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Arirang

안창홍展 / AHNCHANGHONG / 安昌鴻 / painting   2012_1107 ▶ 2012_1209 / 월,공휴일 휴관

안창홍_Arirang 2012'16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에 잉크, 아크릴채색_255.4×399.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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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 홈페이지_ahnchanghong.com

초대일시 / 2012_110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월,공휴일 휴관

더페이지 갤러리 THE PAGE GALLERY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16-5번지 부띠크모나코 빌딩 B1 Tel. +82.(0)2.3447.0049 www.thepage-gallery.com

THE PAGE GALLERY(더페이지 갤러리)는 오는 11월 7일부터 12월 9일까지 안창홍의 개인전『아리랑_Arirang』을 선보인다. 신작으로 구성 되어진 총 20여점의 작품은 근간의 안창홍의 작품에서 느껴졌던 전복적 표현방식과 더불어 한 층 깊어진 여유와 깊이, 무게감을 더한 새로운 안창홍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발현의 과정" ● 안창홍은 자신과 주제 사이의 관계에 심취 해 있는 듯 하다.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롭고 매혹적인 요소들을 탐구하고 탐구의 결과물은 관람자가 작품을 보았을 때 당혹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를테면 이전 시리즈인「베드 카우치」시리즈에서 보이는 누드인물들은 보는 이들을 당황 하게 만든다.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성이 당혹스러운 이유는 도발적인 포즈나 나신이 아니라 관람자를 주시하는 시선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 모델들은 작가가 마련한 불편하고 정리되지 않은 공간 속에서 안창홍이 직접 지시 하였을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작가에게 반항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안창홍은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스튜디오처럼 루시안 프로이드가 쓰던 요소들을 이용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그림을 완성 하였다. 루시안 프로이드가 수동적으로 잠든 모델의 살덩이를 통해 인간의 존재감을 표현 했다면 안창홍은 주제로 그려진 인물들의 내면에 잠재 되어 있는 긴장감을 충만하게 표현 하였으며 이를 통해 그들이 살아 온 삶에서 유발한 것인지 아니면 스튜디오에서의 순간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이끌어 낸다. ● 이번 작품에서도 안창홍은 주제와 묘사가 반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사진이나 비디오, 또는 영화 같은 미디어에서 영감을 종종 받는다. 골동품 가게나 옥션에서 수집한 50년 이상 된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였다. 처음엔 이 사진들은 그저 지나간 시대의 기억으로 밖에 인식 되지 않는다. 사진으로 작업을 시작한 1979년경 이후의 몇몇 작품에선 자신의 가족 사진을 이용 하기도 하였다. 그는 사진의 표면을 회화로 재해석 하고 찢어진 사진들의 조각을 연결시켜 또 다른 회화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찢어진 자국들은 색으로 채워졌으며 이를 통해 관람자와 주제 사이에 거리감을 만들어 냈다. 이전의 누드 작업과 달리 주제가 된 인물들은 반항적으로 관람자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다. 직접적인 시선이 사라진 결과로 작가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감정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번 작업은 2004년에 제작 된「49인의 명상」시리즈의 작업을 닮아있다. 그는 이미 눈을 감은 사람들의 초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실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안창홍_Arirang 2012'2_캔버스에 유채, 잉크, 아크릴채색_122×84.3cm

