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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의 작업에서 제일 큰 역설은 새로운 역사 서술을 구축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노력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그가 생애의 궤적을 그려왔다는 점이다. 진정한 변화의 기대에 동참하지 않은 채. 혼자서 터덜터덜 망연하게 - 혹은 망연자실하게 - 그냥 화가라는 자신의 생애의 길을 걸어갔다는 점이다. 그가 반복해 그린 것은 자신의 주관화된 분단의 심상, 자기 내부의 주관성에 의해 반복되는 분단이라는 트라우마의 원형이었다. 송창의 분단 풍경화는 분단의 트라우마를 현실 속으로 불러내는 회화적 굿거리이자 역사의 망각에 대한 저항이었다. 처음에 그 굿은 격렬한 춤처럼 진행되었다. 나중에는 덜 시끄럽고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차츰 그것은 적막 속으로 부드럽게 잦아들었다. 그러면서 그 고독과 침잠 속에서 회화적 숭고가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낮의 빛이 저녁의 부드러운 어둠 속으로 잦아들면서 별들이 하나 둘 빛을 발하듯이. 분단은 그의 내부에서 점차 회화 그 자체로 되어갔다. 이제 그것은 자신의 안쪽으로만 열리는 문이 되었다. 그것은 바깥의 동시대 현실의 움직이는 복잡계와의 접속으로부터 등을 돌린 고독한 오솔길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변하고 변해야 한다는 언사가 지배하는 세태 속에서 송창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 버팀과 반복은 답보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저항적인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송창의 작업에 정치성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분단을 그린 화가라는 데에서가 아니라 (이미 그 주제의 효과는 분단 현실의 현재적 모호성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가 생존을 버티어내고 있는 화가라는 사실 그것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송창의 그 우직함과 버팀이 아프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미더워 보이기도 한다. 송창이라는 생존 자체가 그의 작업 자체보다 더 정치성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성완경의 글 『분단 이후-송창과 분단 현실의 풍경화』 중에서
Vol.20121115k | 分斷以後 - 송창의회화 / 지은이_성완경 외 / 도서출판 나무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