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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한미사진미술관
관람시간 / 09:00am~05:00pm
두손(地中)미술관 제주도 서귀포시
이정록 사진전-Decoding Scape ● 이정록 작가는 인간 생명과 문화의 원형을 찾는 신화적 세계관을 서남 지역의 평야, 들판, 갯벌을 중심으로 자연의 보이지 않은 역동적인 경이로움을 관조적 시선으로 기록하거나, 직접 개입하며 신성한 장소로 해석해 놓은 풍경 작업을 지속해 왔다. 특히 하늘, 땅이 접속하며 생명을 탄생시키는 장소들에 놓인 알 같은 투명한 구형들 또는 반짝이는 씨앗들로 형상화 시킨 「신화적 풍경」, 「사적 성소」는 자연의 생명력이 인간의 역사로 전이되는 것을 목격하게 해주고, 신성한 기운이 빛으로 퍼져나가는 「생명나무」는 인류의 원형적인 신화를 상상하게 해주었다. 작가는 「Decoding Scape」에서 자신의 신화적 자연관을 인간이 일궈낸 문화적 장소 혹은 폭력이 행사된 장소로 확장시켜 자연이 말하는 침묵의 언어를 기호화하며 자연과 보다 직접적인 소통을 꾀하였다. 즉 자연에 편재하지만 인간의 관습적인 코드로는 결코 해석 될 수 없는 풍요로운 자연의 언어를 한글의 자음에 담겨진 음양오행 사상과 모음의 삼재(三才)론에 근거해 상형문자와 같은 형상의 빛으로 해독, 기입해 놓았다. 이미 만들어진 기호로는 결코 쓰여 질 수 없는 존재의 신비를 빛의 파동, 자음 혹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한 상징들인 이미지 문자로 만든 것이다.
기호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타자와 관계 맺는 장소이다. 일찍이 기호학자 퍼스가 '기호로 가득 찬 우주에서 우리에게 말 걸어오는 기호의 능력에 주목했듯이, 자연의 모습과 소리의 역동적인 힘은 인간의 다양한 문화에 따라 상이한 언어로 번역되며 소통하게 해주는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자연이란 신비스런 존재는 인간의 언어로는 완전히 번역될 수 없는 초월성을 지니기 때문에 작가는 「Decoding Scape」에서 소리 문자인 한글을 자연의 형태 또는 의미를 닮은 상형문자로 형상화하거나 조합하여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묵언의 메시지를 풍경 텍스트로 표현했다. 기호에서 발광하는 빛은 자연의 존재가 드러나는 '열림'의 장소이자 상형 기호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도록 개방하는 역할을 한다. 자기 동질적인 의미로 규정할 수 없는 과거, 현재, 미래가 순환하는 자연이 지닌 풍요로운 의미와 색은 기호를 감싸는 빛의 파동으로 배가되어 보인다.
자연의 원형적인 장소 혹은 문명화된 장소에 대한 근원적인 기억에서 가져온 ㅁ, ㅂ, ㅍ, ㅅ, ㅇ(물, 불, 풀, 생명, 空) 같은 자음과 천지인을 상징하는 기본 모음으로 조합해 낸 코드들은 비록 신화적인 자연의 '부분'이지만 그 부분은 풍경의 속성으로 분해될 수 없는 완전한 전체로서 자연의'상징'이 된 것이다. 즉 작업노트에 언급되었듯이 갯벌 위 바닷물 위에 띄워진 'ㅈ'은 수평선을 닮은 'ㅡ'와 두 다리로 선 사람을 닮은 'ㅅ'이 생명의 약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에 깃든 음양오행과 우주적 질서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을 위한 도구적인 기표들로 추상화된 것이 아니라 마치 고유명사를 지닌 총체처럼 형상화되었다. 빛은 인간의 폭력적, 합리적인 인식에 은폐되었던 존재를 개방하며 개념화될 수 없는 의미에 대해 상징적이고 감성적인 소통에 이르는 길을 밝혀준다.
이정록은 「Decoding Scape」에서 자연과 코드, 현실과 허구 사이의 이중화, 이종(異種)화를 통해 자연이 말하는 침묵의 세계를 고유한 명사들로 불러내어 표현하였다. 자연풍경 혹은 근원과 역사를 기억하게 해주는 고인돌, 탑 주위에 기입된 상형문자들은 단순히 교환적 기호들로 실체를 상실하고 부유하는 기표들이 아니라 존재가 출현하며 집을 짓는 장소이자 사건이 놓이는 지점이다. 그러나 기호들로 분절된 그 집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충만한 의미가 가시화되기 위해서 계속해서 고쳐 씌어 질수 있는 흔적으로 무한히 연기되는 '차연(差延, différance)'이 만드는 임시적인 집일뿐이다. 따라서 한글, 알파벳, 아라비아숫자의 다양한 씨앗들이 관람자 각자 새로운 텍스트로 써나갈 수 있게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생명나무」는 바로 전시 주제가 응집된 상징 그자체이다. 작가는 자연의 존재와 의미를 이미지-기호로 풀어낸 조형적이고 상상적인 풍경 텍스트를 통해 인간의 지식으로 고정시킬 수 없는 개념적 인식의 협소함을 누설하며 자연의 내적 타자성에 주목하게 해주었다. 비록 풍경에 기입된 상형문자들이 관람자에겐 즉각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들처럼 기습하지만 그 기호들을 해독해야할 암호가 아닌 이미지 문자로 본다면 관람자 개개인의 상상 작용을 통해 다시 새로운 의미로 사유될 수 있기 때문에 기호로 가득 찬 우주 속에 우리 각자도 사유하는 기호이자 행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김화자
Vol.20121203l | 이정록展 / LEEJEONGLOK / 李正錄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