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누리展 / CHOINOORI / 崔누리 / painting   2012_1113 ▶ 2012_1119

최누리_행운을 부르는 물고기_장지에 채색_72.9×90.8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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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STORY ART 후원 / 충청북도_충북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이드 GALLERY ID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2가 80-4번지 충북빌딩 1층 Tel. +82.43.221.2199 cafe.naver.com/storyart21

최누리의 식물성의 사유, 물고기와 인간 '사이' ● 최누리의 그림에서 물고기는 처음 보았을 때 언뜻 민화의 어해도와 같은 인상을 준다. '물고기' 자체가 기복적 의미를 갖는 민화에서 흔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다산, 풍요, 입신양명, 부부애와 같은 상징으로서의 물고기그림에 대한 그러한 선입견을 그러나 최누리의 그림은 교묘하게 비껴간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풍자하는 것은 민화의 관습과 유사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물고기는 오히려 인간 사회의 비판과 인간성의 회복을 구하고 있다. 최누리의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물고기와 인간 '사이'의 다른 무엇인가가 요구된다. 그것은 차라리 '식물적인 것'에 대한 사유에 가깝다.

최누리_다가가서_장지에 채색_50×50cm_2012
최누리_다른 곳을 보는 우리_장지에 채색_45×90.1cm_2012

최누리의 물고기들은 인간의 본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생존과 번식, 무리를 이루려는 생물의 본능은 사실 인간의 그것과 너무 닮았다. 다만 인간은 그것을 포장하고 감추고 속이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는 인간의 파괴적, 이기적 본능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아름다운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어느 순간 자신에게 다가온 먹이를 놓지 않으려, 혹은 자신과의 짝을 이룰 대상을 선택하기 위해 목표를 향해 곧장 헤엄쳐 가는 그들은 아름다우면서 잔혹한, 인간의 다른 이름이다. 힘없는 혼자는 무리를 그리워 할 테지만, 냉혹하게 버려두고 떠나는 물고기 사회는 작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먹이를 향해, 명예와 돈을 향해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물고기-인간 무리 안에서 외톨이가 된 물고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최누리_핑크빛 열대야_장지에 채색_90×90cm_2012
최누리_내 마음 달님_장지에 채색_72.8×117cm_2012

탐욕과 욕정의 노예로 살아가는 인간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 인간에게 진정 인간성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믿을 때,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고백했다. 소설에서이긴 하지만, 베르베르는 인간보다 나무를 선택했다. 다시 인간이 되어도 똑같은 욕망의 노예나 이기적 본능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최누리의 물고기들은 꽃처럼 예쁠 뿐만 아니라 늘 식물, 꽃, 풀과 함께 공존한다. 또한 식물과 호흡하고, 식물을 흠모하며, 식물과 사랑을 나누길 원한다. 물론 여기서 식물은 인간이 희구하는 어떤 소원, 갈망의 대상, 수많은 아이콘일 수도 있다. 최누리의 작품에서 물고기-인간이 갈망하는 평화와 행복의 이데아는 대부분 식물과의 접촉이나, 식물과 함께 존재하는 가운데 앙모되고 있다. 이는 최누리가 은연중에 내면화하고 있는 식물성의 사유이며, 곧 물고기와 인간 '사이'에 요구되는 감성적 사고이다.

최누리_나의 계절_장지에 채색_50×50cm_2012 최누리_당신의 계절_장지에 채색_50×50cm_2012

민화에서 다른 동물처럼 물고기가 의인화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과장한다면, 효자도(孝子圖), 어해산수병(魚蟹山水屛), 군자어해도(君子魚蟹圖) 등, 인간의 제도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맞추어진 자연에 대한 곡해는 결국 인간 중심적 사유에서 나온 것이다. 그에 반해 최누리의 물고기들은 인간계의 재현이면서도, 그로부터 벗어난 식물성의 인간을 그리워한다. 동물적 본능을 갖되, 평화로이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은, 무한히 산소를 제공하는 식물의 너그러움과 베품의 태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최누리의 동양화는 전통적인 어해도의 양식을 내용적인 면에서 초월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인의 문제, 사회적 갈등, 화해에 대한 전망을 그는 물고기와 씨름하는 가운데 깨달은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자연의 이치처럼 시나브로 알게 된 '식물적 사유'를 최누리의 물고기는 우리에게 권유하고 있다. ■ 유현주

Vol.20121113i | 최누리展 / CHOINOORI / 崔누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