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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115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_10:00am~06:00pm
UNC 갤러리 UNC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58-13번지 Tel. +82.2.733.2798 www.uncgallery.com
현대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인해, 인류는 여느 때보다도 커다란 공동체 속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커다란 공동체에서 고립된 사람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 이번 변경수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관객들은 마치 현재 우리의 모습과 같은, 하나의 공동체이지만 소통하고 있지 않은 고립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자신만의 시공과 상념에 빠진 각각의 작품들... 깊이 관찰할수록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는 듯 하다. ● 얼핏 보면 그들의 외형은 같은 종(種)처럼 구분하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각각의 캐릭터는 뚜렷하다. 때때로 우리는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대상들의 다른 점을 쉽게 구분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과 소통하며 각각의 특징을 알게 되고, 처음에 우리가 왜 그리도 그들을 분간해내지 못했었는지에 대하여 역으로 의문을 품게 된다. ● 위의 예처럼 관찰할수록 선명해지는 각기 다른 색의 작품들은 관객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인식하고 그것과 자신만의 관계성을 지어나가게 한다.
우두커니 선 변경수의 신작「Hood-y」는 무거운 콘크리트 땅에서 몸, 몸에서 옷, 옷에서 얼굴로 일체가 되어버린 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우리의 일상을 연상시키는「Plastic bag man」또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란 봉지와 일체가 되어 당신을 무심히 바라본다. 말없이 바닥을, 혹은 당신을 응시하고 있는 이들은 이 시대 속 고립된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 와 같이 변경수의 작품들은 모두 표정이 없다. 정체성을 잃은 얼굴은 관객들과 작품 사이에 상상의 여지와 관계의 여지를 남긴다. 무(無)의 얼굴은 그 자체로서 무언가의 표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관객들은 공(空)의 면에 반영된 자신 혹은 이 시대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 그의 또 다른 신작「Balloony #4-1」은 주먹과 다리에 힘을 주고, 다소 긴장한 채 서있다. 희미하게 비치는 두상은 풍선의 빨갛고 커다란 압박 속에서 위태로워 보인다. 그것이 풍선에 상념을 불어 넣은 것인지, 혹은 풍선의 상념으로부터 변이된 형태인지 관객들은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들의 표정을 읽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명백한 힌트는 그들의 제스처이다. 꽉 쥔 주먹, 푹 숙인 고개, 긴장이 풀어진 채 툭 튀어나온 배, 주머니에 쑤셔 넣은 손, 뛰어내리기 위해 잔뜩 굽힌 무릎과 몸 뒤로 쭉 뻗은 팔... 실제로 변경수는 다양한 제스처로부터 오는 신체의 미묘한 변화와 그에 따른 형태의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그는 오직 자신이 추구하는 형태를 더 완벽히 나타내려 노력할 뿐이라고 하였는데,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미묘한 움직임의 차이는 눈으로는 확연히 보이지 않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제스처의 흐름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 변경수의 첫 개인전 작품들이 밝은 색감과 생동적인 제스처, 막 빚어진 듯한 모습과 유머러스하고 활기찬(통통 튀는) 느낌으로 작품 이외의 생략된 풍경에 대한 상상의 실마리를 주었다면, 그의 새로운 작품들은 가라앉은 톤, 절제된 제스처,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하고 정교한 처리와 함께 자신만의 시공에 갇혀 있는 모습으로 작품 그 자체에 몰두하게 하며, 다소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작가가 인체의 움직임에 대한 흥미를 같은 개념, 하지만 다른 형태로 풀어낸 신작 부조들은 인체 이외의 것에 상상의 여지를 주었던 전작들과는 조금 다르게 좀 더 넓은 공간을 포용하되 네모난 틀에 갇혀 마치 다른 세상처럼 빚을 내고 있다. 앞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익명성을 강조한 이 부조들은 화질이 좋지 않은 한 컷의 사진, 혹은 테이프가 늘어난 비디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고, 정적이지만 곧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것처럼 동적이기도 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무의식에 내재되어있는 특정한 순간의 분위기와 소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마치 일상적인 모습을 반짝이는 영원한 틀에 가둬놓은 채 제 3자의 입장으로 지켜보고 있는 트루먼쇼 와도 같다. ● 변경수의 개인전에서, 우리는 단순히 이 비슷한 무리를 스쳐 지나는 방관자가 아닌 관찰자가 되어, 관계의 여지를 갖고 소통하며 그들이 안고 있는 것의 가벼움 혹은 무거움(무게)을 각자 다르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 UNC 갤러리
Vol.20121117i | 변경수展 / BYUNKYUNGSOO / 卞耕洙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