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우리에게 The river to us

이동문展 / LEEDONGMOON / 李東門 / photography   2012_1124 ▶ 2012_1211 / 월요일 휴관

이동문_낙동강 3공구 구포_디지털 C 프린트_80×100cm_2010

작가와의 대화 / 2012_1124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오픈스페이스 배 OPENSPACE BAE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삼성리 297-1번지 Tel. +82.51.724.5201 spacebae.com

2010.1월, 이른 아침 낙동강 합천 근교 ● 잘려진 강 허리에서 가물막이용 철벽을 강바닥에 박기 위해 천공기 공사를 하고 있는 4대강 현장에서는 수면에 얼어붙은 살얼음이 떨릴 만큼의 날카로운 굉음이 울려댄다. 사진 작업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얼핏 분단된 우리 땅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는 강기슭을 발견하곤 이내 카메라 장비를 설치했다. 촬영하는 내내 굉음과 함께 살얼음이 진동하는 소리가 마치 허리가 잘려 살려달라는 듯한 이 땅의 비명소리처럼 들렸다. 수천 년 동안 유유히 자연스럽게 생겨난 곡선으로 굽이 흐르는 강의 모습이 인위적인 직선의 수로형태로 크게 변형되었다.

이동문_낙동강 17공구 본포리_디지털 C 프린트_80×100cm_2010
이동문_낙동강 18공구 함안보_디지털 C 프린트_80×100cm_2010

'돌돌돌' 흐르는 얕은 모래 너울에서 굽이치는 모든 강의 형태가 곡선으로 흐르고, 그 속에서 버들치 누치떼들이 노닐고, 수많은 생명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자연 생태 시스템 자체가 우리의 강이다. 또한, 그 생태시스템에 의해 강은 오염을 분해하는 정화 기능을 한다. 어릴 적 시골 강가에서 물놀이하며 가재를 잡고, 물고기를 잡던 추억도 이젠 더는 이곳에서 사라져 버렸다. 생명이 숨 쉬던 추억의 강이 인공의 수로로 변모하고 있다. 생명이 잉태되던 모래톱이 사라지고 흐르던 강물이 이젠 잔잔하게 고여 버렸다. 강을 습지와 육지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시스템으로 보지 않고, '수자원'이라는 단순한 자본적 가치로만 바라보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다. 해마다 낙동강에 날아오던 수많은 철새 떼들은 그 수가 줄어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다. 오직 물만 가득 찬 강에는 더는 쉴 곳과 먹을 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국의 4대강에 동시에 저질러진 이 정체불명의 거대 토목공사는 그런 생태 시스템인 강의 순기능을 무시해 버린 채 가파르고 깊은 직선의 물 항아리로 만들어 버렸다.

이동문_낙동강 14공구 시산리_디지털 C 프린트_80×100cm_2010
이동문_낙동강 17공구 남지_디지털 C 프린트_80×100cm_2010

인류의 문명은 강에서 태동했다. 강물이 적신 땅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강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강은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가능하게 했으며, 인간에게 한없이 베풀어주는 그런 너그러운 존재였다. 그러한 강이 말없이 흐느끼며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만약 지금의 어리석은 행동들을 멈추고 되돌리지 않는다면, 강은 그동안 우리에게 배풀어 왔던 모든 것들을 거두어들여 거대한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강의 침묵이 더욱 두렵다. 물 부족 해결, 수질개선, 홍수예방, 35만 명의 일자리 창출, 녹색 4대강사업, 행복 4강 그들이 늘어놓은 수많은 명분과 수식어도 이제 진실이 아님을 안다. 어쩌면 그들은 공사 그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동문_낙동강 17공구 대산면_디지털 C 프린트_80×100cm_2010
이동문_낙동강 11공구 삼랑진_디지털 C 프린트_80×100cm_2009

멀쩡히 생명이 숨 쉬고 살아있는 강을 다시 살린다는 기가 막힌 명분으로 전례 없이 강을 파괴하고, 강 허리가 끊긴 채 우뚝 솟은 저 거대한 철의 장벽들을 바라보면, 촛불 시위 때 시민의 진입을 막기 위해 광화문 앞을 막아 놓은 거대한 컨테이너 장벽 이른바 'MB 산성'이 연상된다. 국민과의 소통 없이 아니 소통을 필요치 않은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식의 거대 토목공사. 그들이 제시한 이유 중 어떠한 것도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채 그들의 말 그대로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으로 2년 안에 끝내버린 거대한 환경파괴 사업. 소통을 원하는 국민의 수많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들의 논리로만 강행하여 만든 거대한 철의 장벽, 이제 그것은 국민과의 불통을 암시하는 그들만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 이동문

Vol.20121124k | 이동문展 / LEEDONGMOON / 李東門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