작품에 이용 된 사진들은 대부분 사회적인 목적으로 찍은 가족사진이다. 이 사진들 속에는 결혼식, 연인, 아이와 함께 찍은 모습들이다. 이 사진들은 그 시대의 사회가 보여야 했던 사회적 역할의 미장센을 담고 있다. 또한 이 속에는 사진을 함께 찍은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감정의 교류가 부재 되어있다. 교복, 웨딩 드레스, 전통의상 등을 입은 인물들은 사진을 찍은 목적이 공적임을 시사한다. 안창홍은 사회적인 부분과 회화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주제의 모습을 극적이고 익살스럽게 보이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그의 작품을 보는 이에게 묘한 이질감을 주는 것이 주제로 그려진 이들의 복장 포즈, 또는 표정이 되었던 간에 그는 삶을 연극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 관람자는 사진과 같이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현실을 찾으려 하지만 안창홍의 그림은 우리에게 현실 정 반대의 것을 보여준다. 눈이 감기어진 모델들은 이미 삶의 저편으로 떠나버린 존재로 인식 되기도 하며 관람자는 그림 속 인물들을 보고 있지만 그림 속 인물들은 이미 그들의 내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진실 된 기억은 기억의 소유자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려면 내면을 살펴야 한다. 그의 그림은 가면 무도회다. 안창홍은 보일지도 모르는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 우리 내면의 잠재 되어 있는 관음증을 자극한다. ● 이번 시리즈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그 시대 사람들이 우리에겐 이미 지나간 역사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경험 하였는지를 보여 준다. 더 오랜 옛적에는 황실과 귀족계급만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나 시대가 흘러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세대의 발자취를 기록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큰 가치를 잃은 사진들은 거친 보존 상태를 가지게 되었으며 사진들 속의 기억들은 더 이상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적어도 사진이 존재 하였던 현실 속에서의 가치를 잃은 것이다. 그들의 삶은 작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되살아 난다. 작은 사진 속 사회는 큰 회화로 거듭나고 당시의 사회상은 다시 삶을 부여 받는다. 그림 중 하나에는 흑인과 결혼하는 한국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뒷 배경에는 천박하게 배치된 야자나무 장식이 보인다. 여기에는 우리가 배워온 역사가 담겨 있지 않다. 이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찍힌 사진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아마도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일 것이다. 분위기는 작위적이고 삶의 진실된 모습이 반영된 사진은 아니다.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사진을 회화화 시킨 것이 아니기에 이번 작업 속에는 더 깊은 외로움이 서려 있다. 그리고 회화 속에는 사회적 관계의 불신이 남겨져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의 다양성과 내면의 모습들이 안창홍의 그림에 녹아 있으며 그의 작품 속 역사는 과거와 단절 되어있다.

안창홍_Arirang 2012'1_캔버스에 유채, 잉크, 혼합재료_249.1×361.6cm

사회적인 삶은 표면적인 것이 중요하며 회화 또한 마찬가지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관람자에게 평면적인 회화를 주시하고 있음을 상기 시킨다. 누드 시리즈에서 보여준 회화 속 배경에 붓이 흐드러져 있듯이, 이번 시리즈 속 그림들은 구겨지고 손상 되어있다. 그는 이미지들이 시간의 흐름을 견뎌 왔음을, 그리고 여기서 보여지는 기억들이 표면적인 모습임을 상기 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면은 그만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겨진 자국은 삶을 담아내는 프레임이 되고 바랜 색감은 역사의 흐름 속에 변화되는 과거를 보여준다. 안창홍의 매혹적인 화법은 세피아, 회색 그리고 노란 색채로 빛나며 그가 창조해 낸 이미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 안창홍은 그림에 파리를 그려 넣는데 이는 삶의 유한성을 표현하려 함이다. 그리고 이것은 눈을 감은 인물들과 일맥상통 한다. 작품 속에는 인간의 필멸성이 어디에든 보인다. 회화의 표면의 노화나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나 그는 필멸성을 표현 하고자 한다.

안창홍_Arirang 2012'12_캔버스에 유채_135.8×101.3cm

한편으론 그의 회화는 라틴어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가 죽음을 기억하여 모든 것을 빛나게 하라는 고전적인 해석을 상기 시킨다. 그는 바로크 시대의 그림들이 표현 하였던, 죽음이 있기에 살아 있는 동안 모든 것을 즐기라는 얄팍한 해석을 그림 속에 넣지 않는다. 대신에 죽음이 좋던 싫던 언제나 삶에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치우친 해석을 회화에 담지 않고, 인간의 삶을 작가 자신의 삶과 함께 회화에 담는다. 현실의 이상과 함께 현실 그 자체가 담기는 것이다. 안창홍 작가가 악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것은 그의 내면이 고야(Goya)와 닮았음을 보여준다. 마스크 속의 인물들은 이미 사라진 유령과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쉽지 않게 다가온다. ■ 베레나 리히터

Vol.20121112h | 안창홍展 / AHNCHANGHONG / 安昌鴻 / painting

2025/01/01-03/30