역사상의 수묵화는 모두가 필묵의 운용을 최대한 절제하여 단순하면서 간략하게 표현하였다.

배형민_암묵적 동의_한지에 수묵_162×130cm_2012

그러나 배형민은 전통 수묵화의 기법을 역(逆)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배형민은 전통 수묵화의 소조, 담백한 맛을 울울(鬱鬱) 침침한 흑색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단순, 간략한 화면 구성과 여백의 미는 온통 화면을 먹으로 도말(塗抹)하면서 거기에 약간의 흔적들을 남김으로써 흑·백 대비의 효과로 대체하고 있다하겠다. 마치 흑백 카메라 필름을 그대로 현상한 느낌을 주고 있다. ● 이러한 필묵의 운용은 배형민만이 시도한 것은 아니다. 20세기 말부터 전통 수묵화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으로 많은 이들이 이에 호응은 하였으나 그 결과는 아직 미진하다. 전통의 현대적 표현이라는 논제에서 아직까지 이에 대한 쟁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누구인가가 이 시점에서 적극적인 의의와 새로운 사고로 탐색한다면 그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배형민에게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 김대열

Vol.20121204i | 배형민展 / BAEHYUNGMIN / 裵亨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