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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124_토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 2012_1204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1:00am / 일요일_12:00pm~10:00pm
그문화 갤러리 SPACE OF ART, ETC. 서울 마포구 당인동 28-9번지 1층 Tel. +82.2.3142.1429 www.artetc.org
날 것을 본 적이 있었던가? 한석현 작가의「인스턴트 스케이프 Instant Scape」연작을 마주하곤 "날 것, 날 것의 풍경을 본 적이 있었던가?"라는 질문이 다시금 나를 파고들었다. 우리는 종종 "자연스럽다."라는 말로 자연을 잘 흉내 낸 것, '자연'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감쪽같은 것들을 지칭하곤 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기 위해 자연을 덜어내고, 덧붙인다. 어느덧 자연스러운 것이 애써 흉내 낸 자연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연스러움을 잘 만들어내는 인간의 행위, '인위'만 남는다. "자연스럽다."는 아주 완성도 높은 인위적인 것의 다른 말이 아닐까. 죽은 나무 조각들(버려진 나무가구, 판자 조각 등)을 이어 붙여 나무를 세우고, 여기에 물을 주며 살아있는 잎사귀들을 키웠던「Reverse-Rebirth project」에서 한석현은 누가 봐도 뻔히 덜 자연스러운, 그래서 미숙하게 인위적인 나무로 자연과 생명을 말했다.
그는 이번「Instant Scape」에서 좀 더 우연적인 요소들을 추가한다. 화면을 가득 메운 거친 지형들은 사실 포클레인이 쌓아 올린 공사장의 흙더미들이다. 바람에 깎이고 비에 다져진 이 흙더미들은 작은 절경을 만든다. 이 절경은 마치 화성의 분화구나 수 천년을 견뎌온 절벽 같지만 그를 쌓아 올린 포클레인에 의해 곧 다시 무너지고 사라져버릴 한시적인 절경이다. 사진의 한정된 프레임이 그 안에 담긴 풍경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오해를 만드는 것이다. 작가는 사진으로 소멸될 순간을 고정시키고, 흙더미의 풍경을 대단한 절경으로 만든다. 상대적인 것들은 뒤엉킨다. 안은 밖과 뒤엉키고, 순간은 고정과 뒤엉키고,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과 뒤엉킨다. 인위적인 것에 날 것이 비춰 보이고, 날 것에 인위적인 것이 비춰 보인다. 그 비침을 볼 수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더 이상 날 것을 보겠다고, 있지도 않은 향수에 젖지 않기로 했다. ■ 이민지
어르신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라는 구절이 있다. 어릴 적에는 이 10년이라는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져서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존재하던 집들과 놀이터, 문방구, 세탁소까지 모든 것이 태고 적부터 거기에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의 삶보다 오래된 것들이 상대적으로 내게는 항상 그 곳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것 일 테다. 콘크리트와 벽돌집들은 마치 스스로 존재하는 것처럼 항구적으로 보여졌다. 마치 자연이 변화해 가는 중 임에도 불구하고 그 오래 시간성에 의해 인간의 짧은 삶을 잣대로는 항구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 지금에 있어서의 10년은 나에게는 나름대로 예측 가능한 시간적 잣대가 생겼다. 이제는 1~2년이면 세상이 변하게 되는 것 같아서 곤란할 뿐이다. 어릴 적 미래의 척도처럼 여겨지던 휴대전화와 화상전화가 시골 구석구석까지 가능하게 되는 것처럼 미래는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고, 기술과 장비의 발전과 그 교체시기가 빨라지면서 변화의 가속도가 더 빨리 붙고 있음이 느껴진다.
경외심을 가질 만한 신의 힘처럼 거대한 중장비가 있어서 이제는 없던 산(난지도 하늘공원, 아파트와 빌딩들)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생기고, 강(운하와 수변)이 생기고, 해안선(매립지)이 매끈해 지기도 하는 변화가 이제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풍경이다. 이렇게 옮겨지고 변화되는 상황들 속에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지는 부산물의 풍경들, 그것을「Instant Scape」인스턴트 스케이프라고 부르기로 한다. 일종의 마이크로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공사장에 옮겨진 흙더미들 위로 짧은 기간 동안 풍화와 침식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작은 그랜드 캐년 같은 모습에 기반한다. ● 이번에 '그 문화 갤러리'에서 선보이는「Instant Scape」는 이전의 작품들「Super-Nature」시리즈와「Reverse-Rebirth project」와 맥락을 같이 하면서 '우리가 상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연의 이미지'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이 시대의 모습'들 사이에 존재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 한석현
Vol.20121124c | 한석현展 / HANSEOKHYUN / 韓碩鉉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