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128_수요일_05:00pm
2012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밝음과 어둠', '추위와 더위', '선함과 악함', '삶과 죽음' 등과 같은 양극의 만남에는 언제나 그것을 구분 짖는 경계가 존재한다. 어떠한 것에도 속하지 않는 그 경계를 나는 '빈 공간', '구멍 난 곳'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것은 마치 거울이 어떠한 충격으로 깨져 금이 가 벌어진 '틈' 같은 것, 혹은 온도 변화로 인해 생긴 어긋난 나무 사이의 공간 같은 것이다. 나는 항상 두 세계의 충돌에서 생기게 되는 이러한 '빈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 매일 아침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쏟아지는 뉴스의 머리기사들, 거리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이미지들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비현실 같은 현실에 살며 숙연해지는 순간은 '키에로스타미'의 영화제목처럼 '그리고 삶은 계속 된다'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죽음이나 친구의 배신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도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지난 사진들을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간혹 현실 의 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방'처럼 느껴지는 사진들이 있는데, 사진 속 사람, 공간, 상황들을 떠올리다보면 비현실처럼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카메라(camera)는 라틴어로 '방'이라는 뜻이다. 전시 제목인 '밝은 방'(camera lucida)은 롤랑 바르트의 책 제목이자 사진기술이 나오기 전 거울 또는 현미경 따위를 이용하여 물체의 상을 일시적으로 종이나 화판 위에 비추어 윤곽선을 그리는데 사용하였던 장치의 이름이다. 어두운 상자 안에 구멍을 뚫어 외부의 빛을 받아드려 대상을 데려올 수 있다는 사실은 사진 찍는 법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나에겐 정말로 놀랍고 마술 같은 일이다. 그래서 사진 속 공간이 '방'으로 인식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사진은 현재와 과거 사이에 벌어진 틈에 존재하고 있는 '빈 공간'과도 같다. 그것은 어두운 방의 구석에서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온전히 받은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하다.
내 나이와 같았던 엄마 모습이 담긴 옛 사진 속, 파고다 공원 벤치에 앉아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할아버지, 길 바닥에 앉아 강아지와 함께 쉬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 '밝은 방'은 이처럼 사진 속 공간뿐 아니라 순간 순간 삶의 틈새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통 속에서도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것은 상처로 벌어진 그 틈 어디엔가 '밝은 방'이 존재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 이명진
Vol.20121129f | 이명진展 / LEEMYUNGJIN / 李明眞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