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112_월요일_06:00pm
주최 / LIG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LIG 아트홀 부산 LIG ARTHALL BUSAN 부산시 동구 범일동 830-30번지 LIG 손해보험 부산빌딩 3층 Tel. +82.51.661.8701 www.ligarthall.com
『2×4 24개의 각재와 여행가방』은 LIG 아트홀 부산, 로비G에서 약 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전시의 제목이며 이 전시에 참여하게 된 5인의 작가에게 주어지는 재료이다. 이 재료는 5인의 작가에게 동시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첫 작가에게만 주어지고 전시가 끝난 후 다시 해체되어 다음 작가에게 전달된다. 이 전시의 프로듀서와 5인의 작가는 회의를 거쳐 재료의 변형범위에 대하여 크게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 한 작가는 한 각재당 60cm 길이만큼 단 한번 자를 수 있다. 각재에 채색은 가능하다. 한 각재당 5개의 못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나 재료를 되돌려 줄 때 제거해야 한다. 각재에 다른 재료의 부착은 가능하지만 재료를 되돌려 줄 때 부착물은 제거해야 한다. 1×3의 비율 상태까지 각재의 두께 변형이 가능하다. 가방의 색, 형태를 변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 붙이는 것은 가능하고 전달자에게 되돌려 줄 때 원상태로 복구하여 되돌려 주어야 한다. ● 이 약속들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어떤 형상에 대한 것이었으며 그것의 해체에 대한 것이었다. 웃음들이 회의 중 간간이 터져 나왔다. 허구적인 세계의 규칙을 부질없이 만들고 묵묵히 따르는 행위. 이미 작가들은 놀이의 세계에 들어와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5인의 작가들은 규칙에 대한 농을 던졌다. 규칙을 이용하여 다른 작가를 곤란하게 하는 해코지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문득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 낼 어떤 형상이 머리를 스쳤고 마치 뱀처럼 스멀스멀 담론의 꼬리가 형상의 뒷면에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놀이를 놀이로 끝내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다. 아주 작정하고 한번 놀아보겠다는 인간의 태도에는 비극적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놀이는 언제든 비극적인 것이 되고 그 비극적인 것은 언제든 희극이 될 무한한 통로로 열려있다. 2×4인치 24개의 각재. 여행가방. 어떤 언어와 재료들이 지금 무한한 가능성 앞에 놓여있다. 또한 사용-전달-사용-전달이라는 반복적 구조에 놓여있다. 무한. 반복. 해가 뜨고 달이 진다. 생과 사가 있고 폭풍이 몰아치는가 하면 노곤한 나무 그늘이 있다. 생성과 소멸은 반복되고 회전된다. 은근히 무한이 암시된다. 반복의 구조에서 생성된 것이 영원을 꿈꾸거나 완전한 소멸을 염원한다. 그저 한 예술작품이란 고정되어 더 이상 변화 불가능함의 상태를 지향하며 무한의 가능성의 통로로 구조화 되려는 것인지 모른다. 아차! 하면 변화하는 어떤 것. 아차! 하면 영원하거나 완전히 소멸하는 어떤 것. 전시에 참여하는 5인의 작가들, 그들은 반복되는 사건과 시간을 따라, 어떤 이야기의 유실된 경로를 따라 LIG 아트홀 부산 로비G란 곳에 함께 혹은 각자 도달할 것이다. 그곳은 또 다른 통로로 이어지는 무대다. 피란델로의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처럼 그들은 극적 상황 앞에 놓인 배우이며 세상을 설계하는 작가다. 그들 역시 영원이나 완전한 소멸을 꿈꾸며 어떤 형상을 내보일지 모른다. 그 형상들 사이로 시간이 흐르고 풍문이 생겨나고 어떤 염원이 동글동글 따뜻한 콩자반처럼 데워질지 모른다. 모든 게 쓸모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쓸모 없는 것에 대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뿐인지 모른다.
10월 23일.『2×4 24개의 각재와 여행가방』展의 세 번째 작가 박소영의 전시가 끝나고 재료는 11월 2일 네 번째 작가 한상혁에게 전달되었다. 전망 좋은 진열대 ● "밤기차 안. / 요란한 소리에 나는 방금 깨어났다. / 여기가 캄캄할 뿐, 밖이 밤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항상 이렇게 나와 닮은 이들과 똑 같은 간격을 두고 같은 밤을 달린다. / 지금처럼 간혹 기차가 흔들릴 때 들리는 낮은 비명 소리도, 차고 매콤한 냄새가 들어와 재채기를 할 때마저도, / 이들이 내는 소리는 나와 같다. / 졸음이 밀려 온다. 나는 또 어제처럼 꿈 꾼다. 멀리서 바다 소리가 들려 올 무렵. / "부스럭" 소리에 깼다. / 어디에서 난 소리인가! 나의 몸이 낼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바다는 순식간에 달아 났고 어딘가 구석에서 자꾸만 다른 소리들이 / 섞여서 들려 온다. / 감촉! / 내 어깨에 닿는 감촉도 내 것 같지 않다. 이 밤기차 안에 누가 탄 것인가? / 갑자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한상혁)
언젠가 한상혁은 자신의 작업에 대하여 "세상에 기표로서 존재하지만 미처 이름 지어지지 않아 찾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다가감"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이 다가감이란 자신의 삶과 동의어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가 속한 사회 혹은 사회제도에 숨막혀 빠져 나오는 가하면 이름 지어지지 않은 어떤 것에로의 다가감으로 다시 사회 혹은 사회제도와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이 평범한 관계 맺기 다소 특별해 보이는 것은 '이름 지어지지 않아 찾을 수 없는 것'이 그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가령 그는 자신의 작업「마지막 빗방울(2004)」을 설명하며 "혹 수업 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땡~)처럼 하나의 빗방울이 제일 늦게 앞선 동료들의 뒷모습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전지적인 위치에서 유유히 짧은 순간 동안 떨어진다면, 그리고 비가 그친다면 그를 발견하는 나는 그 마지막 빗방울을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처럼 오래오래 기리고 싶을 것"이라고 한다. 이 '전지적 위치', '이름 지어지지 않은' 어떤 사물을 발견하는 순간 설정되는 이 전지적 위치는 작가 한상혁의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그에게 '이름'이란 사회 체계에서 복잡하고 다양하게 기능하는 위계와 관련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름 없음'으로 하위의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통해 '전지적 위치'를 확보하려는 그는 이 태도를 통하여 사회와 세상을 다시 보려는 전복적 사고, 혹 그런 노력을 드러내고 있다. ■ 가비스튜디오
Vol.20121113k | 한상혁展 / HANSANGHYUCK / 韓相赫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