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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122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 드 에이치 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신관 1,2층 Tel. +82.2.546.0853 www.salondeh.com
과거의 철학은 우리 눈 앞의 대상이 실체인지 아닌지, 또한 그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사물을 인식할 때 과거의 경험과 습관을 통해 추상화시키게 되는데, 눈 앞에 '테이블'을 보고 그것을 직관적으로 '테이블'라는 범주 안에서 인식하는 것은 선험적 경험에 의해 그것이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인지능력은 단편적인 시각과 생각에 의존해야 되는 것이라 "A=A"라 설명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11월 2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살롱 드 에이치에서 진행되는 한경우 개인전『STANDARD DISORDER』에서는 어떤 대상을 판단하는 보편적 기준이 절대적일 수 없고 오류와 혼란을 동반하는 가변적 기준임을 보여준다. 즉 주변의 대상을 설명하기 위한 기준은 관습, 문화적 동의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기준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와 변수가 잠재하고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기 위해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Goldilocks zone"이라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되는 거리의 기준이 존재한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지금 현재보다 가까워 진다면 북극의 얼음은 다 녹아 대홍수가 일어날 것이고, 멀어진다면 기온이 낮아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구가 될 것이다. 한경우의 신작 「Not too close, Not too far」(2012)에서는 앞뒤로 움직이는 카메라에 의해 열풍기의 크기에 변화가 생겨야 하지만 열풍기의 크기는 화면 속에서 임의의 기준을 설정한 채 고정된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Goldilocks zone에서 착안하여 제작된 이 설치작업은 열풍기를 촬영하며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는 카메라는 현실에서 너무 더울 수도, 너무 추울 수도 있지만 영상 안에서 둘 사이의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램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더 나아가 어떤 이미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지만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게 되는 기준에 강제적으로 이미지를 맞추게 되는 사람들의 습관화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밤에 보게 되는 달의 모습은 세상 어느 곳에서나 같은 형상과 같은 크기로 보여진다.「Constant moon」(2012)은 다양한 크기의 사진 이미지 속에서 절대적 크기와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달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의 비율은 달라지지만 그 안에 자리잡은 달의 형상과 크기는 똑같다. 밤 하늘의 달을 바라보다 어느 누구에게나 같은 위치에 같은 형상으로 읽혀지는 달의 모습이 절대적인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실제의 달의 크기와 무관하게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절대적 기준으로 인식되는 달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책상'이라는 단어적 기표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면, 네 개의 다리에 평평한 사각형 판이 올려져 책들을 올릴 수 있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하지만 다리가 세 개이고 원형의 울퉁불퉁한 판으로 이루어진 사물을 보더라도 우리는 '책상'이라는 일반적 기준에 맞춰 인식하게 된다. 즉, 사람들이 어떤 사물을 인식할 때 자신에게 익숙하고 일반화되어 있는 기준적 이미지에 맞추어 사물을 평균화시켜 인지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한경우는 자신이 임의적으로 변형을 준 사물을 사람들에게 가장 기준이 되는 모습, 즉 관객들이 선험적으로 습득하여 인지하고 있는 절대적 형상으로 이미지를 맞추는 작업을 선보인다.「Level Table」(2012)은 물건을 올릴 수 없게 곡선으로 휘어진 테이블이 카메라를 통해 TV화면 속에 투사된다. 화면 속 이미지는 TV 표면에 놓여진 자석의 자기장으로 인해 왜곡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왜곡은 휘어진 테이블의 실체를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기준적 표본의 이미지로 바꿔놓는다. 추상회화를 연상하게 하는3m의 평면 캔버스 작품「White noise」(2012)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현대미술을 마주하듯 난해하고 어렵게 이미지를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캔버스 옆에 놓여진 TV를 통해「White noise」의 이미지가 아날로그 TV의 노이즈 화면임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우리가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는 기준에 맞춰진 이미지는 관객들에게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한경우 작가가 보편적 기준에 부합하게 만든 이미지는 사람들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을 자신이 경험하고 인지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만 사고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한경우의 이전 작품에서는 실시간 영상을 통해 투사되는 일상의 오브제들이 그것의 본질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이미지로 해석되는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이와 같이 공간 안에서의 대상과 시각과의 관계로 인해 한가지 현상을 바라볼 때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가변적 기준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선보인 한경우 작가는 본 전시에서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절대적 기준에 맞추어 사물을 판단하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와 임의적으로 설정한 절대적 기준을 보여주는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판단함에 임의의 기준을 필요로 하기에 기준을 설정한 후 비슷한 대상들을 한 범주 안에 강제적으로 맞추어 사고하고 있다. 이렇게 무질서 속에서 자리잡은 기준들은 오히려 "절대적"이라는 명제를 역설하게 된다. 본 전시에는 설치작업 4점과 평면 5점, 총 9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 이유영
Vol.20121122c | 한경우展 / HANKYUNGWOO / 韓庚佑 / installation.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