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126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이다갤러리 EDA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번지 Tel. 070.7550.2931 www.design-eda.com
Fall into the water with a loud splash. ●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의 모든 것에 무감각해졌던 그 때. 조금씩 숨이 막혀오고 시야가 흐려짐과 동시에 공포를 동반한 또 다른 세계를 보았다. 그 순간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어떤 숲 속에 존재하는 깊은 웅덩이에 빠진 기분이었다. 아무리 나가려 발버둥 쳐도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그런 곳... ● 이것은 한 소녀의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예쁘게 페인트칠 되어진 미끄럼틀과 형형색색의 파라솔들. 그것은 소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그것들은 마치 소녀에게 놀이공원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럽게 미끄럼틀로 향하게 한다. 즐거움과 호기심이 충족되려함과 동시에 미끄럼틀은 순식간에 소녀의 깊은 웅덩이로 밀어 넣는다. 순식간에 시야는 온통 청록색으로 물들어 버린다. 모든 것이 무감각해지고 간간히 느껴지는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들. 그리고 시간은 멈춰버린다. ● 그 후로 소녀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그 곳에 갇혀있다. 아니 어쩌면 갇혀있기보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그곳에서 자신만의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나가며 살고 있을지도.
순식간에 물속으로 빨려들어간 그 당시를 잊을 수 없다. 어렸을 적 물에 빠졌던 기억은 일곱 살 이후로 그 곳에 갇혀있는 듯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그것은 내게 공포 그 자체이며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히고 있다. 두려움이라는 공간안에 부유하고있는 그 당시의 이미지들은 (파라솔, 타일, 요트 등의) 시간이 지나며 자기들만의 규칙에 의해 재배치되어 제3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내게 그 당시에 느꼈던 두려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줄 수 있게 한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작품을 나 자신이 체험하면서 트라우마를 곱씹고 뱉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두려움을 기초로한, 하지만 두려움 그 이상인 심리적 공간인 Blue Cube다.
사람들은 인식하든 혹은 인식하지 않든 모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것들은 알게 모르게 그들의 인생에 무의식적인 가이드처럼, 그리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며 내 트라우마를 간접 체험하면서 그들이 보려하지 않는 내면에 존재하는 두려운 실체의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길 바라며 또한 나처럼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나는 관객들이 내 작품을 단지 '보는' 것 만으로가 아니라 '체험'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 관객과 나의 생각이 같은 수평선상 어디엔가 나란히 놓여진다. 그것들은 멀리 있지만 이어져있는 얇지만 긴 하나의 실과도 같다. ■ 이유진
Vol.20121126b | 이유진展 / LEEYOOJIN / 李裕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